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악당 ‘파라다이스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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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 극장판의 스토리텔링에서 악당이 완전히 "사악한" 경우는 거의 없다.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사악한 악당의 의제에 반대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세계를 정복하려는 여관 주인 아주머니나, 여장을 한 쌍둥이 발레리노처럼, 어딘가 우스꽝스러운 악당들은 우리와 같은 평범한 모습도 가지고 있다.

그것에는 우연을 가장한 현실이 있다. 어른들을 노예로 삼으려는 펑키하고 거만한 악당 ‘파라다이스 킹’의 정체는, 사실 사회로부터 멀어져 외딴섬으로 도망친 청년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그는 섬의 왕이 되어 원숭이들을 부하로 부리지만, 역설적으로 자기가 떠나온 ‘사람들'이 없다면 아무리 위대한 모습을 하고 있어도 소용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크루즈에 탄 사람들을 납치한다는 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그렇게 납치하고 나서 하는 것이, 자신의 멋진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게 하는 것이다. 또한 그냥 강제로 같이 살게 하는 것은 찜찜한지, 인기 배우 액션 가면에게 1:1로 싸우자고 한다. 모두의 앞에서 액션 가면을 이기면 사람들이 자기를 더 칭송하고,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결전의 날, 모두가 액션 가면만 응원하는 상황에서 파라다이스 킹은 짱구에게 ‘넌 내 팬이 되는 게 어때?’라고 말한다.

지금 다시 보니 어릴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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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훈이가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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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모두 납치되어 갇혀 있다. 심지어 히어로 액션 가면까지도!

짱구와 철수, 유리, 맹구, 훈이가 그들을 구하러 미로같은 정글을 헤쳐나간다. 나처럼 정글 탐험을 흥미진진하게 본 아이들이 많았는지, 악어로 가득한 강에서 훈이를 미끼로 물을 마시는 장면은 엉덩이로 탈출하는 장면 다음으로 유명하다.

다들 알다시피, 훈이는 짱구처럼 엉뚱하게 상황을 풀지 못하고, 철수처럼 똑똑하지 않으며, 유리처럼 용감하지 않고 맹구처럼 덤덤한 성격도 아니다.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얘들아 같이 가ㅠㅠ’라며 항상 뒤쳐지는 아이이다. 그래서일까? 때로는 악당보다 훈이가 밉상이었다. 90년대생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훈이를 ‘민폐캐' 또는 ‘훈발놈'이라며 폄훼하는 밈이 만들어 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과 같은 심리가 작용한 것 아닐까 싶다. 어렸을 때 짱구를 보면서, 5살 짜리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는 훈이의 행동과 자신의 공통점을 느꼈기에 일부러 훈이와 자신을 분리시키는 것이다.

물론 훈이는 멋진 활약을 하는 캐릭터는 아니며 대부분 위기를 더 위기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훈이는 의미가 있다. 울면서 뒤따라가는 훈이와, 훈이를 응원하는 친구들을 보며 위로받고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악어를 무서워하지도 않고, 목 마르다고 징징거리지 않았다면 재미도 교훈도 반감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