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만한 집에서 안전하고 평화롭게 존엄을 누리며 생활할 권리가 있다. 주거권에 나이는 상관없다. 청소년도 주거권을 보장받아야 할 시민이다.

가정 복귀와 시설 수용의 이분법만 고수하는 청소년 보호 정책은 정작 청소년을 보호하지 못한다. 폭력이나 방임, 통제를 피해 가정과 시설에서 탈출한 청소년은 거리에서 다시 각종 위험과 폭력, 혐오와 차별을 마주한다. 오늘 하루 머물 곳을 운에 맡겨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안전과 평화, 존엄을 지키기 어렵다. 아무리 좋은 시설도 집은 아니다.

청소년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문제다. 사회가 청소년의 위기를 외면하고 마땅한 책무를 다하지 않았기에 위기는 재난으로 이어진다. 주거정책에는 청소년이 없고 청소년 복지에는 주거가 없다. 이 거대한 빈틈이 많은 청소년의 삶을 폐허로 내몬다.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은 바로 이러한 현실에 맞서기 위해 닻을 올린다. 청소년에게 주거권은 현재를 재건하고 내일을 설계할 삶의 토대이자 더는 유예될 수 없는 기본적 인권이다. 우리는 오늘, 청소년-집-인권을 연결한 연대체였던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의 활동을 이어받아 청소년 주거권 운동을 본격적으로 펼칠 상설단체로서 ‘온’을 창립한다.

1) ‘온’의 취지와 목표

(1) 우리는 청소년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며, 청소년이 이 사회의 시민으로 존중받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인권단체로서 활동한다.

(2) 우리는 청소년이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청소년 주거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한다.

(3) 우리는 주거위기를 겪는 청소년에게 시설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차별과 불평등에 맞선다. 시설중심사회와 시설 밖에서도 청소년에게 시설화된 삶을 강요하는 사회를 바꾸는 탈시설 운동으로 나아간다.

(4) 우리는 청소년과 함께, 청소년이 권리의 주체로서 활동해 나가는 것을 지향한다.

2) ‘온’이 외치는 청소년 주거권 보장 원칙

청소년 주거권은 ‘집다운 집에서 살 권리’로부터 멀어져 있는, 즉 주거위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의 삶으로부터 출발한다. 우리는 아래에서 정의한 청소년 주거권 보장 원칙이 실현되지 않은 모든 상태를 주거위기로 정의한다. 특히 정해진 거처 없이 거리 생활을 유지하거나, 타인의 임시적 호의에 기대어 잠자리를 해결하거나, 보육원이나 쉼터 등 시설에서 생활하거나, 고시원이나 원룸텔 등 비적정 주거환경에 머물러야 하는 상태를 심각한 주거위기로 규정한다.

우리는 청소년의 주거위기를 탈가정, 비행 등 당사자의 선택과 도덕성 문제로 접근하는 것에 반대한다. 국가의 주거보장 시스템 부재, 사회적 책임 회피, 가정 내 폭력 등 청소년의 주거권을 보장할 책임이 있는 주체들이 마땅한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구조적 문제임을 명확히 한다. 이에 청소년의 실질적 주거권 보장을 위하여 아래와 같은 지향과 원칙을 제안한다.

  1. 보편적 권리로서의 주거권

주거권은 모든 인간 개개인의 권리다. 부모나 보호자에게 의탁된 존재가 아닌 독자적 개인으로서 청소년의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권리보장을 유예해선 안 되며, 즉각적 실현을 위한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 국가는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청소년 주거권 보장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1. 주체성과 자기결정권

‘누구와 함께, 어디서, 어떻게 살지’ 선택하고 결정하는 권한은 청소년 자신에게 있다. 선택권이 제대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거 대안이 열려야 하며, 각 대안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설명이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선택의 과정에서 외압이나 강제가 없어야 하며, 주거 대안을 찾는 모든 과정에서 청소년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선택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청소년의 시행착오나 문제제기를 인정하고, 다시 탐색하고 선택할 기회 역시 보장되어야 한다.

  1. 차별과 혐오,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주거

어떠한 주거에서든 청소년이 자기 삶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며, 모든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국가는 정체성이나 경제적 상황 등에 따른 혐오나 낙인, 차별이 뒤따르지 않도록 주거를 공급해야 한다. 청소년이 사는 집이나 지역ㆍ사회는 물리적ㆍ정서적 폭력으로부터 안전해야 하며, 각종 폭력으로 인한 위험이 발생할 경우 언제든 공적 지원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전을 위한 지원은 청소년의 권리 보장을 전제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