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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국내 도시 대중교통 수단의 바닥 면적과 좌석 배치 방식. 동일 축적으로 크기를 비교하고있다. 현대 에어로시티는 시내버스용으로 쓰이는 대표적인 차종이다. 경전철 차량(c )의 경우 조종석과 연결기, 설비 삽입면을 감안해 가로 길이를 0.9배하여 바닥 면적에 반영했다.

계획과 현실: 경전철 열풍, 그리고 20년 후

경전철의 불안한 니치(cf. 본문 348~350)를 반영하듯, 오늘날 경전철의 대중적 이미지는 철도 가운데 보기 드물 정도로 나쁘다. 세금을 낭비하고, 파산을 부르는 지자체의 무책임한 투자, ‘정책 실패’를 대표하는 것이 경전철이라는 대중적 인식은 서울시계 내에 경전철이 개통한지 2년이 지난 2019년에도 여전한 듯 하다. 하지만 시간을 20년 정도 과거로 돌려 보면, 상황은 일변한다. 경전철은 90년대의 도시철도 확장 논의 속에서 당당하게 한 축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의 교통 지옥이 그만큼 전면적이기 때문이었을까. 중앙정부의 차량 기술 개발 및 제도 정비와 더불어, 나는 표 1에 등장한 총 17개 도시에서 경전철에 속하는 도시철도 투자 논의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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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논의나 계획이 있었거나, 실제 공사가 시작되거나, 개통된 경전철 노선의 목록. 인천, 대구, 대전, 광주의 경우 90년대에 최초로 계획되었던 도시철도망 계획이 한 차례 재검토되어 시설규모가 축소되는 변화를 겪은 노선들이다. 서울, 부산의 경전철은 2018년 봄 현재 계획 단계의 노선을 제외했다.

표 1에 등장한 노선들은 도시와 그 속에서의 역할에 따라 크게 네 가지 부류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광역시의 후순위 간선 도시철도 노선(대구 3, 인천 2, 대전 2, 광주 2). 이들 노선은 모두 세금을 투입하는 재정 사업으로 추진되었고 추진중이다.

둘째, 서울과 부산의 지선 철도 노선. 이들은 이미 주간선 노선이 확립된 서울이나 부산의 도시철도 사각 지대를 깊숙하게 파고 드는 역할을 하게 된다. 서울은 사업의 상당수가 민간투자로 진행하지만, 부산은 재정 사업이 이뤄진다는 점이 이채롭다.

셋째, 광역시 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대도시의 독자적인 간선 도시철도 노선. 이 범주에는 전주와 창원, 넓게 보아 천안이 들어가는데, 이들은 2019년 현재 모두 사업을 포기한 상황이다.

넷째, 위성 도시의 보조 간선 및 광역망 접속 지선 노선. 경기도 지역 대부분, 그리고 부산-김해 경전철이 이 부류에 속한다. 지금까지 개통된 노선들은 모두 민간 투자를 활용했지만, 수원이나 성남은 노면전차 사업으로 사업 규모를 줄이고 재정으로 사업을 진행중이라는 점 또한 흥미롭다. 용인 경전철은 이 가운데 네 번째 부류에 속한다.

이들 네 유형의 사업은, 경전철의 니치에 대한 인식이 생각보다 넓은 범위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서울부터 특정시까지, 많은 도시들이 기존의 중대규모 도시철도망을 건설하기에는 부담스럽지만 버스로 처리하기에는 까다로운 축선에 도시철도를 공급하려 했다. 하지만 이들 계획 가운데 20년이 지난 2019년 현재 실제로 현실화된 노선은 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이들 가운데 기초시가 개입되어 있는 노선은 4개 뿐이며, 나머지는 서울과 부산, 그리고 광역시의 노선들이다. 버스망의 운영비가 급증하지 않는 한[1], 그리고 기후변화 속에서 철도망에 대한 요구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지지 않는 한, 노선을 포기했거나 논의가 흐지부지된 도시들이 경전철에 대해 다시 관심을 기울일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들 가운데 특별히 주목할만한 사례는 수도권에서는 바로 용인과 의정부다. 다른 노선들이 상대적으로 재정적 능력이 큰 서울이나 광역시에 건설된 노선인데 반해, 재정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초시의 능력만으로 건설된 노선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기술적 이유가 아니라 사업의 재무적 구조와 관련된 이유 때문에 상당히 긴 기간동안 홍역을 치뤄야 했다.

용인과 의정부: 실패의 오명 속으로

용인: 18년간의 표류기

용인 경전철은 무려 18년에 걸친 사업 기간 끝에 개통을 본 노선이다. 사업 시작 시기도 하남과 김해-부산 경전철(1992), 의정부경전철(93)과 비슷한 1995년일 정도로, 이 노선의 기반이 된 계획은 유서가 깊다. 하지만 이렇게 긴 기간은, 한국철도의 많은 사업이 그렇듯 철저한 준비를 위한 숙성의 기간이 아니라 장대한 표류의 시간이었다.

이 18년간의 이야기를 모두 자세히 다루기에는 할당된 지면은 너무 부족하다[2]. 논의의 요점을 추려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나는 장기간의 표류를 부른 원인의 핵심은 결국 다음 몇 가지 사항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