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너스는 어떤 서비스인가요?

도너스는 "비영리기관을 위한 고객 데이터 플랫폼" 입니다. 2019년 말 현재 100만명의 기부자 정보와 2조원이 넘는 기부금을 관리하는 SaaS (Software-as-a-Service) 형 소프트웨어입니다.

"비영리기관"과 "고객 데이터 플랫폼 (CDP; Customer Data Platform)"에 대해 알고계신 분들이라면 어떤 제품인지 이해하실 수 있겠지만, 두 개념 중 친숙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어렵게 느껴지실 것입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쉽게 설명드릴테니까요.

이 글에서는 도너스가 지금까지 만들어온 기술과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비영리기관이 어떤 기술들을 필요로 하는지, 고객 데이터 플랫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도너스는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에 대한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2. 기부자가 신뢰할 수 있는 모금 관리 체계

도너스의 모태는 2007년부터 서울대학교 발전기금과 함께 만든 기금관리시스템이었습니다. 당시 서울대학교는 성공적인 모금캠페인으로 기부자와 기부금이 빠르게 증가하였고, 그를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했습니다. 기부자 및 기부금 정보를 전산화하고, 모금된 기부금을 투명하게 집행하고, 모금 결과를 보고하여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해진 것입니다.

당시 우리는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많지 않았지만 서울대학교의 여러 의사결정자 및 실무자 분들께서 우리의 잠재성을 믿어주신 덕분에 그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2007년 기부자, 기부금 정보를 관리하는 출연관리시스템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여 2009년에는 서울대학교 발전기금의 정보화 전략 계획을 수립하였고, 계획에 따라 2012년까지 순차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그 결과 기부자 및 잠재기부자를 관리하고, 예산 수립과 집행을 관리하고, 기부자에게 기부금 사용내역을 개인별로 보고하고, 은행 지출 업무까지 자동화하는 독보적인 모금 및 사용관리 체계를 갖출 수 있었습니다. 당초 계획보다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기는 합니다만, 약 10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이러한 수준의 체계를 갖춘 사례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선진적인 모금 관리 체계를 만든 것이었습니다.

2009년 부터는 여러 대학 고객들이 우리가 만든 기부금 관리 시스템에 관심을 보여주시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우리는 이 시스템의 브랜드를 만들고 사업화를 하자는 결정을 하고, 여러 고객들과 시스템 구축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선진적인 기부문화를 가진 미국의 경우 BlackBaud 등 모금 전문 솔루션이 있었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괄목할만한 서비스가 없다는 점, 우리나라도 소득 수준이 올라가고 기부문화가 발전하면 이러한 전문 솔루션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에서 사업 기회를 볼 수 있었습니다. 브랜드명은 우리의 핵심 가치인 "신뢰"를 반영하고 Donate & Trust의 뜻을 담아 "도너스(DONUS)" 로 정했습니다.

Donate & Trust의 뜻을 담고 있는 도너스 로고

Donate & Trust의 뜻을 담고 있는 도너스 로고

2009년부터 약 5년 간 대학과 병원 고객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했습니다. 여러 대학과 병원에서 기부금 관리의 투명성, 기부자 관계 관리,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지원이라는 가치를 필요로 하였고, 도너스도 그에 맞추어 발전시켰습니다. 특히 기부금 사용내역을 추적하는 기술은 도너스만이 가지고 있는 특장점이었습니다. 모든 기부금 데이터에 기부자 정보 및 희망사용처(기금)라는 꼬리표를 달아 어떤 지출에 사용되었는지 회계 시스템까지 추적하고, 기부자 각 개인별로 사용내역 보고서를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기술이었습니다. 이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기부금 사용내역 보고서는 고액기부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고, 여러 대형 대학/병원이 도너스 도입을 검토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여 보도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도너스는 단일 브랜드 솔루션으로서는 대학/병원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제품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기부금 흐름 추적 개념도

기부금 흐름 추적 개념도

우리는 이 기술을 최근까지도 꾸준히 발전시켜 오고 있습니다. 핵심 알고리즘은 세 번에 걸친 업그레이드를 통해 더욱 단순하고 빨라졌고, SaaS 형태로 구축되어 여러 고객에게 공통으로 제공할 수 있는 형태로 확장되었습니다. 현재 도너스 클라우드에 적용되어 있는 이 기술은 대학, 공공기관 고객들을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기부금 관리의 투명성과 신뢰성 문제제기는 계속되고 있고, 법과 제도도 각 단체에 투명성을 더욱 강하게 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도너스가 만들어질 때 중요하게 생각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 기부문화의 확산이라는 가치는 여전히 중요하고,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과제일 것입니다. 그리고 도너스는 그 가치를 중시하는 고객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서비스로 계속 존재할 것입니다.

3. 간편하고 강력한 기부자 온라인 서비스

2013년 경 비영리단체들 사이에서는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새로운 모금 형태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국내외 여러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등장했고 도너스도 이런 트렌드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마침 당시 도너스와 같은 공간에서 사업을 하고있던 트리플래닛도 이런 트렌드를 읽고 "스타숲"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스타의 팬들이 크라우드펀딩 형태로 모금을 하여 스타의 이름으로 숲을 조성할 수 있는 서비스였습니다. 우리는 트리플래닛과 함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스타숲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구축했습니다. 처음으로 관리용 시스템 뿐 아니라 개인 기부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만든 것입니다.

트리플래닛과 함께 구축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트리플래닛과 함께 구축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2014년에는 월드비전과 함께 후원자가 직접 모금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인 "오렌지액트"를 만들었습니다. 긴급구호가 필요한 재해가 일어났을 때, 또는 생일, 결혼기념일 등 개인에게 의미있는 기념일에 혼자 기부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주변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기부자가 선택한 사용처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P2P(Peer-to-Peer) 모금 플랫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