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의 질문을 받은지 너무 오래 되었네요. 지금 적어 내려가는 답변이 필요한 시기에 전달 되지 못할 게 뻔하지만.. 적어봅니다.
이 질문에 답이 결국 이렇게 늦은 이유는.. 이 질문에 답하려는 순간, 순간적으로 백만 마디가 튀어 나와서..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지 너무 난해하여.. 아무튼.. 그래서 그냥 말하듯 적어 보려고 합니다.
<aside> 💡 누군가 ‘순환랩이 어떤 프로젝트인지’ 물으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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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랩은 보통의 워크숍이나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참가자들을, 조금 더 중요한 위치로 초대하는 프로젝트 입니다. 왜냐하면 아무도(기획자 또한) 미리 그 과정과 결과를 그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순환랩에 참가자로 참가한다는 것은, 이 프로젝와 연결된 모든 사람들(관계자들)과 (역할은 달리하지만)동등한 고도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점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며 동시에 가장 중요한 지점인 것은 분명합니다. (순환랩 미미연구소의 한 참가자의 경우, 이 프로젝트에 참가를 결정한 후, 이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안내를 듣고는.. 살짝 얼굴이 굳어지며 똥 밟았다는 표현을 하였습니다. ‘똥 밟았네! 큰일이로군… 허허허’)
순환랩은 매우 비효율적인 프로젝트로서, 시간과 관심 애정을 들여도 별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경험하는(어머나!),, 그동안 매우 효율적이었던 우리를 아주 놀라게 하는, 충격에 휩싸이게 하는 프로젝트 였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과정이야 말로 지금의 경험과 통찰을 갖게한 주인공임을.. 지금은 어떤 연구원도 의심하지 않게되었습니다) 결국 생각보다 우리는 더 건강할 수 있으며, 기존의 익숙한 것을 그렇게 까지 기대어 살지 않아도 나름의 자기 호기심을 스스로, 혼자 또 함께 펼쳐 나갈 수 있음을, 그리고 그것이 또한 자신을 얼마나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지를 이해할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재밌는건 이러한 경험들과 이해, 통찰들이 ‘순환’이라는 주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의 프로젝트는 과정을 직집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순환’이라는 주제는 이런 작업에 매우 직접적인 영향과 영감을 준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해하게 된 것은 또한 어느정도 (주관적으로) 순환을 이해한 경험이기도 합니다. 재밌죠!
<aside> 💡 ‘환경’에 관해 아티스트·기획자 본인이 가지고 있던 생각에 이번 순환랩 경험이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가지고 있던 생각이나 관점이 좀 더 분명해 졌다거나 생각이 달라진 면이 있다거나 관련하여 새로운 관심사가 생겼다거나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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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실험한 연구소 형식의 프로젝트의 방식은, 자기 호기심과 의문만 있다면, 어느정도의 ‘무지’는 너무 당연한 것으로 이해하여 준비하고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상태를 불안해 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자기가 자발적으로 책임을 질만한 어떤 것들을 스스로 시도할 수 있게 돕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우리가 살아야 될 생존의 시대에 꼭 필요한 경험과 관점에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오늘날의 예술교육에 중요한 영향을 끼칩니다.
<aside> 💡 2021 순환랩의 7개 파일럿 프로젝트는 연구소 또는 실험실 방식으로 실행했습니다. 아티스트·기획자가 생각하는 ‘연구소 또는 실험실 방식’이란 어떤 것이며, 그러한 방식이 예술교육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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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순환랩을 제안 받았을 때, 역시 매력적이었습니다. ‘순환’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신선하게 들릴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이렇게 새롭게 들렸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새로운 형식의 시도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단지 새로워서 좋았던 게 아니라, 지금이 딱 이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습니다. 그 제안이 매우 자연스럽게 상상과 사유로 이어졌습니다. 참가자들에게는 (저에게도 마찬가지이지만) 정말 쉽지 않은 선택이며 과정이 될 것이기에, 그들을 어떻게 설득할지 많이 고민하였습니다. 그렇게 하여 ‘순환랩 미미연구소’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저역시 이 주제를 가지고 탐구할 수 있는 재밌는 상상들로 프로젝에 살을 입혔습니다. 어떤 실험들이 가능하고, 내가 하고 싶은지를 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상태로 연구원들을 초대하고 함께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전시회로 프로젝트가 일단 마무리 되었을때. 이미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당연히 앞으로 진행하게될 또 개인적으로 실험하게될 모든 일들에 좋은 단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될지 몰랐는데, 이렇게 까지 될지는 더더욱 몰랐습니다)..
그동안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나 불안해 했던 것(예를 들면 새로운 실험과 시도에 대한 신뢰, 참가자에 대한 믿음, 나 자신에 대한 어느정도의 확신..문화 또는 예술 또는 교육이라 불리는 모든 활동의 영역에서) 에 대한 확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 그 동안은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것(워크숍에 사용되는 재료와 도구)을 소비하게 되는 것을 한편으로는 당연하게, 한편으로는 이래도 되나..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어떤 태도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안쓰겠다는 게 아니라,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대한 관점을 얻어다라고 할까요..)
그리고 앞으로의 워크숍 등에는… 새련됨과 전력질주 보다는.. 아마 천천히 가면서, 과정(순환, 재료와 도구, 워크숍 이전과 워크숍 그리고 워크숍 이후)까지 생각하는 것을 교육(활동)의 내용에 포함하여 참가자들과 함께 할 것 같습니다. (참가자들은 이미 이러한 것에 대한 나름의 태도와 책임을 기꺼이 질 수 있을 거라는 작은 확신이 들었으니.. )
일단 여기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