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UN 세계협동조합의 해 슬로건, 협동조합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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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과 2025년은 UN(United Nations)이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해였다. 세계협동조합의 해에 국제협동조합연맹은 “협동조합(기업)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든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2024년 유엔총회에서 채택한 결의안은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은 지역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발전에 대한 완전한 참여를 증진할 뿐 아니라, 여성, 청년, 노인, 장애인, 원주민 등 모든 사람을 포용함으로써 이들의 경제적, 사회적 발전에 대한 완전한 참여를 증진하고, 빈곤과 기아의 근절에 기여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2023년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결의안에서도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을 포함한 사회적 기업가 정신이 취약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생산능력을 강화하고 취약한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재화와 용역을 생산함으로써 빈곤을 근절하고 사회변혁을 촉진하고, 사회연대경제가 지속가능발전 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인정한다. 협동조합과 사회연대경제의 기여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정은 수많은 사례와 통계자료에 근거해서 이루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문헌들에 근거해서 우리는 자연스레 협동조합과 사회연대경제가 우리사회, 더 정확하게는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활동하면서 사람들의 경제적 복리, 정서적 행복, 자유롭고 평등한 지위, 사회의 안녕에 기여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한 담론과 믿음 속에서 사람들이 행동하고, 제도가 만들어지고, 다시 언론을 통해 담론이 퍼진다.

멋진 담론 속에서 가끔 잊고 지내게 되는 것은 협동조합과 사회연대경제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다. 사회적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용한 법적 틀이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인 것이지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 그 자체가 공동선을 만들어낸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렇다 보면 사회연대경제조직 형태를 갖추었지만, 공동선과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조직들이 종종 나타난다. 이제 사람들이 되묻게 된다. 사회연대경제가 왜 필요한 건지.

사회연대경제가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려는 노력

조직 활동을 조직으로의 자원의 투입(input), 투입자원을 변형하는 과정(process), 직접적인 재화와 용역의 산출(output)로 구분할 수 있다. 효율성을 기준으로 조직의 성과를 본다면 투입 대비 산출이 얼마인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존 기업의 성과를 평가하기에 적절한 방법이었으며, 비교적 관찰하기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사회성과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에게는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직이 창출한 산출물이 관련 이해관계자 개인에게 어떻게 변화를 일으켰는지에 대한 결과(outcome), 더 나아가 사회에 변화를 미친 영향(impact)을 알고 싶어한다. 산출까지 단기간에 알 수 있지만, 결과와 영향을 단기간에 알기 어렵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찰해야 하는데, 사회의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장기적인 관찰로도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의 성과와 관련된 연구는 주로 산출물을 관측하게 된다.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다. 그렇기에 데이비드 에르달(David Erdal) 박사의 박사 논문*을 눈여겨보게 된다. 에르달 박사는 노동자 소유 기업, 경제민주화 등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는 연구자이다. 그의 박사 논문은 수렵채집사회에서의 인류로부터 시작한다.

*David E. Erdal (2000) The Psychology of Sharing: An Evolutionary Approach, A PhD Thesis at the University of St. Andrews

수렵채집사회에서 인류는 평등주의적(egalitarianism) 관점에서 진화하고 생존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평등한 관계로의 진화가 개인과 사회에 유리했을 것으로 보고, 이러한 평등주의 환경이 개인과 사회에 이로운 영향을 준다는 가설을 세운다. 그리고 이탈리아 이몰라(Imola), 삿수올로(Sassuolo), 파엔차(Faenza) 등 세 도시의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하고, 도시 간 비교연구를 한다.

그가 “평등주의 환경”이라는 독립변수로 보았던 것 중 하나인 업무환경(Work Environment)은 노동자 소유의 협동조합과 기업에서 응답자와 응답자 가족이 일하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인류 진화 과정에서 나타난 평등주의적 구조라는 특징을 고려하면 협동조합의 더 평등한 구조에서 일하는 것은 더 이로울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협동조합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이몰라, 파엔차 순이었고, 삿수올로 응답자 중에서는 협동조합 노동자가 없었다. 여러 분석을 통해 얻은 그의 결론은 건강, 교육, 사회활동, 범죄와 사회인식에 관한 지표들이 협동조합 노동자의 비율이 높은 지역, 즉 이몰라-파엔차-삿수올로 순으로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더 긍정적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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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설계, 자료수집, 가설 증명으로 이어지는 한 연구자의 노력은 우리가 담론으로만 소비되었던 것에 대해서 하나의 증거를 제시하였다. 물론 다른 모든 연구가 그렇듯이 이 연구 역시 한계가 있지만, 협동조합, 나아가 사회연대경제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려고 노력한 연구로 관련 연구에 소중한 밑거름이 된다.

하지만 특정 연구자의 수고스러운 노력으로만 사회연대경제의 영향력이 드러난다는 건 연구자가 없다면 영향력을 평가하기 어렵고, 측정에 큰 비용이 들 수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며, 그렇기에 사회연대경제의 규모나 성과를 과소평가할 수 있으며, 사회연대경제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감소시킬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회연대경제가 공동선에 기여한다는 걸 보여주는 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