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여진 인터뷰 Written Interview

midiDICE(미디다이스)는 2017년 결성된 '창작하는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미디어 프로젝트 팀으로, 디자이너 박주연·현지윤 및 개발자 김창민·민현기 4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생성 음악, 웹 및 인공지능을 통해 창작자와 감상자를 잇는 작업을 진행해왔으며, 창작하는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람이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규정하는지 기술은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살펴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20년 "인공지능과 사랑(AI X LOVE)"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아트센터 나비의 <AI X LOVE Hackathon>에 참여한 midiDICE는 "사랑(Love)"을 "관계"로 해석하여, 팬데믹으로 도래한 비대면 시대의 인공지능을 활용한 커뮤니케이션을 모바일 웹 <두들링(Doodlering)>(2020)으로 제안한다. <두들링(Doodlering)>은 인공지능이 생성한 문장의 빈칸을 스케치로 채우는 인터랙티브 그림책 생성기로, 관람객들은 일종의 게임을 체험하며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속 발생하는 마찰을 경험했다.

이번 비하인드에서는 전시를 통해 모두 다 전달하지 못한 작가들의 생각과 이야기를 짧게나마 기록하고자 한다.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쓰여진 인터뷰"를 만나보자.

🖼️ [작품] <두들링(Doodlering)> 보러가기 (Click)

Q1. 기술은 우리에게 인간다운 삶으로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을까요? 사회를 좀 더 이로운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 것일까요? 창작자로서 창작의 주체, 도구, 협력자 외 인공지능 기술이 갖는 새로운 가능성은 무엇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A. 이전에는 인공지능에 접근할 때 주로 창작 도구 혹은 주체를 지닌 협력자로서의 가능성에 집중했었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장밋빛 미래에만 집중하기에 2021년의 인류는 너무 멀리 왔다고 생각합니다. 얼굴 인식 기술이 인권 탄압에 사용되기도 하며, 언뜻 중립적으로 보이는 알고리즘이라는 간판 뒤에서 기존의 사회적인 억압이 담긴 데이터 세트를 그대로 학습함으로써 차별을 더욱 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또한 탄소 배출 등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을 접하다 보니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작업에 반영하는 방식에 대해 좀 더 조심스러워진 편입니다. 인공지능을 실재하는 기술이 아니라 미래적인 무언가, 혹은 주체를 지닌 대상으로서 나타내는 시각은 마치 데이터 세트나 알고리즘이 중립적이라는 착각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머신러닝에 사용되는 데이터를 선별하고 모델을 학습시키는 행위는 현실의 인간이 손수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반드시 어떤 방식으로라도 인간의 시각이 반영되어있기 마련입니다. 창작자가 인공지능을 다룰 때 이러한 측면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이 가지는 가장 매력적인 가능성은 '경향성을 재발견하는 수단'으로서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시적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어떤 추세를 발견하고, 이미 데이터 세트라는 형태로 존재하는 현실의 경향이나 관점을 인공지능을 통해 재발견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데이터를 되먹임하는 과정을 통해 이 모든 과정을 인터랙티브하게 나타낼 방법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이 인공지능 기술의 가장 큰 가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이 생성한 문장의 빈칸에 대한 관람객의 그림을 해석하는 인공지능

인공지능이 생성한 문장의 빈칸에 대한 관람객의 그림을 해석하는 인공지능

Q2. 2020년 올 한 해 동안 아트센터 나비와 함께한 한 해 셨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나비와 함께 하게 된 동기나 계기가 어떻게 되시나요? 혹은 나비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A. 이 프로젝트는 '사랑'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입자가 무엇일지 생각해보면서 시작했습니다. 사랑을 더는 쪼갤 수 없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로 나눈다면, 그건 어떤 모습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커뮤니케이션, 즉 나의 의도를 타인에게 표출하고 이를 타인이 해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의 기본 입자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하면서, 역설적으로 사랑이라는 개념을 굉장히 포괄적으로 해석하게 되었습니다. 꼭 로맨스나 성애적인 사랑이 아니더라도, 관계와 친밀감까지 포괄하는 넓은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두들링>은 그래서 사랑의 가장 기본 단위인 커뮤니케이션이 코로나 이후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한 은유입니다. 코로나 이야기는 조금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2020년에 진행한 프로젝트라서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행위가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키보드 자동 완성이나 회상 회의실의 가상 배경 등의 인공지능 기술 또한 이미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일상적으로 개입하고 있습니다. 사랑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커뮤니케이션에 인공지능이 개입하면서, 사람들이 타인의 의사를 해석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Q3.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혹은 작품을 제작하면서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두들링>의 주제는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것입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작업을 준비하면서 4명의 팀원 모두 한 번도 같은 자리에 모인 적이 없이 오직 비대면으로만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화상회의를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은 있으나, 시작부터 끝까지 한 번도 직접 만나지 않은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팀원들이 직장인과 대학원생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자 시차가 있는 서울과 뉴욕에 흩어져있다 보니 온라인 회의를 위한 시간을 잡는 것이 가장 까다로웠습니다. 또, 온라인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만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문서화에 신경을 많이 써야 했습니다.

덧붙여 기술적인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처음의 <두들링>은 링 형태로 사용자들이 둘러앉아 스케치를 주고받으며 비대면 플레이와 대면 플레이에서의 경험을 비교해보는 실시간 웹 게임이었는데, 해당 기획안으로 개발을 진행하다 보니 한정된 시간 내에 해결하기 힘든 기술적인 어려움을 마주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결국 실시간 플레이 관련 아이디어를 접어두고 현재의 기획안으로 중간에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따라 대면 전시가 불가능하게 되어 대면 플레이 요소는 아예 제외하기도 했으며, 서버비 지원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기존에 주로 사용하던 클라우드 서비스와 다른 국내 서비스를 사용하며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