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2021년 <만화포럼>의 하반기 연구인 자유주제 따라 집필한 것입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만화포럼> 해산으로 자료집 발간이 무산되었기에 이곳에 공개합니다.


인터넷 밈(meme)의 형성과 인터넷 소통의 만화화 영향 분석

밈, 그리고 인터넷 밈

21세기하고도 20년이 지난 이 시점, 인터넷 소통을 지배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인터넷 밈(Internet Meme)’이다.

그간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주된 소통 방법으로서 굳건한 지위를 지니고 있던 글의 위상은 이제 극단적으로 단순화하고 압축된 문장·이미지·짧은 영상들에 위협 받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자기 생각을 직접 정리해 남에게 내보이기보다 이와 같은 특성을 지닌 표현물들에 본인의 의사를 대리시키고 기꺼이 그 모방·전달자·단순 변주자로서 자기 역할을 한정하고 있다. 본래대로라면 대체로 짤막한 글귀거나 본문에 첨부된 파일(attached file)에 불과했을 표현물들이 인터넷 밈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본문을 제치고 오히려 내용의 전부가 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의 전파 속도는 지금껏 존재해 왔던 그 어떤 표현물보다도 빠르며 감정의 배설과 해소라는 측면에서도 몹시 유효한 효과를 낸다.

인터넷 밈은 이와 같이 효율적인 대의를 위해 첨부 자료에 담길 수 있게끔 압축된 생각, 표현 또는 내용 일체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인터넷 밈은 본래 리차드 도킨스(Richard Dawkins, 이하 ‘도킨스’)가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주창한 문화 전달 단위 ‘밈(Meme)’1)의 표현과 개념을 서구권 이용자들이 차용해 유행시키며 대중적 시민권을 획득한 용어다. 형태만으로 보자면 한국인들이 흔히 ‘짤방’2), 더 줄여 ‘짤’이라 불러온 대상과 거의 비슷하지만 이미지 또는 이미지화한 열화 영상을 주로 지칭하는 짤방/짤보다는 적용 범위가 조금 더 넓은 축에 속해 근래 들어선 인터넷 밈이라는 용어를 쓰는 한국인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짤방/짤을 포함한 인터넷 밈은 즉물적이고 비언어적이기까지 한 시각 언어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밈’이란 용어의 아버지 격인 도킨스는 지난 2013년 칸 광고제에서 열린 한 광고 대행사의 ‘인터넷 밈’을 주제로 한 쇼케이스에 참여하며 인터넷 밈이 인간의 창의성을 통해 고의적·의도적으로 변형됨으로써 전파된다고 설명함으로써 인터넷 밈을 원래 본인이 주창했던 밈과는 구분 지은 바 있는데 3) 이후의 흐름에서 낱말로서의 ‘밈’이 지니고 있던 의미의 헤게모니를 원래의 의미가 아닌 ‘인터넷 밈’이 점유하는 일말의 역전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4)

인터넷 밈의 의미

도킨스는 밈의 예로 노랫가락, 발상, 캐치프레이즈, 복식의 유행, 항아리를 만드는 방법이나 아치를 건설하는 방법 따위를 꼽았다. 그에 따르면 과학적 발상도 이 사람의 뇌에서 저 사람의 뇌로 건너뛰며 사람들을 사로잡고 전 세계로 퍼지는 것이며, 종교 또한 믿음을 통해 전 사회를 감염시키는 생존력 높은 밈 집단이라 간주한다. 밈이란 이렇게 전달을 통해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문화 단위를 한 마디로 뭉뚱그린 표현이다. 도킨스는 뇌에서 뇌로 건너뛰는 어떤 과정 자체를 넓은 의미에서의 모방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