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 SaaS(Software-as-a-Service)가 본격적으로 등장한지 20년이 흘렀다. 이제는 각각의 산업과 업무마다 해당 업무 프로세스를 오랫동안 연구하고 노하우를 축적해온 SaaS 제품들이 존재한다. IT 자산이 없던 기업들도 필요한 업무영역의 SaaS 제품을 선택해서 연동하는(Integration) 방식으로 단숨에 정보화 수준을 높일 수 있다. 과거에는 수십 년에 걸쳐 노하우를 습득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던 일들이 해당 영역의 SaaS 제품을 도입하고 연결하는 것만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기술구성표(Tech Stack)*는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키워드다. 기업은 우리 조직이 사용하는 SaaS 제품의 목록과 연결 관계를 일목요연하게 기술구성표로 표현한다. 기술구성표는 원래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지원하는 개발 도구들의 집합을 의미했다. 하지만 이제는 개념이 확정되어 모금, 광고, 마케팅, 디자인, 유통, 인사, 회계 등 거의 모든 업무영역에서 사용하고 있다.

구글에서 업무영역(Marketing, Sales, HR 등) + Tech Stack 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면 굉장히 많은 조직들의 기술구성표가 공개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Stackshare 처럼 각자의 기술구성표를 공유하는 별도의 서비스도 존재한다. 기업의 기술 관련 컨퍼런스와 커뮤니티에서는 자신과 다른 조직의 기술구성표를 비교하고 장단점을 평가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떤 기술구성표를 갖추고 있는지가 곧 조직의 생산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구글에서 'Marketing Tech Stack'을 검색한 결과

구글에서 'Marketing Tech Stack'을 검색한 결과

Stackshare에서 공유되는 기업들의 기술구성표

Stackshare에서 공유되는 기업들의 기술구성표

데이터의 활용은 기술구성표를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 중 하나이다. 기존에는 IT 업무도구의 역할이 업무 프로세스(Work Flow)를 효율화 하는 것이었다면, 기술구성표의 시대에는 데이터의 흐름(Data Flow)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구성표를 설계하는 기업들은 마케팅, 인사, 회계 등 업무와 부서별로 파편화 되고 고립되어 있는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공유됨으로써 전사적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한다.

기업들이 데이터에 주목할 수 있게 된 이유는 SaaS 제품에 탑재된 업무 프로세스의 완성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SaaS 기업은 다양한 고객의 사례를 종합해서 지속적으로 제품에 반영하기 때문에 개별 기업이 자신만의 케이스로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업데이트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고 빠르게 제품을 개선해 간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SaaS 제품이 제시하는 업무 프로세스를 받아들여 시간을 아끼고, 확보된 데이터를 가공하고 활용하는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여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데이터의 흐름을 고려한 기술구성표 구성

데이터의 흐름을 고려한 기술구성표 구성

도너스는 모금 업무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다양한 SaaS 제품과의 연동을 적극적으로 지향하는 데이터 플랫폼 서비스다. 도너스를 사용하는 비영리조직들은 도너스를 통해 후원자의 거래 데이터(Financial Data)와 활동 데이터(Engagement Data)를 통합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한다. 도너스가 공개한 Open API를 통해 누구나 도너스와 다른 서비스를 연동하고, 도너스에 저장된 데이터를 내보내거나 입력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술구성표는 기술 환경의 변화를 대변하는 키워드다. 조직의 정보화 수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지금이 바로 기술구성표를 이해하고 활용해야 하는 시점이다. 질문해 보자. 우리 조직은 어떤 기술구성표를 갖고 있는가? 우리 조직에서 기술구성표의 밑그림을 담당하는 사람은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