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de> 💡 누군가 ‘순환랩이 어떤 프로젝트인지’ 물으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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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무프로젝트 - 본명, 정산, 보고 없는 프로젝트
본명-사업을 기획하는 입장이면서 운영하는 입장으로서 사업 참여자에게는 어떤 포지션으로 나를 셋팅할지 매번 고민한다. 물리적으로 아이들과 만나기에 넘치는 나이라, 이름대신 기획자들은 너구리와 릴리로 활동했다. 아이들도 불리고 싶은 이름을 스스로 정했다. 새로운 이름 짓기를 통해 가정이나 학교에서 만들어진 본캐에서 벗어나는 홀가분함도 느꼈던 것 같다. 기획자인 우리도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받지 않으니 예술기술을 가르쳐줘야 하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대화와 실험에 집중할 수 있었다. 선생님이라는 것은 왠지 뭐라도 하나 더 가르쳐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인데 습관적으로 손에 익은 기술 위주의 예술 교육이 되지 않도록 주의했다.
정산-없음은 꿀!! 마지막까지 의심했고, 내년 감사 기간이 끝나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12월에 딱풀과 영수증을 부여잡고 있지 않아도 좋긴 한데, 그동안 기관들과 일하면서 정산 없음은 처음 겪는 일이라 조금 당황했다. 이제 예술가들도 믿어주는 건가요? 우리 열심히 성실히 합니다.
보고-사업기획, 예산편성 및 수행과 정산, 기록, 결과보고 까지가 이전의 사업 진행방식이였다면 순환랩은 보고가 없다. 기획하고 실험하는 것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물론 코로나 상황과 물리적 거리 때문에 중간 중간 영상과 사진 기록은 충실히 해둔다 . 리딩 그룹이 그것을 관찰하고 우리의 실험을 해석한다.
<aside> 💡 ‘환경’에 관해 아티스트·기획자 본인이 가지고 있던 생각에 이번 순환랩 경험이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가지고 있던 생각이나 관점이 좀 더 분명해 졌다거나 생각이 달라진 면이 있다거나 관련하여 새로운 관심사가 생겼다거나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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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랩 동료를 구한다는 생각으로 자유로움과 지적호기심을 가지면서, 몸과 마음이 독립적이라 스스로를 챙길 수 있는 대상이 나이로 가늠한다면 어느 연령대일까 생각했다. 초등학교 4-5학년 대상자들과 만났고 우리가 상상했던 것 보다 그들은 성숙한 사람들이었다. 나는 만남의 최고는 약간의 긴장을 동반한 즐거움을 주는 사이라고 생각한다. 같이 실천하고 연구하고 대화하는 시간들이 하나라도 흩어질까 마스크 위로 열심히 눈 맞춘 시간이었다.
<aside> 💡 2021 순환랩의 7개 파일럿 프로젝트는 연구소 또는 실험실 방식으로 실행했습니다. 아티스트·기획자가 생각하는 ‘연구소 또는 실험실 방식’이란 어떤 것이며, 그러한 방식이 예술교육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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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친구와도 일정 거리를 두며, 끝없이 방어하고 긴장해야 한다. 상대의 안전과 자신을 보호하면서, 서로를 연결 할 수 있도록 예술적으로 대화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생각했다.
예술과 대화는 관찰에서 시작된다. 하찮아 보이는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자세히 살피는 방법을 몸에 익히는 것을 중심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제일 하찮다 여겨지는 쓰레기가 드로잉의 소재와 재료가 되는 경험을 매주 적극적으로 제공하려고 했다. 우리 아이들은 이제 간식을 먹을 때 어떤 쓰레기가 단계별로 나오는지 머릿속에서 드로잉이 그려질거다.
당장 순환랩에서 만난 서로를 존중하고, 인간 외에 다른 생명체와 존재를 존중하고, 아직 존재하지 않은 미래의 누군가의 하루를 걱정하는 과정에서 예술 행위도 있고, 실천도 있고, 앞으로의 삶의 방향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