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여진 인터뷰 Written Interview

최재훈(Jaehoon Choi)은 사운드와 음악을 중심에 두고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서 작업을 하는 사운드 아티스트이자 컴퓨터 음악가이다. 2020년 아트센터 나비 <창의인재 동반사업>에서 멘티로 함께한 최재훈은 지난《Play on AI》展에서 이전부터 진행해온 붓과 관련된 연작의 세 번째 작품 <브러싱 III(Brushing III)>(2020)을 선보였다.

온라인 전시의 비하인드에서는 전시장에서 보여진 <브러싱 III>을 통해 미처 다 전달하지 못한 최재훈 작가의 생각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나마 기록하고자 한다. 최재훈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쓰여진 인터뷰"를 만나보자.

🖼️ [작품] <브러싱 III(Brushing III)> 보러가기 (Click)

Q1. 이번 전시에서 <브러싱 III(Brushing III)> 작품을 선보이셨는데요, 작품에 들어간 기술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작품의 기술 구현은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나요?

A. 이 작품은 제가 작년부터 진행해온 붓과 관련된 연작의 세 번째 작품입니다. 이 작업에서 저는 관객들이 붓을 칠하면서 느끼게 되는 어떤, 내면으로 집중하게 하는 경험을 청각적으로, 또 움직임으로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붓의 마찰 소리를 수음하여 관객이 헤드셋으로 공감감있게 느끼게 처리하였고, 제가 자체 제작한 압력 센서를 통해 붓의 압력을 측정해서, 그 입력값이 delay 이펙트를 조절해서, 몸의 움직임이 가지는 리듬감의 요소가 소리에 반영되도록 하였습니다.

하드웨어적으로는 제가 커스텀으로 만든 FSR 압력 센서가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또 한 뒤에 있는 회로도 제가 직접 설계한 PCB 기판으로 구성이 되어있고, Teensy 마이크로 프로세서에서 입력값들이 처리됩니다.

오디오 단에서는 Max/MSP 로 작업을 하였고 Spat의 binaural rendering 으로 공간감있는 음향적 경험을 헤드셋으로 구현하였습니다.

<브러싱 III> 작품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Q2. 이번 작품이 브러싱(Brushing) 연작의 세 번째 작품인 만큼 이전 시리즈인 브러싱 I과 II에 대한 내용도 짧게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A. 브러싱(Brushing) 연작의 첫 번째 작품 <브러싱(Brushing)>은 “mapping과 real-time이라는 요소가 어떻게 퍼포먼스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한 작품이고 촉각, 색깔, 청강 등과 같은 붓을 칠하는 행위가 가진 요소를 공연에 활용하였습니다. 기술적으로는 color detection 기술을 활용해서, 3가지 다른 색깔의 길이에 따라 3가지 다른 소리가 실시간(real-time)으로 합성(synthesize)되는데, 색을 칠하고 또 가리는 행위, 그리고 다른 effect의 trigger가 되는 색깔을 또 추가했을 때의 극적인 효과 등을 퍼포먼스 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브러싱(Brushing)>(2019) 영상

<브러싱(Brushing)>(2019) 영상

브러싱(Brushing) 연작의 두 번째 작품 <브러싱 II(Brushing II)>는 “공간적 표현”이라는 주제에 대한 탐구에서 나온 작품입니다. 시간예술로서의 전통이 강한 음악/사운드 예술에서, 작가는 시간에 대한 설계가 배제된, 오직 공간으로서 존재하는 사운드 아트 작품을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항상 존재하면서도 변화하고, 또 관객의 행위에 대해 청각적으로 반응하는 작품을 만들고자 하였고, 이를 위해 오디오 피드백 현상을 활용하였습니다. 오디오 피드백 현상은 마이크와 스피커가 마주 볼 때 발생하는데, 일반적으로 소리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됩니다. 하지만 여러 음향적 테크닉을 통해 작가는 소리가 무한대로 커지지 않고 유지되면서도, 그 소리가 관객의 말소리 나 현장 소리를 잡아먹지 않는 수준을 유지하는 방법을 개발했으며, 또한 마이크로 수음된 소리는 여러 필터를 통해 변형되어서 공간으로 울려 퍼지게 되고, 관객의 소리가 크지 않은 상태에서도 bit-crunching과 undersampling 을 통해서 공간을 채운 피드백 사운드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형태를 띠게 됩니다. 이 설치의 중앙에는 탁자, 붓 웹캠 그리고 피에조(piezo) 가 부착된 나무 판자가 바닥에 있는데, 관객은 그 위에서 붓질을 할 때 그 발소리 또한 공간에 울려 퍼지게 되고, 붓 하는 행위도 웹캠을 통해 감지되어서 실시간으로 합성된 (synthesize) 소리를 내게 됩니다. 붓을 칠하는 행위는 관객이 더욱 적극적으로 공간에 개입하는 가능성을 제공하며, 살아있는 것처럼 존재하는 공간의 소리에 퍼포먼스 적인 요소도 부여하게 됩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사운드의 표현을 시도해 보았고 성과도 있었지만, 웹캠을 통해 붓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붓의 움직임을 더욱 정교하게 감지할 수 있다면 표현의 폭이 넓어질 수 있겠다는 이 생각이 이번에 전시하게 된 <브러싱 III(Brushing III)> 프로젝트의 시작이 되어주었습니다.

<브러싱 II(Brushing II)>(2019) 영상

<브러싱 II(Brushing II)>(2019)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