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강한 두 그래프의 대결
저번 주 데카르트가 발명한 직교좌표계에 이어서 이번 주에는 좌표계에 그려진 그래프 이야깁니다. 자, 우선 위에 그려진 두 개의 그래프를 살펴봅시다. 왼쪽의 그래프는 우리가 자주 본 막대 차트(Bar Chart)
입니다. 엄밀히 얘기하면 한 막대에 여러 요소가 쌓여 있는 Stacked Bar Chart
인데요, 이를테면 연도별로 어떤 치킨🍗브랜드가 잘 나갔는지를 차트로 그린다면 이 차트를 사용할겁니다.
그렇다면 오른쪽 녀석은 뭘까요? 뭔가 멋져 보이지만 한눈에 이해하기는 어려운 그래프죠? 녀셕의 이름은 콕스콤 차트(Coxcomb Chart)
입니다. Coxcomb은 멋 부리는 사람을 뜻하는데 어원은 수탉(Cock)의 볏(Comb)이라고 하는데, 잘 살펴보니 닭의 볏을 닮은 것 같기도 하군요. 다른 이름도 있습니다. 그래프가 장미잎을 닮았다고 해서 Rose Chart
라고도 합니다. 때로는 Rose Chart 앞에 어떤 위인의 이름이 붙기도 하는데요. 바로 이 그래프 형태로 시각화 보고서를 만든 나이팅게일! 나이팅게일 이야기는 잠시 뒤에 하겠습니다.
피곤해보이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1860년대, 사진)
저번 주 좌표계에 이어서 갑자기 웬 차트 설명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두 그래프는 사실 같은 그래프라는 것! 단순히 좌표계만 다를 뿐입니다. 왼쪽의 녀석은 직교좌표계, 오른쪽 녀석은 극좌표계에 그려진 차트일 뿐, 사실상 같은 내용을 전달하는 그래프입니다. 한 번 머릿속에서 상상을 해 보세요. 막대 차트를 피자 조각으로 만든 뒤, 한 점을 중심으로 배치해보면? 바로 콕스콤 차트가 될 겁니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두 그래프는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아직 소개해 드리지 못한 여러 좌표계와 그에 따라 달라지는 그래프 이야기는 다음 주에 이어가보도록 하고... 우선 이번 주는 두 그래프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두 요소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확인하려면 직교좌표계의 막대 차트가 더 유용할 겁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패턴을 파악할 때는 콕스콤 차트가 좋을 거예요. 패턴 파악의 강점이 여실히 드러난 예가 바로 밑의 그래프입니다.
나이팅게일의 사망 원인 도표, 나이팅게일은 통계학자이기도 했다
이 그래프가 바로 나이팅게일이 그린 DIAGRAM of the CAUSES of MORTALITY
입니다. 1853년부터 1856년까지 크림반도에서 발생한 크림 전쟁
을 겪고 난 뒤 나이팅게일은 영국군의 건강에 관련된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의료 통계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윌리엄 파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이 도표도 그 보고서에 포함돼있었죠.
한 개의 피자 조각은 1개월을 나타냅니다. 조각 안의 색깔은 사망 원인을 뜻하죠. 붉은 부분은 전투 중 부상으로 인한 사망, 검은색은 기타 원인으로 인한 사망, 그리고 파란색은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입니다. 3년간의 전쟁을 벌였지만 가장 많은 사망원인은 전투가 아닌 전염병! 콕스콤 차트로 보니 그 영역이 훨씬 강조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aside> 🐣 콕스콤 차트를 만든 건 나이팅게일?
백의의 천사로 알려진 나이팅게일은 통계학자이기도 했습니다. 위의 그래프가 포함된 보고서를 작성한 뒤 통계 시각화에 공헌했다는 이유로 영국 왕립 통계학회 최초의 여성 회원으로 선출됐습니다. 미국통계학회의 명예 회원이기도 하죠!
</as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