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e en place

mise en place, 단어 그대로를 해석하면 ‘모든 것이 항상 제자리에 있는 것’. 미즈 앙 플라스라고 부르는 이 단어는 프랑스어로 요리에 필요한 모든 재료를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는 일을 뜻한다. 요리하던 때의 나는 재료를 꺼내고 다듬고 소분하고 정리하는, 요리사들이 주방에서 편하게 줄여 ‘미장’이라고 부르는 요리의 준비 과정을 제일 좋아했다. 디자인하는 지금도 비슷하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디자인을 편하게 요청할 수 있도록 디자인 요청 템플릿을 만드는 일이라든지, 클라이언트와 프로젝트를 어떻게 해석하는 게 더 좋을지 의견을 나누는 일을 디자인의 과정 중 가장 좋아하고 밀도 있게 신경 쓴다. 쉬는 일에도 mise en place가 필요하다. 쉬기 위해 나를 현재에 위치 시키는 일. 한때 나의 업이었던 요리가 지금은 나의 쉼을 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되어주고 있다.

#1 (내 마음을) 살펴보기

나는 요리를 하는 과정도, 먹는 것도 좋아하지만 사실 무얼 먹을지 고민하는 걸 제일 좋아한다. 내가 뭘 먹고 싶은지 살펴보는 일. 내 몸에 뭐가 필요한지 고민하는 일. 그리고 계절이 나에게 줄 수 있는 영양소가 무엇인지 찾아보며, 땅의 힘을 빌려 알맞는 때에 나온 채소들이 내가 되는 일을 상상한다.

이 과정은 연습이 필요하다. 나를 살펴보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면 내가 이전에 뭘 먹었는지 떠올리는 것부터 시작하면 쉽다. 예를 들어 방금 전 점심을 대충 때웠다면, 저녁은 조금 더 풍성한 재료를 많이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 오늘은 조금 추우니까 고추장을 풀고 버섯, 양파, 미나리, 감자를 듬뿍 넣고 칼칼하게 끓인 따뜻한 국물 요리를 먹을까? (맛있겠다...) 하는 식으로 의식의 흐름을 이어가는 거다. 그러다 보면 내가 뭘 먹고 싶은지 몸이 무얼 원하는지 깨달을 수 있다.

#1_1. 추운 날에 먹으면 좋은 미나리버섯고추장찌개

#1_1. 추운 날에 먹으면 좋은 미나리버섯고추장찌개

#1_2. 레몬을 넣은 간장소스랑 같이 먹으면 최고로 맛있다

#1_2. 레몬을 넣은 간장소스랑 같이 먹으면 최고로 맛있다

재택근무를 하거나 회사에 도시락을 싸 가는 등 스스로 끼니를 선택하고 챙겨 먹을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면 한 가지를 더 고민하면 좋다. 나의 상황을 체크해보는 거다. 다음 주의 나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을까? 너무 바빠서 요리하는 데에 시간을 쓰기 어렵다면 카레라든지 콩나물밥에 간장양념, 볶음밥처럼 한 그릇에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일품요리를 양껏 만들어야겠다든지, 시간적 여유가 있는 시기라면 나물 반찬을 여러 가지 만들거나 그때그때 만들어 먹어야 맛있는 샌드위치, 파스타, 부침개 같은 요리를 구상하는 것이다. 그러면 점점 구체적인 메뉴가 떠오르고, 메뉴에 들어가야 할 재료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이렇게 떠올리는 과정도 어렵게 느껴진다면, 계절에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네이버에 ‘제철 음식’을 검색하면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 방법은 위와는 반대로 재료에서부터 먹을 일을 고민하는 과정이 되는데, 지금 글을 쓰는 9월은 옥수수, 감자, 고구마, 토마토, 참나물 등의 채소가 눈에 보인다. 그럼 ‘옥수수밥 해 먹고, 감자로 국을 끓여볼까? 참나물로 전을 부쳐도 맛있겠다.’ 이런 식으로 제철 식재료를 두고 요리를 상상하는 과정을 거치면 좋다.

#1_3. 옥수수밥

#1_3. 옥수수밥

#1_4. 옥수수밥 완성

#1_4. 옥수수밥 완성

#1_5. 제철냉이를 넣어 끓인 된장찌개

#1_5. 제철냉이를 넣어 끓인 된장찌개

#1_6. 제철냉이를 넣어 끓인 된장찌개

#1_6. 제철냉이를 넣어 끓인 된장찌개

#1_7. 제철 미나리로 전 부치기

#1_7. 제철 미나리로 전 부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