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에 출석해 12시간의 조사를 받았다. 사상 최초의 제1야당 대표 검찰 출석이다. 소환 혐의는 성남FC 후원금과 관련된 제3자 뇌물공여다.
이 사건과 관련돼 이 대표가 검찰조사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이 대표는 이번 조사에 대해 “없는 죄를 조작하는 사법 쿠데타”라며 검찰을 규탄했다. 자신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검찰조사 뒤에 있다는 것이다. 정초부터 매서운 바람을 맞게 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이번 겨울을 어떻게 지나가게 될까?
성남FC 후원금 논란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18년, 두산건설과 네이버 등이 보유한 부지의 용도변경 등을 들어주는 대가로 성남FC에 후원금 160억원을 내게 했다는 의혹이다. 이 대표 측은 기업으로부터 받은 돈은 후원금이 아니라 적법한 광고비이며, 부지 용도변경은 성남시 지역경제를 위한 행정의 일환이었다고 반박했다.
해당 사건이 조사를 받게 된 것은 2018년 지방선거 전 바른미래당이 이재명 대표를 뇌물 혐의로 고발하면서부터다. 이후 경찰은 3년 간 수사를 진행했지만, 2021년 9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이 대표를 무혐의 처리했다. 하지만 고발인이 이의를 제기하며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다.
2022년 1월, 해당 사건 조사를 지휘하던 성남지청 박하영 차장검사가 돌연 사표를 내면서 논란은 다시 커졌다. 박 검사는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자신의 보완수사 요구를 막고 사건을 덮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신오수 당시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 반려를 지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검찰은 지난 2월 경찰에 보완수사를 지시했고, 9월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이 대표 송치를 결정해 12월 검찰 소환을 통보했다.
제3자 뇌물공여죄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제공하게 하면 성립하는 죄다. 의뢰한 직무집행 자체에 법적 문제가 없더라도 대가를 주고받게 되는 청탁이라면 부정하다고 본다. 당사자 간에 제공한 금품이 청탁의 대가라는 공통의 인식이 있어야 인정된다. 이 인식은 묵시적으로 이뤄졌다 하더라도 인정된다. 대가관계라는 양측의 인식 없이 금품을 제공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정한 청탁’이 성립되지 않는다.
성남FC 건에서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기업들로부터 청탁을 받아 성남FC(제3자)에게 후원금(뇌물)을 제공하게 했다고 보고 제3자 뇌물공여죄를 들고 나왔다. 범죄성립의 쟁점이 ‘부정한 청탁’ 여부에 있기 때문에, 이 대표가 당시 후원금에 청탁 의도가 있다고 인식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는지가 핵심이 된다.
우선은 ‘단일대오’로 대응하겠다며 이재명 대표를 보호하기 위해 뭉치는 모양새다. 10일 검찰 출석 현장에도 민주당 의원 30여명이 동행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당대표 개인 문제에 당이 동원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이 대표의 국회의원 출마 시기부터 민주당이 무조건 당대표를 보호하는 ‘방탄조끼’ 역할을 한다는 일명 ‘이재명 방탄’ 프레임을 내세워왔다.
국민의힘은 1월 임시국회 개최 역시 이재명 방탄을 위한 것이라 비판했다. 국회법에 의하면 국회 회기 중 국회의원을 체포하거나 구금하기 위해선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해 통과시켜야 하기 때문이다.민주당은 긴급 민생 현안 협의와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에 대한 대정부 질의를 위해서라며 1월 임시국회 개최를 단독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내세운 사안들은 임시국회를 열지 않고도 처리 가능하다며 임시국회는 체포동의안을 위해 개최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체포동의안을 포기하고 민주당과 이재명을 분리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재명이 자신의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당을 이용하며 일명 ‘사당화'를 행하고 있다는 부정적 여론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내년 총선을 고려하면 민주당에게도 이 대표에게도 좋지 않은. 프레임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 이 대표가 당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는 극소수다.
한편 이 대표가 기소되면 민주당-이재명 분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당헌 80조가 근거다. 당헌 80조는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는 직무를 정지한다는 조항이다. 그러나 당헌 80조 적용을 두고도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이재명 대표 관련 논란에 당헌 80조를 적용한다면 이 대표가 가져온 사법 리스크를 당에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소된 이 대표의 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부원장과 정진상 정무조정실장 역시 같은 이유로 당 측의 직무 정지 전 자진 사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