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지를 읽고 소중한 감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레터에 분량 문제로 짧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감상들을 충분히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해당 회차 레터에 관한 일부 의견들을 선정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합니다.(이전 회차들에 대한 의견들도 조만간 아카이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잘 읽었다” 등의 짧은 감상 혹은 개인적인 지지의 말들도 항상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고 큰 힘이 됩니다.

-닉네임을 남겨주시지 않은 경우 ‘무명’으로 통일합니다.

※지난 레터에 <[230118]위조꾼, 거짓말쟁이 : 살아남기 위한> 회차의 피드백이 누락되어 함께 싣습니다.


👤럭키탱 = 왜 굳이 어려운 책을 읽어야 할까요? 어려운 이라는 단어에 자꾸 끌려가네요.. 사실 어려운 책이라는 건 삶과 동떨어진 책이 아닐까요? 얼핏 배경지식이 필요하거나, 함축된 언어를 사용할 경우 어렵다고 표현하지만 사실 상대가 소개한 책이거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이라 어렵다고 표현할 뿐, '그냥 읽기 싫은 책' 은 아닐까 싶어요. 친절하지 않다고 느끼는 건 아닐까요? 한 분야에 대해 깊이 탐구한 책들도 삶과 접점을 내면 쉬운책이 되는 것 같아요. 식물이나, 동물, 인류, 물,불, 바다 어떤 자연물을 대더라도 그것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책은 쉬이 읽히고 큰 울림을 줍니다. 우주를 대더라도 우주의 지식이 아닌 우주의 운행을 설명하면 쉬운책이 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독서는 자기확신을 찾기 위해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경험을 적절한 언어로 치환해주는 기능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이란 단어에 너무 끌려가버렸네요... 불편한 책은 언제나 유익하고 생각한 거리를 주기에 거부감이 없습니다. +요즘엔 인문학이 포화상태로 가고있다는 느낌을 받는듯 합니다. 실제로 이해했건 하지않았건 너무 흔해져버려 가치있게 느껴지지 않는 듯 하기도 합니다. 과한 인문학 열풍이 불러온 역풍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하네요. 인문학의 도구화라고 할까요? 탐구된 지식이 성급한 일반화를 불러오고, 심리학이 심리는 악용하는데 이용되고, 정치학, 경제학 들이 자신의 합당성을 증명하는데 사용되는 것과 같은.. 나도 모르게 지적자만에 빠지거나 그런 강한 표현이 있는 책이 있다면 소개부탁드립니다.

⏩김스피 = 역시 ‘어려운 책’에 대한 생각은 사람에 따라 다르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도 천차만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럭키탱님이 말씀하신대로, 어떤 책이 ‘삶과의 접점’을 잃었을 때는 우리가 쉽게 읽지 못하게 되죠. 그리고 ‘삶과의 접점’이 있다면 어떤 전문적인 주제에 대한 책들도 집중해서 읽어내려가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요새는 개인적으로 수학에 대한 책을 틈틈이 읽고 있는데, 내가 알 수 없는 세계 - 삶과 동떨어진(져보이는) 경이로운 세계 그 자체를 깊게 다루는 책에도 분명 무언가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과 씨름하다보면 또 삶과의 접점이 생기기도 하고요 - 일단 저의 이런 생각의 변화만 보더라도, 같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최근 읽고 있는 책이라든지 생각, 상태에 따라 ‘어려운 책(어렵지만 읽고 싶은 책)’에 대한 생각은 시시때때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이거 어렵지만 왠지 더 파고들고 싶다!!” 라고 고집을 부리는 순간, 어쩌면 그 분야에 뼈를 묻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ㅎㅎ) 저도 요새 그런 분야를 찾아 해찰 중입니다.

+)’실용 인문학’의 트렌드에 대해 해찰해보았던 회차로는 ‘아는 척’ 교양 : 3분 인문학의 시대(💌**지난레터)’**이 있었습니다. 그 회차에서 소개했던 <싸우는 인문학-한국 인문학의 최전선>(링크)이나 <히틀러의 비밀 서재>(링크), <이렇게 읽을 거면 읽지 마라>(링크) 등을 추천합니다. <싸우는 인문학>의 홍보 문구는 “인문학조차 자기계발의 도구가 된 시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인문학은 어떤 것일까?”인데요. 2012년에 나온 책이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포츠인사이터 = 좋았습니다. 어려운 책과 영화에 대해 살짝 긍정적 관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책을 하다보니 만나는게 아니라 의도해서 만나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려운 책을 깊에 읽으면 새로운 창조로 이어진다는 님의 말씀에 동의한다는 전제로 그렇습니다.

⏩김스피 = 사실 ‘어려운 책’의 정의도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제가 해당 레터 마지막에 짧게 언급했던 오에 겐자부로의 <나의 나무 아래서>를 보면 그는 당시 “왠지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읽을 수 없는 책”을 오두막에 가지고 올라가서 읽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저는 방점을 앞쪽에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뭔진 잘 모르겠지만 왠지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약간 애매한 얘기긴 하지만, 저는 어떤 책이 유독 내 마음에 와닿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왠지 표지가 마음에 든다든지, 띠지의 어떤 문구가 마음에 콕 와박힌다든지 등이요.

👤e말자 = 책을 읽는다는 일견 단순한 행위에 대해 조금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인스피아 덕분에 궁금증이 생겨 읽게 된 책들이 여러 권 있습니다. 다양한 주제의 책들을 읽을 때마다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어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김스피 = 저도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인스피아가 단순히 요약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로의 호기심, 문을 열어주는 콘텐츠를 지향하고 있는만큼 - 인스피아 덕분에 궁금증이 생겨 읽게 된 책이 있으시다니 정말 뿌듯하네요! 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마다 집중해서 해찰하고 싶은 부분엔 차이가 있고, 그 부분에서 재밌는 지점들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전공F맞은휴학생 =저는 아무래도 학생이다 보니 '공부'에 대한 이야기도 인스피아 시선에서 어떨지 궁금합니다. 특히 이번 회차에서 어려운 책,읽기 싫은 책들을 읽게된다고 나오는데요, 개인적으로 저는 이상적인 공부가 필요와 욕망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던 사람이고, 실제로도 프로젝트형 학습을 통해 그런 경험을 했지만 모든 공부를 이렇게 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었습니다. '하기싫어도 하는것'을 좀 더 잘 알고싶습니다.

⏩김스피 = 음…사실 어렵다는 단어 자체가 무언가 ‘하기 싫음’의 뉘앙스를 어쩔수없이 내포할 수밖에 없죠. 위에선 제가 ‘어려워도(뭔진 몰라도) 왠지 읽고싶은 책’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그 경계는 항상 미묘한 것 같습니다.

맥락은 좀 다릅니다만, 예전에 야나부 아키라의 <번역어의 성립>(링크)이라는 책에서 ‘카세트 효과(*여기서의 카세트는 ‘음악 카세트’가 아닌 보석함의 의미입니다)’라는 단어를 흥미롭게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비원 선생님을 인터뷰하고 나서 관심이 생겨 읽어봤던 책인데요. ‘여기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몰라도 왠지 가지고 놀아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을 ‘카세트 효과’라고 한다고 합니다. 이 책의 문맥에선 신기한 신조어나 번역어 등을 뜻을 잘 몰라도 왠지 재밌어보여서 자꾸 쓰는 것을 뜻하죠. 어려운 책의 독서도 어쩌면 조금은 맞닿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렵고, 잘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자꾸 마음을 당기고 읽고 싶어지는 책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