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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더 보일까?

모른다는 상태는 1차적으로 불안감을 주고 2차적으로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지식이나 직접 경험을 통해도 꼭 알게 된다고 할 순 없겠지만 공부해보자(해야하기도 한다) 비주얼 스토리텔링 영역인 영화는 그래도 아는 만큼 보이지 않을까라는 기대감과 함께.

전 세계 모든 콘텐츠가 거의 무료에 가까운 시대, 우리는 유튜브와 챗gpt로 무한한 정보를 제공받는다. 클릭 한 번이면 방금 미국에서 찍힌 영화 촬영 현장을 볼 수 있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고급 금융 서비스의 UX 설계 방식도 금세 배울 수 있다. 접근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지만, 인간의 기억력은 여전히 허술하다. 기록하지 않으면 까먹는다. 그래서 이 글은 기억을 위한 기록이고, 혹시나 비슷한 궁금증을 가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더 좋겠다.

프로덕션 디자인 회사에서 일한다. 덕분에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보고 듣고 느끼는 게 많다. 이걸 수준 높게는 아니더라도 진정성 있게 정리해보려 한다. 부담 가지면 못 하는 성격이라, 저널이자 오답노트 정도로 시작해보련다.


이번 주 주제는 "영화 제작에는 어떤 직업들이 있을까?"이다. 영화를 종합예술이라 부르는데, 엔딩 크레딧만 봐도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이 영화에 관여했다고?' 하고 놀랄 정도다. 예전엔 세트장 위치도 안 적히던 시절이 있었지만, 요즘은 제작 현장에 있는 거의 모든 이들의 이름이 올라간다. 노동에 대한 자의식과 존중이 깊어질수록, 크레딧은 길어졌다.

그립팀이라는 건 모르는 사람은 알 수 없는 직종이다. 업계 사람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팀이지만, 일을 시작하기 전까진 'Grip'이라는 단어조차 낯설었다. 알고 보니 이 팀 없이는 카메라가 움직이지도, 배우가 편하게 연기하지도 못한다. 현장에서 땀 흘리는 젊은 얼굴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전체를 한번 훑어보고 싶었다. 아래 글은 그 시작이었다. 영상 제작 소프트웨어 회사인 스튜디오바인더가 정리한 최고의 자료 중 하나다.

Ultimate Guide to Film Crew Positions (Jobs & Duties Explained)

현장에도 있고 이런저런 인터뷰도 찾아보니, 잘 만든 영화는 잘 만든 IT 서비스와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가 매일같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앱과 비교해보면 이번주 공부가 더 잘 기억되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 주는 영화와 금융 서비스를 비교해보았다.


좋은 비지니스는 최고의 예술이다

영화 <기생충>, 국민 금융앱 <토스>. 언뜻 보면 서로 다른 분야의 대표작처럼 보이지만, 이 둘은 놀랍게도 닮은 점이 많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4관왕,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고, <토스>는 복잡한 금융을 가장 쉽게 만든 앱으로 여러 상도 받았고 수천만 명의 사용자에게 간택 받고 있다.

높은 수준의 상품들은 '어떻게 만들었는가'를 보면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게 있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니. 앤디 워홀은 "좋은 비즈니스는 최고의 예술이다"라고 말했다. Fine art를 끝까지 밀어붙이면 commercial art가 되고, commercial art를 밀어붙이면 fine art가 되는 지점이 있다고도 한다. 우린 모두 노동을 하고 예술을 한다.

영화와 IT서비스 만드는건 닮은 구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