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 코로나19의 성별화된 효과가 유행 초기부터 가시화. “위기들의 충돌(crises collide)” (영국의 여성예산그룹(Women’s Budget Group) 코로나 이전부터 존재해 온 불평등한 사회경제적 위기가 코로나19라는 재난 위기를 통해 촉발되어 나타나는 현상. 기존의 성별 불평등 위기에 코로나 19가 초래한 위기가 중첩, 후자가 전자를 증폭시킴. “위계화된 위기”(김효정) 재난으로 인한 위기 발생 시, 재난 상황 복구에 집중하여 다른 위기들을 부차화.
- 코로나로 인해 증폭된 여성의 위기를 1) 일자리 2) 노동 안전 3) 돌봄 부담으로 꼽아볼 수 있음. 기존에도 한국은 성별화된 이중노동시장과 헐거운 고용안전망, 아파도 쉴 수 없고 안전하지 못한 노동환경, 돌봄 노동의 여성 편중이 존재했음.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대면’(가능)여부가 새로운 불평등의 요소로 등장. 이는 일자리, 노동 안전, 돌봄 부담 모두에 영향. 여성들이 다수 일하고 있는 업종(서비스, 돌봄 등)은 ‘대면’이 중요한 구성 요소이기 때문. 코로나19 유행 이후 여성 취업자 감소폭이 남성보다 컸는데, 판매·서비스 일자리가 대폭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 가장 최신 통계인 2021년 1월 고용동향에서도 남성 실업률은 전년동월대비 1.1% 상승(3.9%→5.0%), 여성 실업률은 2.3% 상승(4.4%→6.7%). 한편 돌봄노동자 등 필수노동자들은 감염 위험이 높은 환경에서 일하도록 내몰림. 그러나 요양병원 등 집단감염 속에서도 돌봄노동자들은 대체로 비가시화. 한편 사회적 거리두기와 등교중지 등으로 인해 공적 돌봄 지원이 중단되면서, 아동·노인·장애인 돌봄이 다시 가족화. 새롭게 증가한 돌봄 부담은 대부분 가정 내 여성들이 지게 됨. 여성 일자리의 축소, 돌봄 부담의 강화 등의 추세가 지속될 경우 코로나 유행이 종료된 이후 성별 격차가 더 심해질 것. 여성 일자리 및 여성 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활동에 연대 및 동참이 필요.
- 이외에 사회적 격리로 인한 가정폭력 문제도 지적됨. 대다수 국가들에서 통계상으로도 가정폭력 신고 및 상담건수 증가. 그러나 한국은 한국여성의전화 상담소 통계에 따르면 전체 상담 비중에서 가정폭력 비중이 높아지긴 했으나(1월 26%→2~3월 40%), 경찰청에서 발표한 월별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오히려 코로나 직후 소폭 감소. 외국에 비해 강한 봉쇄조치라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탈리아·스페인 등에서도 가정폭력 신고율이 하락했다는 점(가해자와 한 공간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피해자가 신고나 상담이 어려워졌기 때문)을 참고할 수 있음.
- 또한 20~30대 여성 자살률 추세가 급등. 남녀 차별과 다양한 형태의 젠더 폭력을 겪으면서 그동안 청년 여성에게 축적된 우울감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만나 증폭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 2008년 경제위기 당시에 유사한 추세가 나타났다고 함.
- 한편 코로나19 상황과는 별개로 조직(직장/대학) 내 성폭력 문제도 지난 한 해 동안 주요 쟁점이었음. 페미니즘 운동은 법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고 법정형을 다하는 것이 온전한 해결이 아니라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대중이 사법적 해결을 요구하며 판결자 역할을 자임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이를 방어하고 설득하는 데 많은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 조직 내 권력관계가 단시간 내 재구조화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성폭력 문제는 계속 발생할 것이며, 여기에 반응하는 대중지형은 당분간 유사한 형태로 지속될 것으로 보임. 페미니즘 운동은 개인에 대한 처벌이 예전보다 단호해지고 있음에도, 공동체의 변화가 더디거나 이뤄지지 않는 곤란을 해결할 과제를 안고 있음. 결국 조직 내 권력관계와 젠더문제의 결합이 성폭력이 반복되는 구조를 재생산하고 있다면, 가해자를 처벌하고 재교육하는 것뿐 아니라 권력관계의 재구성, 조직 내 여성의 권한 강화 등이 이뤄져야. 이와 관련, 페미니즘 교육이 정치와 분리된다면 실패한다는 엄혜진 등의 지적을 참고할 필요.
- N번방 등 성착취 관련 이슈도 지속됨. 지난해 N번방 이슈화와 운영자 검거,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재발 방지법’ 통과 등은 2015년 소라넷 폐지 운동부터 시작한 디지털성범죄 피해에 맞선 여성들의 행동의 성과. 성착취로 인한 피해가 매우 심각하고,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엄벌주의가 강화되기 쉬운 조건.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엄벌주의와 보호주의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장애여성 공감 등의 지적을 염두에 둘 필요.
- 연초에는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여성 입학거부 움직임을 계기로 ‘생물학적 여성’과 안전한 폐쇄적 공간을 요청하는 페미니즘의 흐름에 대한 문제의식이 사회적으로 부상. 이 흐름은 여전히 주요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음. 플랫폼C는 다른 소수자를 배제하는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비판적인 입장을 취할 것.
- 기타로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위헌 판결이 이뤄졌으나 대안입법 없이 2021년을 맞이함. 재생산권 관련 이슈도 한편에서 지속될 것.
