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버(mover)

노혜리 미술작가


#서울 #뉴욕 #이동 #방문자 #연결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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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서울에 길게 머무르고 있습니다. 서울을 방문하는 사람이 된 지 7년차입니다. 지금 살고 있는 뉴욕에서 저는 계속 이 도시가 얼마나 서울과 닮아 있는지를 꼽고 말합니다. 지하를 벗어나 갑자기 큰 강을 건너는 지하철 밖 풍경이나 강변을 따라 이동하는 차 안에 있을 때 서울을 떠올립니다. 어딜 가나 사람들로 북적이고 늘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가득한 두 도시는 서로 제법 비슷합니다.

뉴욕에 있을 때는 한국 뉴스를 부러 챙겨 봅니다. 서울에 머무르니 미국 뉴스를 찾아보게 됩니다. 가끔은 떨어져 있을 때 더 가깝게 느껴지고, 만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을 때 오히려 열심히 만나게 됩니다. 제 머릿속에서 친구들과 저는 아직 7년 전에 있습니다.* 서울에 올 때마다 만나는데도, 우리가 더 이상 학교 앞 같은 동네에 살지 않는다는 것을 여전히 낯설어 하고 출근시간이 있고 운전을 한다는 것에 놀랍니다.

“손 많이 컸네. 너도 손 크진 않구나.”** 13년 만에 마주한 아버지와 나. 그 사이에 놓인 서울과 로스앤젤레스, 한국어와 영어, 낯섦과 익숙한 기억. 그 장소적, 시간적 간극에 어떤 형식을 부여하기 위해 사물을 만들고 말을 하는 퍼포먼스를 시작했습니다. 그때의 저는 서울이었는데 지금은 서울의 변화를 수개월에 한 번씩 띄엄띄엄 목격하는 방문자가 되었습니다.

장소에 대한 기억은 특정한 시간과 맞닿아 있고 이동하는 사람은 이곳저곳에서 계속 시간차를 발생시키고 느끼며 나아갑니다. 이동하는 사람이 나르고 지탱하는 것을 종종 생각합니다. 저곳에 있으면서 이곳을 계속 마음에 품고, 이곳에 없는 동안에도 이곳에 있는 방법을 우리는 찾아냅니다. 지속적인 방문자로 끊임없는 연결을 만드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때 우리는 사실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션 브엉(Ocean Vuong)의 시 <추수감사절, 2006년 (Thanksgiving 2006)> 중 “& all my friends are three years away”라는 문구를 떠올리며 썼습니다. ** 저의 2016년 퍼포먼스 작업 <나성>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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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리(미술작가)

사물과 언어, 움직임이 교차하는 작업을 전개한다. 두산갤러리(2025, 서울), 카날 프로젝트(2024, 뉴욕, 미국),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2022, 서울), 갤러리777(2017, 양주)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수림큐브(2024, 서울), 빌리타운(2024, 헤이그, 네덜란드), AHL 파운데이션 갤러리(2024, 뉴욕, 미국), 리움미술관(2022, 서울) 등 국내외 여러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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