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고쿠하라습원은 1934년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다. 농경지 등으로 쉬이 개발되는 저지대에 남은 귀한 습지. 약 40,000년 전, 현재의 아시노 호수의 전신인 센고쿠하라 호수가 현재의 하코네 지역에 있었는데 몇 차례에 걸친 화산활동으로 두 쪽으로 나뉘고 현재의 습원이 호수와 분리되면서 육화한 것이 지금의 센고쿠하라 습원이다. 꽃창포와 흰제비란, 숫잔대, 끈끈이주걱 등 다양한 습지 식물이 자란다.

약 40,000년 전, 센고쿠하라 호수와 주변의 화산들. 카미야마 산의 분화로 하야가와 강과 분리되면서 센고쿠하라 호수가 생성되었다. (사진 출처 : 하코네 지오파크 앱)

3,000년 전, 카미야마 산 북서쪽 정상부가 무너지고 칸무리가다케 산이 분화하면서 호수가 두 쪽으로 나뉘었다. 이로써 한쪽은 센고쿠하라 습원이 되고 다른 한쪽은 아시노 호수가 되었다. (사진 출처 : 하코네 지오파크 앱)

(사진 출처 : 하코네 지오파크 앱)

하코네 센고쿠하라 습원 식생군락 표지석

사진 중앙의 75번 현도를 기준으로 남쪽(사진 상 도로의 아래쪽 넓은 영역)은 개방된 구역이며 센고쿠하라 억새초원으로 불린다. 다이가타케 산과 연결되는 초지로 숲 경계에 빽빽한 삼나무림이 인상적이다. 북쪽은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센고쿠하라 습원이며 출입이 금지되어있다.

2022년에 센고쿠하라 습원과 하코네습생화원 둘레에 울타리를 설치했다. 사슴이 개체 수가 증가하다보니 식물을 마구잡이로 먹어치워 습원 내 식물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둥글레속의 식물

울타리 안쪽, 사람의 출입이 금지된 숲 하부에 Angelica pubescens Maxim.이 자란다.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습원 구역과 달리, 억새초원의 경우 제한된 탐방로를 통해 둘러볼 수 있다. 다이가타케 산자락에 있는 이곳은 겨울에 불을 놓고 6월에 풀을 베면서 초지 식생을 유지하는 전형적인 이차초지(습생 이차초원식생)이다. 에도시대부터 400년이 넘게 이어져온 방식으로 초지가 숲으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구역을 명확하게 정해두고 관리하고 있는지 억새를 벤 곳과 베지 않은 곳의 구분이 무 자르듯 나뉘어 있다. 어쩌면 숲으로의 출입을 막기 위해 남겨둔 것일지도 모르겠다. 숲 안쪽을 지키는 망토군락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 울타리를 애써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면서도 자연과 교호할 수 있는 방식이다.
답사는 5월 7일 늦은 오후와 5월 8일 이른 아침, 두 차례에 걸쳐서 진행했다. 5월 7일까지만 해도 전날 내린 큰비로 습원과 초원 곳곳에서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도로와 면한 곳에는 절개지가 있어 흙의 단면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점질이 많이 섞인 층(loam) 아래로 굵은 스코리아 섞인 층이 맨눈으로 보였다.
4월부터 6월까지 풀명자나무, 흰털제비꽃, 세잎양지꽃이 피고 이어지는 9월까지는 큰까치수염과 Angelica pubescens Maxim., 중나리, 잔대가 절정을 이루다가 11월까지는 마타리와 용담, 산부추, 큰수리취가 피는 곳으로 안내판에서는 소개한다. 그런데 방문한 시기(5월 초)에는 세잎양지꽃, 흰털제비꽃보다는 미나리아재비와 천남성 종류(점박이천남성으로 추정), 등골나물 종류가 눈에 띄었다.
압도적인 공간 규모와 일렁이는 지형. 그리고 그 위를 덮은 초지 식물과 배경의 깊은 숲. 답사하는 내내 연신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연일 내린 비로 곳곳에 물이 흘러내린다.

인위적으로 만든 물길인지 자연적으로 만든 것인지 알길이 없지만 이 검은 선 덕분에 공간에 깊이감이 만들어졌다. 지형과 공간의 규모만으로 압도적인 자연의 힘이 느껴지는 곳.

억새 초원 곳곳에 이런 절개지가 있어 지층의 단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점질이 많은 loam으로 보이는데 하층에는 스코리아층이 있어 배수가 원활하면서도 보습력이 좋은 땅으로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