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넷플릭스에서 미니멀리즘 다큐를 보고 당근도 하고 옷도 한보따리로 버렸다. 그렇게 버렸는 데도 방에는 아직도 옷이나 물건이 넘친다. 유튜브나 카톡 콘텐츠를 보면 뭔가를 계속 사야할 것 같게 만든다. 그런데 이게 꼭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하는 행동, 습관까지도 그렇게 만든다. 다이어트를 하려면 자꾸 뭘 해야할 것 같고, 집중력을 기르려면 이걸 하고 저걸 하고, 일 잘하는 사람들은 이런 습관이 있다던데... 해야할 것들이 너무 넘치는데 오히려 이런 것들이 본질을 흐리는 것 같다.

<과식의 심리학>이라는 책에서 다이어트를 하려면 소비를 줄여야한다는 말이 나온다. 다이어트의 본질은 간단하다. 먹는 것보다 더 많이 움직이거나 움직이는 것보다 더 적게 먹으면 된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집중력을 기르려면 멀티 태스킹을 안하면 되고 그러려면 일단 스마트폰을 끊어야 한다.

본질에 다가서지 않고 미디어가 하는 얘기에 귀기울이게 되는 이유는 요행을 바라기 때문인 듯하다. 모두가 정답을 아는 데도 요행을 바라고 미디어는 그걸 아니까 사람들이 듣고 싶은 얘기를 해준다.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에 대한 답을 머릿 속에 정해놓고 유튜브에게 어떻게 해야되냐고 묻는다. 유튜브는 그 사람이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콘텐츠를 다 마련해 놓고 있다.

이러니 무언가를 많이 하는 것 같아도 진전이 없지. 결국 목표를 이루려면 포기를 해야한다. 목표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없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나는 지금 그러고 있나? 생각하면 아니다. 그냥 사는 대로 살고 있고 사는 대로 생각하고 있다. 스마트폰에게 뇌가 잠식당한 좀비 마냥 아무 생각 없이 앱을 들락날락 거린다. 예전에 <hooked>를 읽고 스마트폰 앱의 위험성을 아는 데도 말이다.

언젠가부터 도파민 디톡스를 놔버리게 됐는데 그후로 유튜브에 중독되었다. 최근엔 카톡을 자주 보는 습관도 생겨서 뭔가에 오래 집중하지도 못하고 있다(업무 중이 아닐 때 슬랙 보는 습관도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종종 과식도 하고.

그래서 도파민 디톡스를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회사 핑계 대지 말고, 이것저것 다 해야한다는 마음도 버리고 안좋은 습관도 버리고 정말 내게 필요한 것만 내 인생에 가져가자. 좀비가 아니라 다시 사람답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