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대경제 영역은 사회혁신과 사회적 가치를 중심에 둔 이들에게 일자리 선택지의 하나로 고려된다. 청년 일자리 문제가 ‘부족’을 넘어 ‘질’의 문제로 옮겨가는 지금,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사회연대경제 조직은 일하는 사람들에게 실제로 어떤 환경을 제공하고 있을까?
2022년, 사회연대경제 영역에서 일하는 청년 27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분석한 적이 있다. 20대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8.9%)가 월평균 210만원 이하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6년 이상의 경력자 38.4%도 211만~270만원 사이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력이 쌓여도 임금이 크게 오르지 않은 셈이다. 그럼에도 전체 응답자의 48.3%가 사회연대경제 영역에서 계속 일하겠다고 답했다. 사회연대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묻는 말에 실무자 그룹의 응답은 10점 만점에 6.46점이었다. 대표자 그룹(8.33점)보다 낮은 셈이었는데, 조직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일수록 미래를 덜 낙관하고 있었다.
돈이 전부는 아닐 테지만,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인 것은 맞다. 사회연대경제 영역에서 일하는 청년들에겐 지속가능한 조건에 금전적 보상은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 적어도 설문 결과만으론 돈이 아닌 다른 이유로 사회연대경제 영역에서 일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4년이 지났다. 다시 한번 숫자로 변화를 짚어보면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설문을 실행하지 못했다. 최근에 협동조합 현장의 문화라는 사뭇 묵직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된 A, B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현장의 이야길 거칠게 정리해보려 한다.

“좋은 일을 하는 곳에서 오래 일할 수 있을까?” 사회연대경제 현장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종종 던지고 싶은 질문이기도 하다. 출처: 캔바
A는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을 포함한 사회연대경제 영역에서만 약 12년을 일했다. 현재 일하는 곳 역시 협동조합이다. 그가 처음 일을 시작한 것은 일반 회사에서 하는 일에 회의감을 느끼면서부터였다. “영업직이었는데, 남의 거래처를 뺏어야 생존할 수 있는 구조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때가 마침 협동조합기본법이 만들어지던 때였고 새로운 곳에서 일해봐야겠다 싶었죠.”
그는 협동조합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조직 형태라고 믿는다. 하지만 사회연대경제 조직에서 일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채용이 어려워지자 일반 기업 채용과 같은 방식으로 사람을 선발했다. 사회연대경제나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은 그들에게 협동조합의 느린 의사결정 구조와 윤리적 선택은 낯설기만 했다. “이사회란 의사결정 구조에선 논의가 길고 결정이 잘 안 나요. 충분한 숙의라고 할 수 있지만, 때론 아무도 책임지고 싶어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싶죠.” 작은 조직으로 옮기고 나선 1인 팀장이 겪는 어려움이 업무의 한계를 느끼게 했다. “내가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거죠. 계속 뭔가를 해야만 하는 거예요.”
현재 A가 일하고 있는 조직은 200명 안팎의 규모다. 조직의 톱니바퀴에 맞물리듯 일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규모가 되니 입사 후 교육 시스템도 갖춰 있었다. 앞선 두 곳에서 제대로 직무교육을 받지 못했던 그에겐 새로운 경험이었을지 모른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곳에서야 당연한 신입 연수나 경력직 온보딩 교육이 사회연대경제조직에서 당연한 일은 아니다. A의 이야길 듣다 보니 개별 조직별로 교육을 진행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사회연대경제’에 관한 교육은 업종별로 혹은 지역별로 통합해서 진행할 순 없는 걸까 싶었다. 협의회나 연합 조직을 통해, 작은 비용으로도 가능한 일이 아닐까.
최근 A가 일하는 조직은 특정 직군에선 전문성 있는 경력직을 뽑으려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한다. 그렇게 들어온 이들이 일터에 오래 버티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A는 아무리 전문성이 있어도 사회연대경제에 ‘프렌들리’한 사람이 오래 가는 것 같다고 말한다. 협동조합에서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일반 기업에 일하다 온 이들에겐 쉽게 납득하기 어렵고 그런 경험이 반복될수록 조직에서 더 일할 동력이 남지 않는다. 금전적 보상마저도 충분하지 않으니까.
A는 현재의 일터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 하지만 동시에 지속가능성에 대한 물음도 갖고 있었다. “이 판이 생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려면 바뀌어야 한다고도 생각해요.”
B는 대학교 공정무역 동아리 활동이 인연이 되어 공정무역 영역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지역에서의 활동도 잦은 그는 지역에서 만난 협동조합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비슷한 사업을 하는 협동조합들이 지역 안에서 경쟁하는 걸 종종 봐요. 다 함께 힘을 모으는 게 아니라 섬처럼 각각 존재하는 거죠. 그렇다고 뭘 어떻게 하면 되는지 저도 답은 없어요.” 작은 파이에서 서로 경쟁하기보다 전체 파이를 키우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순 없을까? B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 역시 뾰족한 해결 방법이 없는 질문을 던져본다.
그는 협동조합을 평가하는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법이 생기면서 많이 만들면 좋은 거라고 해서 개수가 성과지표가 됐던 거잖아요.” 숫자는 눈에 보이기 쉽고 명확하다. 사회연대경제가 강조하는 관계를 짓고 지역에 뿌리내리는 일은 단기간에 이룰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명확하게 지표화되지 않는 작업이기도 하다. 사회연대경제만의 의미와 가치를 드러내는 적절한 평가 방식이 부재한 상황이 만든 한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사회연대경제 생태계를 비관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부의 평가가 너무 박하다고 본다. “생존하고 있는 것 자체에 응원이 좀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지역에서 사회연대경제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변화의 하나죠. 우리가 유니콘이 되지 못했다고 해서 스스로를 너무 폄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요.”
생존이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는 조금 다른 무게로 쓰인다. B에게 생존이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것 자체를 응원해야 한다는 말이라면, A는 앞으로 더 변화할 사회 구조에 대응해 위기감을 갖고 변화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존재의 의미를 묻는 것도, 구조적 위기를 직시하며 대응해야 하는 것도 모두 ‘생존’일 것이다.
이노소셜랩의 정승훈은 최근 글에서 “사회혁신 종사자들이 떠나는 이유는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소진시키도록 설계된 구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스템의 불완전함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지역에서 관계를 쌓고 작은 조직의 의미를 사회적으로 끌어올리는, 숫자로 잡히지 않는 가치를 어떻게 평가에 반영할 것인지 또 수평적 조직문화를 '지향'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의사결정 구조 안에 어떻게 체계화할 것인지 등 사회연대경제 생태계가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민주적 운영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현장에서는 '말과 행동이 불일치한다'는 경험을 인터뷰이들은 토로했다. 우리의 지향과 현실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일은 내부 구성원들이 조직에 남을 이유를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