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개요

디자인 _ 윤자영

디자인 _ 윤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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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3-4세기 중국의 대표적 신화집인 산해경(山海經)에 등장하는 제강(帝江)은 여섯 개의 다리와 네 개의 날개가 달린 요괴로, 얼굴이 없다. 제강은 아무것도 들을 수도 볼 수도 없는 답답한 어둠 속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제강의 다른 이름은 혼돈이다. 갤러리175와 중간지점에서 동시 진행되는 전시 《제강이 춤을 출 때》는 ‘동양화’라는 정체 모를 ‘혼돈’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들로 구성된 콜렉티브인 689, AHA, 중간지점을 한자리에 모아 3팀 혹은 17명의 잡담을 늘어놓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전공분야인 동양화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거나, 놓지 못하고 있다. 그 끈의 묘연한 행방에 대한 막막함을 공유하며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AHA는 Artist who Hates Arts의 준말로, 5명의 작가 김샛별, 박주애, 이민주, 정혜리, 최지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AHA는 동양화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전통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동양화의 동시대성에 대한 대안을 모색한다. 전시장 한쪽 벽에는 막걸리집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장식용 한자 벽지가 발라져 있다. 벽지 속 글자는 읽힐 필요가 없는, 읽을 수도 없는 그저 한자 모양을 띤 이미지이다. AHA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의심 없이 동양적인 것이라고 인식되고 있는 한자 벽지 위에 한자를 한 획 씩 지워 나간다. 의미 없이 소비되고 있는 ‘동양적 이미지’, 그 겉으로 보이는 껍데기(이미지)를 더듬어 나가는 행위는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인가 혹은 의미 없음을 시사하는 것인가.

689는 김민주, 김소정, 김수진, 김수현, 김효진, 유진영, 이고은, 심예원 8명의 작가로 구성된 콜렉티브이다. 2015년 7월에, 스터디 그룹의 성격으로 시작되었다. 8명의 작가가 함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하여 성장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689는 7sor, 8sov에 이어 현재의 689에 이르기까지 콜렉티브의 이름 변화에 따른 4년간의 활동 내용과, 동양화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한 작가 8인의 일대일 혹은 집단 상담의 아카이브를 제시한다. 또한, 각자의 작업에 관련된 동양화의 여러 키워드에 대한 정보와 필살기를 담은 카드를 제작한다. 이름의 변천 과정에서 보이듯, 끊임없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있는 689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중간지점은 김기정, 김옥정, 박소현, 이은지 4명의 작가로 구성된 콜렉티브이자 이들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공간이다. 중간지점은 다양한 것들을 내밀하게 들여다보며 그들 사이의 겹침을 찾아 나가며 점차 확장해 나가는 과정을 축적한다. 공간의 중간중간에 서 있는 나무 입간판은 전시장 동선에 따라 각 콜렉티브에 대한 정보를 관객에게 제시한다. 관객은 나무 입간판을 따라가다가 전시장의 가장 안쪽 구석에서 뒤돌았을 때, 중간지점 4명의 작가의 작업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뒷면이 앞면으로 전환되는 그 풍경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가. 앞면의 역할을 수행하는 나무 입간판의 뒷모습처럼, 중간지점은 AHA와 689의 중간에서 각 콜렉티브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객관적으로 대변하는 공간 운영자로, 다른 한편으로는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의 모습으로 서 있다.

기원전 3세기에 쓰인 장자에 등장하는 제강은 보고 들을 수 있는 일곱 개의 구멍을 뚫자 숨을 거두었다고 전해진다. 끈의 행방을 찾아가려는 각 팀의 시도들은 아마 어둠 속에서 구멍을 뚫을 위치를 탐색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제강이 춤을 출 때》는 이 시대 어딘 가에서 부유하고 있는 ‘동양화’, ‘혼돈’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않는다. 그저 콜렉티브로서, 작가로서 각자의 방식대로 작업 행위를 지속하며 답을 구하는 과정에 있을 뿐이다.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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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_ 박기덕

사진 _ 박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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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계 전시

제강이 춤을 출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