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가 전하는 과학기술뉴스 제1호 Aug, 31st, 2021


ESC 과학뉴스선정 특별위원회가 준비한 첫 과학기술뉴스를 선보입니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자극적인 기사들, 때로는 사실을 왜곡하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 과연 과학기술이 어떤 모습으로 오늘의 세상에 기여하고 있는지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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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배터리

이경선(Texas A&M)

여러분은 지금 무엇을 통해 이 기사를 보고 계신가요? 이 기사를 보기 위한 전원은 어디에서 얻고 있으신가요? 아마 많은 분이 스마트폰, 태블릿, 그리고 노트북에 장착된 리튬-이온(Lithium-ion) 배터리의 도움을 받아 이 기사를 보고 계실 것입니다. 여러분의 배터리는 지속 가능한가요?

리튬-이온 배터리는 이미 우리 삶에 핵심적인 기술로 자리잡았습니다. 앞서 말한 각종 전자기기뿐 아니라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기도 하며,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 신재생에너지 및 스마트 그리드 확산에도 꼭 필요합니다. 전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은 점차 성장하고 있어, 2017년 34조 원에서 2025년 100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가 리튬-이온 배터리와 함께하는 화려한 미래를 꿈꾸는 동안 놓치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습니다. 바로 배터리의 지속 가능성입니다. 2021년 7월 네이처(Nature) 지에 실린 “리튬-이온 배터리는 더욱 더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이어야 한다(Lithium-ion batteries need to be greener and ethical)”라는 사설(Editorial)에 따르면 기술 발전의 화려한 면만을 바라보다가 놓치기 쉬운 환경, 사회적 지속 가능성을 생각해 보게 합니다.

사진1: Editorial, "Lithium-ion batteries need to be greener and ethical" 캡처화면
(출처: 네이처,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1735-z)

사진1: Editorial, "Lithium-ion batteries need to be greener and ethical" 캡처화면 (출처: 네이처,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1735-z)

리튬-이온 배터리의 주원료가 되는 리튬과 코발트 같은 원자재를 채굴하는 데에는 많은 물과 에너지가 소비됩니다. 전 세계 리튬의 1/3이 생산되는 아르헨티나와 칠레에 있는 솔트 플랫(salt flats, 바닷물의 증발로 침전된 염분으로 덮인 평지)은 무척 건조한 지역입니다. 또한 배터리 등급의 리튬을 만들기 위해 필수적으로 고온 공정이 필요한데 여기서도 에너지가 많이 소비됩니다. 현재 방식의 리튬-이온 배터리 공정은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채굴 환경 역시 안전하지 않습니다. 배터리 전극을 만드는 데 중요한 코발트의 대부분은 콩고에서 생산됩니다. 콩고의 노동 환경은 어떨까요? 콩고에 있는 10만 개 이상의 코발트 광산에서 어린이를 비롯한 수 많은 노동자들이 안전장비도 없이 맨 손으로 땅을 파 코발트를 채굴하고 있습니다. 코발트 광산에서 나온 유해물질은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쳐 호흡기 질환 등 여러 질병을 일으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환경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지속 가능해지려면 과학자들은 그리고 정책결정자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사진2: 코발트를 맨손으로 채굴 중인 콩고의 어린이 노동자들
(출처: 모잠비크 마이닝, https://mozambiqueminingpost.com/2018/03/03/africa-mining-congo-to-prevent-child-labor-in-cobalt-mines/)

사진2: 코발트를 맨손으로 채굴 중인 콩고의 어린이 노동자들 (출처: 모잠비크 마이닝, https://mozambiqueminingpost.com/2018/03/03/africa-mining-congo-to-prevent-child-labor-in-cobalt-mines/)

네이처 지의 사설에서는 지속 가능한 대안적 채굴 방법을 고안한 몇 가지 연구를 소개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리튬 채굴 과정에서 물과 에너지 사용을 절약하기 위해 독일과 영국에서는 화강암 밑에 흐르는 뜨거운 염수(brine)에서 리튬을 필터링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Laveda 외(2016)와 Sharpe 외(2020)의 연구는 코발트 대신 비교적 구하기 쉬운 철이나 망간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보여줍니다.

정책 결정자들은 지속 가능한 배터리 사용을 위해 배터리 재활용을 권장하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위험이 있습니다. 현재 유럽 연합에서는 기업이 수명을 다한 배터리를 수거해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해체 후 재활용하기를 요구하는데, 이에 따라 유럽연합 국가에서 사용된 배터리의 45%가 수거되었지만 리튬-이온 배터리는 이 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보통 본체 안에 내장되어 있어 해체하기가 어렵거나, 본체 자체가 가치가 있어 EU에 보고되지 않은 채 다른 국가로 수출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EU는 2030년까지 사용된 배터리의 70%를 배터리를 수거할 것이며, 2030년까지 EU 내에서 만들어지는 새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 중 4%를 재활용된 리튬을 사용하고, 5년 내 10%로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규제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정책 결정자들이 단순히 회수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기업은 회수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아직 사용 가능한(수명이 남은) 배터리를 폐기할지도 모릅니다. 또한 재활용 수치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EU의 제조업자들은 다른 국가로부터 배터리를 역수입해야 할 수도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탄소배출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