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용호 http://www.facebook.com/yonghosee

2020/06/04 17:22:25

SF영화에나 나오는 일이었죠. 전 지구적 사건으로 인류가 정지하게 되는 것은 말이죠. 오늘이 6월이고, 2020년이 시작된지 한참입니다만, 우리들의 올해 기억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코로나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아침에 뉴스를 쳐다보며 매일매일 어떻게 되는지 걱정하는 것이 일과였으니까요. 그랬던 코로나도 이제는 조금 소강상태에 접어든것 같습니다. 거리에 사람들도 많아보이고, 뉴스가 귀를 사로잡는 일도 조금 적어졌습니다.

흔히 죽을뻔한 일을 겪고나면 사람이 바뀐다고 말을 합니다. 이번 코로나는 전 인류의 죽을뻔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당연히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바뀌고 있습니다. 데이터에 관한 강의를 할 것이지만, 데이터 이전에 산업 전체가 어떻게 바뀔지를 먼저 그려봅시다. 그리고 그 변화에서 데이터가 어떤 역할을 할지 생각해봅시다.

미래의 양상을 예측할 때 좋은 방법중에 하나는 1년뒤보다 10년뒤를 예측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자율주행이 일부 차들만 지원하는 기능이지만 10년뒤에는 모두 전기, 자율주행차를 타고 있겠죠. 그런식으로 아래의 예측들도 앞으로 10년간 차츰차츰 일어날 변화들을 상상해보았습니다.

먼저 많은 공장들이 바뀔것입니다. 코로나는 중국에서 시작되었고, 때문에 중국이 가장 먼저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공장이 모여 있는 중국이었기에, 세계의 모든 것들의 공급이 멈추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에서 제조되던 TV들은 코로나 기간동안 값이 30% 가까이 뛰는 일이 있었습니다. 부품도 조립도 멈추었기에 공급을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어쨌거나 제일 중요한 것은 경제이고, 경제에서의 핵심은 생산성이었습니다. 생산성의 핵심은 적은 돈을 넣고, 많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죠. 때문에 공장은 노동력이 저렴한 곳에 모이게 됩니다. 그것이 중국이었죠. 하지만,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는 것의 위험을 제대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제 많은 공장들은 중국 이외의 아시아 지역으로 (동남아시아, 인도) 퍼지거나, 심지어 자국(미국, 유럽 등등)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가능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로봇으로 인한 제조의 자동화가 어떤 임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커다란 공장에서 실제로 필요한 노동인구가 로봇을 관리할 10명정도라면, 굳이 공장이 그 10명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중국에 있을 필요가 있을까요? 차라리 자국이나, 물류입지에 두는 것이 유리할 겁니다. 이미 있는 공장을 옮기는 정도(공장 자국 이전 : Reshoring 리쇼어링이라고 합니다.) 까지는 안하더라도, 새 공장을 지을 때는 적어도 그 점을 잔뜩 고려하게 될겁니다.

많은 공장들이 자국에 생기게 되었다고 가정해봅시다. 해외에 있을 때보다 물류비용이 절약되게 됩니다만, 그럼에도 더 쥐어짜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우리나라 수십, 수백개가 합쳐놓은 사이즈의 나라니까, 그정도쯤 되면 자국내 배송도 보통일이 아닙니다. 요즘 테슬라가 어쩌고, 오토파일럿 기능이 어쩌고 하지만, 사실 정말 산업적 임팩트가 큰 것은 물류 트럭의 자율 주행화 입니다. 특히나 고속도로에서의 자율주행기능은 이미 상당히 안정적이기 때문에, 이미 사람없는 물류트럭과 관련해 상당량의 테스트도 이루어져 있습니다. 공장에서 고속도로까지 올려주는 부분만 사람이 담당하고, 거기서 부터 다른 도시까지는 인공지능이 운전해도 됩니다. 역시 도시 경계까지만 머신이 운전해주면, 거기선 다시 사람이 올라타서 최종까지 인도하면 됩니다. 이러면 트럭 100대를 도시간에 쏘아도 사람 5명이면 커버가 가능해집니다. 물류비용이 0에 수렴해지는 시대가 오게 됩니다.

로봇이 생산하고, 물류가 시스템화 되면, 재고를 둘 필요가 없어집니다. 주문이 들어오는 순간 생산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들어오는 순간 생산해도 된다면, 굳이 하나의 물건을 수백개를 만들어 쌓아서 창고비용을 발생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고객의 개인화된 주문과 공장의 생산과 물건의 배송이 일괄적으로 연동되는 체계가 완성이 되며, 커스터마이즈(customize : 개인별 요구 사항에 기반한 제작)에 대한 자유도가 훨씬 더 커질것입니다.

커스터마이즈의 자유도가 커진다는 것은, 그 자유도를 고객이 직접 다룬다는 뜻은 아닙니다. 베스킨라빈스가서 31개의 맛을 조합하는 것이 재미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베스킨을 처음간 사람에겐 어려운 시험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적절한 조합을 서비스 공급회사가 미리 셀렉션해서 2-3개의 좋은 세트를 미리 만들어 제시해야할 필요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이를 잘 찾아주는 서비스도 크게 발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