초록의 기운과 함께 웹진 <사이>가 돌아왔습니다. 2호의 주제는 '사회연대경제가 우리 삶의 진짜 문제에 닿고 있을까?' 입니다. 사회연대경제가 실제 우리 삶 속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를 각자의 고민을 담아 정리했습니다. 제도나 담론에 그치지 않고 사회연대경제 조직도, 생태계도 또 현장의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현실화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함께 확장시켜 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 이번호에 실린 네 편의 글을 짧게 소개합니다. 🙂
먼저 김선화 경영연구협동조합 이사장의 글은 암 경험자들이 스스로 만든 협동조합을 다룹니다. 치료 정보의 혼란, 면책기간의 경제적 공백, 고립감이라는 세 가지 어려움 앞에서 암 경험자들은 제도가 채우지 못한 자리를 협동조합으로 메웁니다. 특히 치료를 받던 환자가 동료 환자를 돕는 '환우 힐러'로 전환되는 과정은, 질병 경험이 고통의 서사를 넘어 공동체 안에서 순환하는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고비용 사후 치료에서 저비용 사전 예방으로, 각자도생에서 상호부조로의 전환 가능성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어 신효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의 글은 사회연대경제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10여년 이상을 사회연대경제 현장에서 일해 온 A와 B의 목소리를 통해, 좋은 일을 하는 곳에서 오래 일하는 것이 왜 어려운지를 짚습니다. 낮은 임금, 말과 행동이 어긋나는 조직문화, 그리고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성과 등의 구조적 조건들이 사람을 소진시킨다고 그는 정리합니다. 사회연대경제가 더 나은 사회를 목표로 한다면, 그 조직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유한나 한신대 교수의 글은 나무의 비유로 사회연대경제 생태계를 진단합니다. 뿌리(미션), 줄기(역량), 열매(시민의 삶의 변화)라는 세 층위를 통해 지금 사회연대경제가 화분을 관리하는 방식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습니다. 유한나 교수는 공모사업 중심의 지원 구조가 조직의 미션보다 선정 가능성을 먼저 고민하게 만들고, 단기 성과 압박이 장기적 뿌리 내리기를 방해한다고 지적합니다. 지금 우리가 심고 있는 것은 화분일까요, 아니면 숲일까요?
마지막으로 서진선 한남대 교수의 글은 사회연대경제가 공동선에 기여한다는 담론과 그것을 실제로 증명하는 일 사이의 간극을 다룹니다. 협동조합 노동자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건강·교육·사회활동 지표가 긍정적으로 나타난다는 에르달의 연구를 소개하면서, 사회연대경제의 영향력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묻습니다. 서진선 교수의 글을 통해 산출 지표의 축적에서 결과·영향 분석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론적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네 편의 글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출발하지만, 같은 질문으로 수렴합니다. 사회연대경제가 약속하는 가치가 우리의 삶 속에 작동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제도의 틈새를 메우는 사회연대경제가 안팎으로 탄탄하게 제 자리를 다져갈 수 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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