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애매하다"라는 사람이 되는 것/ 보여지는 것을 매우 경계해왔다.

어렸을 때부터 여러 나라/ 동네에서 살아왔다보니 정체성 혼란도 있었고, 그냥 환경이나 성격이 어렸을 때부터 이것저것 해보며 자라온 것도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국영수 학원은 물론이고 수영, 검도, 벨리댄스, 미술, 플룻, 피아노, 오카리나를 일주일 내내 했었다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지금도 가만히 못 있나보다.)

지금은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지만, 그 전까지는 일종의 컴플렉스였다. 여러가지를 하는 사람보다는, 하나를 기깔나게 잘 하는 사람이 멋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20대 중반부터 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위해 경력쌓기, 자격증, 석사에 매우 집착했다.

그러던 도중 올해 여름쯤이었나,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을 정도로 아주 큰 상처가 되는 말을 들었다.

"너는 애매해."

보통 상대방이 무언가를 이야기할 때는 웬만해서 이해하려고 하는 편이지만, 나는 "애매하다"는 표현을 정말 싫어한다고 대답했다.

"너는 이것도 저것도 관심이 많잖아. 스페셜리스트는 연구원같은 사람이야. 하나에 집중했을 때 다른 것이 안 들리고, 안 보이는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애매하다는거야. 애매하게 먼저 살아봤는데, 이렇게 사는 것도 방법이야 나쁘지 않아"

죄송하지만 나는 "애매하게 살고 싶지 않고, 나쁘지 않게 살고 싶지도 않다"고 강력하게 반박했지만, 상대방은 크게 관심이 없는 듯 했고,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말 한마디가 이렇게 사람을 좌절시킬 수 있는건가 싶었다. 경력, 자격증, 공부에 그렇게 열심히 매달려왔는데, 무엇을 위해 살아왔나 싶었다. 결국 내가 가장 경계해온 애매한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밖엔 안 들었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울며 말했다 나는 애매한 사람이라고, 어떡하냐고

별의 별 일을 같이 겪었기에 나를 제일 잘 알기도 하고, 뭐가 그렇게 심각하냐며 친구는 말했다 **"왜 멀티플레이어라는 말 두고 애매하다는 표현을 써? 그리고 그 사람은 널 얼마나 안다고 그렇게 단정을 짓는거야?"

그렇게 말 한마디가 나를 다시 살리더라.**

아 나는 애매한게 아니다. 멀티플레이어다. 없는 것을 탐하기보다는 잘 하는 것을 자신있게 가꿔가고, 보완해서, 대체불가능한 사람이 되자고. 나는 나로 잘 단단하게 살아가자고

새삼 나는 나의 가족,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존재할 수 없는 나약한 사람이다.

늘 감사하고, 더 잘 해야겠다

그리고 날 잘 알지 못 하면서 나를 평가하고 정의하는 사람들은 멀리해야겠다.. 너나 잘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