K-방역과 재난불평등
- K-방역은 3T(Test(검사)-Trace(추적)-Treat(치료))와 시민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현행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으로 확진자 발생을 억제하는 방식을 취해 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이러한 K-방역은 봉쇄조치 없이 확진자 억제에 성공함으로써 보다 민주적인 방역 방식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3차 유행을 통해 누적된 모순이 드러남.
- 첫째, 취약한 공공의료 문제가 드러남. 한국의 의료체계는 이전에도 지나치게 민간 의존적이어서 공공병원의 병상이 전체의 10% 정도. 방역에만 자원 투입이 집중되고, 대규모 유행 상황에 대비한 공공의료 확충이나 민간병상 동원 계획은 소홀히 한 결과 3차 유행이 극심할 때 병상부족으로 인해 집에서 대기하거나 시설 등에 코호트 격리 중 사망한 사례들이 다수 발생. 특히 감염 취약 시설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여 사회 취약층에 감염 위험이 집중되었음. 2021년 1월 6일 기준 사망자 1027명 중 정신질환자가 408명인 점, 200명의 환자·직원·의료진 중 155명 확진, 39명이 사망한 부천 효플러스요양병원 사례 등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줌. 또한 공공병원 부족은 코로나19 대응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취약계층 일반환자가 갈 수 있는 병원을 줄이는 효과. 의료 공백의 피해도 계급적으로 나타남.
- 둘째, K-방역은 코로나19로 인한 실업자 및 자영업자 등 사회 일부 계층의 심각한 경제적 희생을 기반으로 유지되고 있음. 그러나 정부의 지원은 초기에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으로 피해 집중 계층에 초점을 맞추지 않다가, 2차 재난지원금부터 방향을 바꿈. 그러나 재정 지원은 매우 소극적. 국제통화기금(IMF)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한국은 예산 직접 지원이 GDP의 3%를 겨우 넘는 수준으로, 주요 선진국의 15~17%와 비교할 때 턱없이 적은 수치. 한국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재정을 가장 아껴 쓴 나라로 꼽힘. 여전히 재난지원금 논의는 전국민이냐 피해 계층이냐, 얼마를 지급할 것이냐는 금액 논의로 쏠려 있는 반면 공공의료 확충이나 돌봄 지원, 실업 대책 등에 대한 논의는 부족. 이에 대해 조문영 등은 코로나19 대응에서 재난 불평등이 논의되기는 하지만 그 불평등 담론 내에서도 위계가 있으며 청년에 비해 비정규직이, 비정규직에 비해서는 빈민이 불평등 담론에서도 하위에 위치한다고 지적.
- 셋째, 민주주의 문제. ‘비상사태’에서 민주주의 억압해도 된다는 생각이 힘을 발휘. 동선공개나 개인정보 수집 등의 문제는 사회적 논의를 거치며 점차 나아졌으나, 집단감염이 발생한 특정 집단에 대한 비난 등은 여전. 또한 집회시위 자유가 심대하게 침해. 유행 초기부터 정부는 실질적으로 집회를 금지해왔고, 8월 우파의 광복절 집회 이후 코로나19의 확산은 집회시위 자체에 반대하는 여론에 힘을 실음. 국회에서는 집회 금지 사유로 ‘감염병 위협’을 명문화하는 집시법 개정안 제출됨. 12월 말 인권위에서 ‘감염병 확산을 이유로 모든 집회·시위를 일률적·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적절하다고 제동을 걸긴 했지만,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도 한국이 ‘안전’을 이유로 시민의 여러 권한을 제한하는데 큰 저항이 없다는 점 우려됨.
- 마지막으로 현재 코로나19 대응과 관련 현안인 백신 분배 쟁점이 있음. 가장 큰 쟁점은 백신의 배분 순서. 각국별로 구체적인 순서는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세계적으로 공통된 주요원칙은 백신이 ‘현재의 불의를 완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 한국은 1월 28일 접종계획을 발표. 2월 말부터 요양병원‧노인의료복지시설 입소자, 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부터 접종을 시작해 2분기에는 65세 이상 노인과 의료기관‧재가노인복지시설 종사자로 확대하고, 이후 만성질환자와 일반 성인 순서로 접종을 진행한다는 계획. 정부는 대강의 원칙만 제시하고 그 후의 과정은 분권화, 민영화 할 가능성. ‘미시적’배분을 둘러싼 논란이 발생할 수 있고, 특히 인력 확보와 운영이 중요한 과제가 될텐데, 기존 공중보건체계 하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민간 위탁’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 이 과정에서 백신이 기존의 사회적 격차를 확인하거나 확대하지 않기 위한 이슈를 구체적으로 제기할 필요. 의료기관 종사자는 정규직, 비정규직은 모두 포함하는가? 주소지가 확인되지 않는 취약계층, 예를 들어 홈리스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접종 체계 안에 어떻게 포괄할 것인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되지 않는 환경 자체를 변화시키지 않은 채 백신 접종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예를 들어 시설에 대한 우선 접종이 수용시설 관리의 측면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닌가? 등의 문제제기를 사회운동이 앞서서 제기해야 함.
- 백신 관련 두 번째 쟁점은 백신의 안전성과 신뢰도의 문제. 정부는 2월 15일 65세 이상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유보할 것을 발표했는데, 이는 효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지만 안전성 문제로 왜곡되어 인식. 한국의 백신 신뢰도는 낮지 않기 때문에 프랑스 등과 같이 백신 접종 거부가 큰 문제로 대두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정부의 책임 회피와 언론의 선정적 보도 등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음.
부동산-주거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