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de> 💡 누군가 ‘순환랩이 어떤 프로젝트인지’ 물으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aside>

순환랩이란, 실존의 문제를 파고드는 철학 프로젝이다. 왜냐하면, 모든 버려지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또 버려진 것들로 삶의 다른 맥락을 찾아 연결해보는 생각연습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순환랩은 ‘삶의 저글링’이다. ‘일-작업-놀이’라는 세 개의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지속시키는 훈련을 하기 때문이다. 좀 능숙해지면 연애, 여행, 요리, 육아 등을 추가할 수 있다. ‘잠 또는 쉼’은 공 하나를 던지고 다른 공을 받기까지 걸리는 체공시간 동안 하는 것이다. 물론, 아프거나 지친 상태라면 ‘하나의 공’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잠 또는 쉼’이 고정 게스트로 자리 잡으면 우리의 삶은 문제가 발생한다.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놀지 못하고 여행을 다니지 않는 삶을 생각해보라. 작업이란 창의적 활동까진 요구하지 않겠다. 아무튼, 순환랩은 내 몸의 활동 반경과 욕망에 비춰 던지고 받고 다시 던질 수 있는 리드미컬한 균형감각인지를 돌아보며 성찰하게 만든다.

<aside> 💡 ‘환경’에 관해 아티스트·기획자 본인이 가지고 있던 생각에 이번 순환랩 경험이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가지고 있던 생각이나 관점이 좀 더 분명해 졌다거나 생각이 달라진 면이 있다거나 관련하여 새로운 관심사가 생겼다거나 등등.

</aside>

보다 구체화 되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스터링엔진을 만들면서, 돌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게 되었다.

뭔가가 움직인다는 것은 놀랍고도 괴상한 일이며, 얼마나 많은 힘을 필요로 하는지 보게 되었죠. 기계를 작동시키기 위해서 버튼조차 누르지 않고 말로 해결하는 시대의 모든 편리 그리고 혜택에 가려진 물리 법칙들, 예를 들자면 마찰력과 중력을 이겨내기 위한 논리적 연산과정과 수학적인 연계성 그리고 아주 작은 오차가 만들어낸 오작동들을 찾아내기 위한 추론적 사고와 문제해결을 위한 어처구니 없는 시도들, 무지에서 앎으로 넘어가기 전에 맛보는 실패와 좌절 그리고 포기 또는 자기기만과 현실안주, 나약함과 의지박약, 허물어지는 의지와 자학하는 고뇌, 그러나 우연한 성공이 가져다 준 환희와 자신감이라는 신의 축복…

이제 다시 상상력이 커지고 다른 세계 즉, 환경의 변화를 꿈꾸는 인간의 역사를 실존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환경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무엇을 어떻게 왜 하는지에 따라 바뀌는 가능태였던 것이다. 크기도 모양도 의미도 모두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생명의 다른 이름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환경과 생태는 함께 붙어있는 다니는 짝꿍인가보다. 여기에 하나를 끼워넣고 싶다. 바로 기계다. 환경-생태-기계. 순환랩의 삼위일체론. 기계를 만들어 보니 알겠다. 메카닉이 얼마나 생명을 닮아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생성과 소멸의 리듬을 반복하며 생존하고 있는지를.

<aside> 💡 2021 순환랩의 7개 파일럿 프로젝트는 연구소 또는 실험실 방식으로 실행했습니다. 아티스트·기획자가 생각하는 ‘연구소 또는 실험실 방식’이란 어떤 것이며, 그러한 방식이 예술교육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aside>

그동안 예술교육의 일반적 문제는 참여자를 학습자의 위치 안에 가둬두고 있었다는 점이다. 동물 실험 코스처럼 먹이를 어렵게 찾아 먹도록 유도하는 지능훈련을 하듯이 그것을 찾아가는 기쁨과 성취감이라는 과실을 맛보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왜 먹이를 찾아가야 하는가? 배고프지 않거나 특이체질이거나 단식 혹은 금식할 자유는 없는가 같은 근원적 질문을 하게 하는것이 이번 순환랩의 실험실 방식이다. 예술과 교육은 자유의지가 어떻게 샘솟고 자라는지 봐야 한다. 이것이 인간다운 삶의 유일한 동력원이다. 이런 측면에서 순환랩은 니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과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노예적 삶을 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돌아가는 바퀴’가 되지 않고서는 어떤 예술교육도 먹잇감이 사라지면 멈추게 된다. 세상의 마찰력과 중력에 저항하는 힘, 그것의 출발점은 학습자 상태로부터의 해방이다. 그리고 교수자와 수강자라는 수직적 관계의 전복 혹은 수평적 위치로의 전환이다. 예술교육은 학교 밖에서 움직이는 하나의 운동이다. 공교육의 구멍을 메우는 땜빵이 아니라 주변을 맴돌아 그 구멍을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하는 행진이다.


불로 움직이는 체스 랩 현장 보기

다른 랩 서면 인터뷰 읽기

순환랩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