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서는 2020년 4월 30일에 작성되었습니다.)

<포켓몬스터 다이아몬드/펄: ‘수수께끼의 장소’와 환상의 포켓몬 아르세우스>

2006년 10월 24일, 포켓몬스터 공식은 같은 해 9월에 발매된 <포켓몬스터 다이아몬드/펄> 게임내 버그에 대한 공지를 올렸다. 공식 사이트에 기재된 ‘벽에 갇혀서 게임을 진행할 수 없게 되는 버그’를 유발하는 트리거는 두가지였다.

[1]

사흘 뒤, 10월 27일부터 전국의 DS스테이션에서 버그 ‘수복’ 프로그램(버그 패치가 아닌, 세이브 데이터 내 플레이어의 위치를 집앞으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이었다.)이 배포되었으며 [2], 초기판 품절 이후 재발매된 소프트웨어에서는 해당 버그들이 발생하지 않게 수정되었다.

그러나 포켓몬스터 다이아몬드/펄의 발매로부터 한 달도 안 되는 시간 사이에, 유저들은 두번째 버그 - 일명 ‘사천왕 파도타기 버그’ - 를 통해 환상의 포켓몬 다크라이와 쉐이미를 잡는 방법을 알아냈다.

포켓몬센터 에스컬레이터 버그와 사천왕 파도타기 버그는 플레이어를 통상의 맵이 아닌 ‘벽’으로 밀어낸다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후자의 경우, 벽을 뚫은 후 맵 바깥의 검은 공간에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특징이 있었다.

이 검은 공간을 탐험하다 보면, ‘수수께끼의 장소’라는 맵 이름이 뜨거나, 그외 신오지방의 다른 맵의 이름이 뜨거나 bgm이 흐르는 등의 현상이 일어났다. 그리고 마침내 플레이어들은 ‘수수께끼의 장소’를 통해 실제 신오지방에 해당하는 좌표로 이동한 뒤 ’탐험세트’를 이용하면, 실제 신오지방의 그 장소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세이브 데이터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치명적인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방식으로 ‘신월섬’과 ‘꽃의 낙원’으로 이동해 다크라이와 쉐이미를 잡을 수 있다는 발견은 수많은 플레이어를 열광시켰다.

수수께끼의 장소를 통한 신월섬 및 꽃의 낙원으로의 이동 루트를 처음으로 발견한 유저는 알 수 없으나, 몇개의 블로그 포스트와 위키위키의 수정 히스토리를 통해 이러한 루트가 2006년 10월 24일 이전에 이미 발견되었음을 알 수 있다. [3]

그렇다면 아르세우스도 수수께끼의 장소를 통해 잡을 수 있을까?

아르세우스와 다크라이 및 쉐이미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한가지 있었다. 맵에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배포 아이템은 플레이어를 그 위치까지 도달할 수 있게 해줄 뿐인 신월섬과 꽃의 낙원과 달리 아르세우스는 플레이어가 창기둥에서 천계의 피리를 사용하지 않는한 게임에 나타나지 않는다. 다크라이와 쉐이미는 플레이어를 기다리고 있을 뿐인 반면, 아르세우스는 소환해야 하는 것이다. 수수께끼의 장소를 통해 시작의 방에 도달하더라도, 천계의 피리가 없으면 아르세우스는 소환할 수 없었다.

그로부터 10년 이상의 세월이 흘러, 2017년이 되었다. 그 사이에 수수께끼의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 - ‘비틀기Tweaking’ - 이 연구되었으며, 맵 이름이 ‘수수께끼의 공간’이 아닌 검은 공간을 포함하는 ‘공허Void’라는 용어가 새로이 정립되었다.

‘비틀기’와 ‘공허’를 명명하고 연구하기 위해 포럼 커뮤니티, The Hall of Origins가 집결하기도 했고, 그 HoO가 최종적으로는 모든 포켓몬 게임의 버그를 다루는 포럼 겸 위키위키 커뮤니티 Glitch City Laboratory와 합쳐지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등, 많은 사건이 있었다.[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