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다." 당연한 명제로 보이겠지만 이 명제가 참이려면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합니다. 이번 주 설명을 위해 소환할 인물은 기하학의 아버지 유클리드입니다. 유클리드는 기원전 사람으로 그가 쓴 기하학원론
은 19세기 말까지, 그러니까 거의 2,000년 가까이 기하학의 교과서로 사용됐어요.
기하학의 아버지 유클리드. 눈매가 깐깐해 보인다.
유클리드에 대한 유명한 일화가 있죠. 당시에도 워낙 기하학과 수학의 대가로 알려져서 이집트에서도 강연을 요청할 정도였는데, 당시 이집트의 왕인 프톨레마이오스가 기하학이 너무 어려워서 이렇게 물어봤답니다. "이보게 유클리드 양반... 기하학을 쉽게 배우는 방법 뭐 없을까?" 그러자 깐깐한 눈매를 한 유클리드가 대답했죠. "왕님아... 길에는 왕이 다니도록 만들어놓은 왕도가 있지만, 기하학에는 왕도가 없어요."
이런 초특급 위인도 기하학엔 왕도가 없다고 했으니 우리 같은 범인들은 열심히 공부해야죠. 아니 그래서 왜 유클리드냐 하면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도인 경우는 유클리드 공간에서만이기 때문이죠. 유클리드 공간이 무엇이냐 하면 기하학원론
에 등장하는 5가지 공리가 있는데, 이 공리들을 만족하는 공간을 의미해요. 공리라는 단어가 생소할 수 있어요. 공리란 가장 기본적인 명제, 따로 증명이 필요없는 일종의 자명한 진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사실 기하학원론
에서 등장하는 건 공리가 아니라 공준이지만, 이건 어려우니 PASS!
<aside> 💡 1. 어떤 한 점에서 어떤 다른 한 점으로 선분을 그릴 수 있다. 2. 임의의 선분을 선을 따라 다른 선분으로 연장할 수 있다. 3. 어떤 한 점을 중심으로 하고 이에 대한 거리(반지름)로 하나의 원을 그릴 수 있다. 4. 모든 직각은 서로 같다. 5. 선 밖의 한 점을 지나 그 직선에 평행한 직선은 단 하나만 존재한다.
</aside>
그중에 우리가 집중해야 할 건 마지막 5번째 공리입니다. 이른바 평행선 공리라고 부르는 녀석인데 선 밖의 한 점을 지나 그 직선에 평행한 직선은 단 하나만 존재한다.
라는 문장입니다. 19세기 말 평행선 공리를 만족하지 않는 공간에서의 기하학도 존재한다는 게 증명되면서 비 유클리드 공간
이 탄생합니다. 그리고 이 비 유클리드 공간
에서는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더는 180도가 아니죠.
무서워보이는 리만 변형은 넘어갑시다
위의 그림을 봅시다. 맨 위쪽의 일반 평면의 삼각형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런 삼각형, 즉 내각의 합이 180도인 녀석입니다. 하지만 밑의 두 놈은 좀 달라요. 비 유클리드 공간
의 삼각형은 구면 공간에선 내각의 합이 180도보다 커질 수 있고, 쌍곡 공간에서는 180도보다 작을 수 있습니다. 이렇듯 공간에 따라 우리가 알고 있는 개념이 달라지는 경우가 생겨요. 그리고 그 공간에 맞춰서 사용되는 좌표계도 달라지죠.
유클리드 공간은 주로 직교좌표계와 극좌표계가 사용됩니다. 그리고 비 유클리드 공간의 대표적인 좌표계는 구면좌표계죠. 지난주 살펴봤던 직교좌표계와 극좌표계 사이의 차이점을 떠올려보면 같은 공간 안에서 좌표계가 달라져도 의미가 달라지는데, 심지어 사용되는 공간이 달라지면?! 훨씬 더 복잡해질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안타깝게도 구면좌표계가 데이터 시각화에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하지만 데이터 저널리즘팀에서 자주 사용하는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 즉 지리정보시스템의 시작은 구면좌표계입니다. 그래서 다음 주에 다룰 주제는 바로 이 구면좌표계와 GIS 프로그램입니다. 다음 주까지 다들 안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