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각 궁체 중 하나인 『위씨오세삼난현행녹』 일부

장서각 궁체 중 하나인 『위씨오세삼난현행녹』 일부

한글은 1443년 조선의 4대 국왕 이도에 의해 창제되었다. 한편 한글 ‘서체’의 탄생과 발전을 들여다보면 그 중심에 여성이 있다. 조선시대 사대부 남성과 식자층은 한글보다 상위의 문자로 여긴 한자 위주의 문필생활을 이어갔다. 반면 여성과 어린이, 평민층 사이에서 한글이 활발히 통용되었고 특히, 궁 안의 내명부 여성들이 주고받는 문서와 편지에 붓글씨로 한글을 공들여 적으면서 글꼴의 형태적, 조형적 틀을 닦았는데 그것이 바로 ‘궁체’다. ‘궁체’는 오늘날 디지털 폰트의 ‘궁서체’로 복원되었고, 붓으로 쓴 한글 글씨의 이 양식은 명조체 폰트의 바탕이 되어 우리 일상 속 깊은 곳에 흘러 들어오게 되었다*(출처: 유지원, 『글자 풍경』, 159p, 을유문화사)*.

오늘날에는 디지털 폰트가 일상생활 속에 자리 잡으면서 한글 서체의 활용과 공공성이 극대화됐다. 그리고 여성 디자이너들은 여전히 한글 생태계의 중심에서 다양한 개성의 뛰어난 폰트를 제작하며 우리를 둘러싼 글자 환경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완성도와 활용도가 높은 폰트 중, 여성의 손으로 다듬고 만든 한글 폰트를 추천한다. 가장 고전적이고 무표정한 폰트에서 출발해 점점 캐릭터가 있고 독특한 시도로 제작된 폰트 순서로 나열했으며, 각 폰트의 간략한 특징과 함께 실제 여성이 만든 폰트가 어떻게 쓰였는지 여성 디자이너의 작업에서 찾아 그 활용 사례를 함께 소개한다.

<aside> 📎 일러두기 여러 한글 글꼴 중에서 주관적 활용성과 완성도를 고려해 선정하고, 디지털 활자체의 성격으로 저작권이 인정되어 구매할 수 있는 폰트들을 선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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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전편 「여성의 손으로 다듬고 만든 한글 폰트 추천-바탕편」 은 다음 페이지(클릭)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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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움체

흔히 ‘고딕’이라고도 불리는 ‘돋움체’는 바탕 계열과는 다르게 글자 끝에 부리가 없고 획의 굵기가 일정하여 바탕 계열 폰트들보다 뚜렷하고 돋보이는 효과가 있다 하여 이름이 붙었다. 한글 바탕체는 손으로 쓴 글씨인 ‘궁체’를 근간으로 다듬어지고 변주·발전된 것이라고 한다면, 돋움체는 먼저 확립된 서양의 산세리프 양식이 근대화를 통해 급격히 도입된 후 대응되어 탄생했고, 인쇄기술과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전과 관계를 맺으며 글자를 더 선명하게 보이게 하는 끝 돌기의 형태 및 유무를 결정하며 발전하는 양상을 보였다. 바탕 계열 폰트보다 글씨가 작게 사용되거나 멀리서 보았을 때 판독성이 좋아 거리의 간판이나 공문서, 디지털 환경에서 자주 사용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디지털 활자 서체에서 한글 돋움체는 근대화와 함께 급격히 탄생하여 정립되었지만, ‘한글’ 자체 역사를 거슬러 최초의 한글 창제 시기로 가면, 『훈민정음』 및 『석보상절』에서 관찰되는 글자의 모양은 과학적이고 기하학적인 창제 원리가 잘 드러나도록 쓰여 손글씨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돋움체의 특성과 맥이 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음 추천하는 폰트들은 한글 창제 시기의 기하학적 원리와 형태적 맥을 잇는 폰트로부터 시작해, 1900년대 인쇄기술에 영향을 받아 고안되었던 요소가 녹아있는 폰트, 그리고 현대의 자유롭고 개성 넘치는 폰트 순으로 정렬하였다.

AG 초특태고딕

노민지, 정하린 AG 초특태고딕 구입처 agfont.com

최정호가 만든 돋보임용 민부리 글자를 원도로, 네모 칸에 꽉 차도록 두껍게 제작된 폰트다. 70~80년대 인쇄기술이 지금과 같이 섬세하지 못하던 시기, 글자를 완성도 있게 인쇄하기 위해 글자 모서리 끝부분이 조금씩 굵어지도록 디자인했던 ‘인쇄 여분 띠’의 전통에서 또렷함과 개성을 현대에 맞게 한층 더 살린 것이 특징이다. 돋움 계열의 폰트 중 두께가 매우 굵은 편에 속하는 폰트로 ‘ㅃ’과 같이 획이 많은 경우 굵기를 평균보다 가늘게 조정하고 속 공간의 비례를 분배하여 뭉치지 않고 고르게 보일 수 있도록 했다.

AG 초특태고딕으로 조판한 문단

AG 초특태고딕으로 조판한 문단

AG 초특태고딕을 활용해 디자인한 〈FDSC.txt〉 카드뉴스 | 디자인: 노윤재, 이예연

AG 초특태고딕을 활용해 디자인한 〈FDSC.txt〉 카드뉴스 | 디자인: 노윤재, 이예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