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온라인에서, 체육관에서 준비한 수업은 끝이 났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평창에서 수업만 하지 않았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더 깊은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볼링을 치고 점수 내기를 하기도 했구요. 또 여행하는 선생님들끼리는 특별한 펜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희들의 놀이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번외편은 여러분과 추억을 회상하며 수다를 나눌 수 있는 시간으로 마련했습니다.

1. 여행이 별건가요?

평창에 대한 첫인상은 '평화로움'이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그저 '살던 곳'이기에 평창의 이방인인 저희들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도 저희와의 시간이 여행처럼 느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는 여행의 묘미를 식탁으로 만들어 나갔습니다. 경원쌤이 처음 제안하셨을 땐 다소 걱정이 됐습니다. 하지만 체육관에서 4시간을 홀딱 보내고 난 뒤 저희 모두는 음식에 눈을 떼지 못했고...(이하 생략)

맛있는 한끼들 가득 모인 6개월 식탁

평창고에는 닭갈비 집이 여럿 있습니다.

평창고에는 닭갈비 집이 여럿 있습니다.

아.. 또 먹고 싶다..

아.. 또 먹고 싶다..

이 식탁은 저희 8명이 모두 처음 모인 자리! 큰 의미가 있었답니다.

이 식탁은 저희 8명이 모두 처음 모인 자리! 큰 의미가 있었답니다.

여러번 먹었지만 항상 실패 없는 음식이었습니다.

여러번 먹었지만 항상 실패 없는 음식이었습니다.

비빔밥은 무조건 보리밥이죠.

비빔밥은 무조건 보리밥이죠.

함께 식사를 하며 체육관에서 하지 못한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일어났던 일들, 학교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 등등. 그리고 대학생활에 대해 물어보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체육관에서는 사뭇 진지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면 체육관을 벗어난 공간들은 일상적인 이야기들로 채워 나갔습니다. 식당까지 함께 걸어가며 나눈 대화와 음식을 기다리며 나눈 대화, 음식을 다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과 '다음에 또 보자'고 건넨 대화. 이는 모두 식탁이 만들어준 대화였습니다.

이제 먹었으니 소화 시켜볼까?

학생들과의 볼링 게임 시간!

학생들과의 볼링 게임 시간!

밥 먹는 것으로 부족했던 걸까요? 하루는 밥을 다 먹고 볼링을 치러 갔습니다. 서로의 플레이에 응원을 건네며 공이 다 쓰러질 때까지 지켜보는 것. 결과에 상관없이 하이파이브를 치며 '잘했다'고 말하는 것. 볼링을 치며 볼링과 여쌤 사이에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이 외에도 새로운 장점을 보여주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체육교육과를 희망하는 친구가 볼링을 어려워하는 친구에게 차근차근 동작을 설명해주며 뿌듯함을 느끼는 장면을 봤습니다. 교육이 더 다양한 환경에서 일어나야 함을 알려주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2. 여행은 잘 쉬는 것이 필수다.

저희의 숙소는 단순히 잠을 자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하루 일과가 모두 끝난 후에는 쉼과 새로운 수업을 위한 준비를 함께했습니다. 종종 요리하며 생기는 즐거운 에피소드는 덤이었지요.

숙소 사장님께서 제공해주시는 한 잔의 차로 저희는 수업이 끝났음을 알았습니다. 차의 평온함으로부터 다음날을 시작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숙소 사장님께서 제공해주시는 한 잔의 차로 저희는 수업이 끝났음을 알았습니다. 차의 평온함으로부터 다음날을 시작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한 잔의 차로 각자의 하루를 마무리하고, 저희는 다시 거실에서 만납니다. 오늘 하루 아쉬웠던 점, 학생들이 보여준 작은 변화,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수업에 대한 방향성을 잡는 것. 경원쌤으로부터 직접 듣는 현재 도서산간 지역의 교육, 나아가 대한민국의 교육까지. 지친 날도 있었지만 이렇게 두서없는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저희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더욱 명확해지기도 했습니다.

숙소에서 직접 만든 아침 식사.

숙소에서 직접 만든 아침 식사.

함께 요리를 하고  함께 나눠먹은 쉼의 순간

함께 요리를 하고 함께 나눠먹은 쉼의 순간

저희들의 이야기는 이만 마치려고 합니다. 문득 아카이빙 계획을 하면서 체육관이 아닌 곳에서 저희가 무엇을 했는지 이야기하고 싶어졌고, 저희의 진심이 닿길 바랐습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과 응원으로 저희는 수업 이외에 시간에도 풍족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도서산간 지역의 청소년들이 제한된 커뮤니티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 있게 그리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도록 6개월간 함께했습니다. 6개월 동안 여러 수업을 준비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학생들이 스스로 표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확실한 단 한 사람이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저희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