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게 많은 사람은 새로운 것을 배울 때도 금방 배우게 될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반대인 것 같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은 이미 해결할 문제들을 가지고 있고, 나름의 도구를 통해 그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 온 사람들입니다. 이런 우리들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몇 년 동안 숙달되어 이미 익숙한 도구를 포기하고 다시 걸음마부터 시작하는 일과 비슷할 수 있습니다. 이젠 무언가를 단순한 지적 유희를 위해 배우는 시기는 지나버린 거죠.

아이들이 일정 나이가 지나면 언어 습득이 어려워지는 거나 어르신들이 스마트폰 사용에 쉽게 익숙해지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꾀가 는 게 아니라 여유가 없고, 당장 익숙힌 도구가 있는 겁니다.

그런데 요즘은 어르신들도 유튜브를 잘 보시더라구요. 유튜브 시청시간의 40프로가 50대 이상이라고도 하던데요. 사실 이게 어르신들의 예전 모습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즉, 라디오나 DMB 쓰시던 게 그대로 유튜브로 넘어온 거죠. 스마트폰은 그렇게 어려워 하시던 분들이. 저는 여기에 "내가 전에 하던 걸 살짝만 이렇게 하면 훨씬 편하고 재밌게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파수 맞추고 안테나 꽂는 거랑 똑같은데 그냥 데이터 요금만 좀 내면 훨씬 재미있는 걸 볼 수 있는 거죠. 이 분들은 안드로이드가 뭔지 앱이 뭔지 몰라도 유튜브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잘 보실 겁니다.

저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도 이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익숙한 도구를 갖고 있고, 당장 내일 아침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print('hello world')를 하라고 하면 안 되는 겁니다. 내가 왜 윈도우95 이후로 열어본 적도 없는 터미널에다 hello world 를 출력(대부분은 출력이라는 단어를 종이 인쇄 이외에 써 본 적도 없을 겁니다.)해야 되며, 아니 그냥 워드에 hello world라고 타이핑해도 되잖아요.

직장인을 위한 강의는 기존에 잘 쓰고 있던 도구를 좀 더 잘 쓰는 법이나, 다른 도구와 연결해서 더 편하게 쓰는 법이나, 기존에 이해하고 있던 개념을 확장해주는 방향이어야 합니다. 우리가 구글 시트에서 초보이지 엑셀의 초보는 아니니까요.

업무 경력이 쌓인다는 의미는 문제를 해결하는 자신만의 체계가 정립된다는 것입니다. 그 도구가 엑셀이든 구글 시트든, 파이썬이든, R이든, 파워포인트이든, 도구는 도구일 뿐입니다. 새로운 도구라도 자기가 쌓아온 체계를 기반으로 필요한 만큼만 덧붙이면 되지 않을까요.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라요. 사실 도구보다 더 중요한 건 도구를 이용해서 문제를 풀거나, 더 나아가서 문제가 뭔지 정의하는 것입니다. 도구는 거기에 쓸 수 있는 시간을 더 늘려주는 역할을 하는 거구요.

그래서 이 글은 그런 방향으로 쓰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엑셀을 쓰면서 비슷한 불편함을 느끼고 이걸 고치려고 고민해 보신 분들이라면 지루하지는 않을 주제들을 골라보았습니다. 부족하지만, 저처럼 농업적 근면성이 결여된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보신 분들은 아래 설문지에 몇 마디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5장 복습 겸 만들어 본 설문지입니다.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83rvkgRjgkIPr_OGaFtzkCtDR1AckekJ8P3p4aovDR9mcYQ/viewform?usp=pp_url&entry.1034816645=5&entry.21902321=5&entry.900935696=정말+최고의+강의였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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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잘러의 비밀, 구글 스프레드시트 제대로 파헤치기 - YES24

배움을 재밌게, 탈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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