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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오미영'을 소개해주세요.

대한민국의 60대 여성이고요. 그 가운데 아마도 매우 행운이게도 지금까지 일하고 있는 아주 극소수의 사람이에요. 요즘들어 보니 그게 정체성 중 감사한 일이라 느끼구요. 실제로 교수직이 제일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는 직종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나의 출발이 아나운서였고 그 기간이 학교에서 있었던 기간과 반반 정도가 돼요.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은 아나운서로 각인되어 있는지, 그쪽을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는지. 아직도 가끔 아나운서라고 부르시는 분들이 있구요. 그런 것이 나라는 사람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일 수 있죠.

가정적으로는 5살짜리 쌍둥이 손녀를 두고 있는 할머니이기도 하고요. 이제 내 딸도 중년을 향해 가는 나이예요. 나는 그야말로 계주를 뛰다가 바톤을 넘겨주는 걸 느끼고 있어요.

어느 젊은 날의 아나운서 오미영

어느 젊은 날의 아나운서 오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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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 동아리 활동이나 기억에 남는 활동을 하신 것이 있으시다면?

그때는 테니스가 인기 스포츠여서 테니스부를 들어가게 됐어요. 근데 해보니 워낙 운동하고 잘 맞지 않더라고요. 어울리지 않는 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중고등학교 시절에 '문학소녀' 과 였어요. 학보사에 기고를 하나 했는데 그게 인연이 되어 1년 여간 학보사에 활동한 일이 있어요. 학보사를 1년밖에 하지 못했는데, 지금도 아마 학보사 일을 하면 그럴테지만 아, 너무 늦게 끝나는 거예요. 그 일자체가 싫었거나 그런건 아니라 집에서 너무너무 혼나고 그게 힘들어서 끝까지 완주하진 못했죠. 학보사의 시절이 나의 대학생활을 대표하는 활동이죠.

그때는 사실 동아리라는 것이 지금만큼 다양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우리 시대(7-80년대)에는 믿을 수 없겠지만 학보사에 대해서도 보이지 않는 검열의 손길이 있었던 시절입니다. 불행한 시대지요. 그래서 참 어려움이 있었어요. 우리가 올린 기사들이 삭제되거나 학교 측에서 허락이 안 되거나 그랬던 일도 충분히 있죠. 드라마에 나오잖아요 그런 일들. 그런 것들이 실제로 있었던 일들이니까.. 아쉬움이 남죠.

나의 ‘청춘’은 어떠했는지?

정말 '아프니까 청춘이다'만큼 개념정의가 잘 된 청춘의 개념이 없는 것 같긴 해요. 그 당시는 좀 아까 얘기한대로 사회가 '회색빛'이었잖아요. 물론 지금 우리 학생들도 어려운 취업환경에다 세상이 너무 급변하니까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은 충분히 있는데, 그것보다 그때는 사회 자체가 암울해서 어떤 희망 같은 거를 갖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밝고 쾌활하고. 그건 그 당시 대학생과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냥 그걸 견뎌내야 했던? 그런 것이어서.. 대체로 흐렸다. 그리고 또 앞이 안보여, 내가 뭐가 될 수 있을지 앞으로 뭘 해야할지 그런게 하나도 보이지 않았던. 깜깜했던 느낌? 안개 속에 헤쳐나가야 했던 느낌 그런게 있었어요. 그래서 그때는 혼자서 그런 고민들이 많다보니까 약간 지금으로 치면 애늙은이 같던 대학생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대학생들이 어떤 경우에는 아주 정말 애들같이 보이기도 하거든요. 나 뿐만이 아니라 모두 앞이 안보이고 암울했던 대학생활. 그래서 뭘 했나? 생각해보면 즐겁게 지내지 못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공부 이외의 것은 거의 시도하지 못하신 건가요?

수업자체도 지금만큼 시간표에 맞춰 운영되는 것도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였어요. 휴강이나 결강도 자주 있었고, 일부 시기에는 학교 문이 잠기기도 했어요. 독재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이 모이는 것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내가 대학교 4학년인 79년도에 박정희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독재가 막을 내렸는데(10.26사태), 나는 76년부터 대학을 다녔어요. 가장 독재가 최고조에 달해서 거의 입에 제갈이 물렸던 시기였어요. 그러니 대학도 크게 다르지 않았죠. 그러니 거기서 발랄하게만 산다? 그 때 대학생과 어울리지 않는 일이에요. 의식 있는 대학생들은 그때 행동으로 참여하진 못했을지언정 이른바 금서를 더 탐닉했어요. 엄혹한 시대를 지냈다고 생각할 수 있구요. 그래서 낭만이라면 그런거죠, 지금만큼 타이트하지 않은 학교생활이니까 캠퍼스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기회는 훨씬 많았던 것 같아요. 친구끼리 뭔가 얘기하고 토론하고 그런 자유로운 분위기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았던 거는 같아요.

20대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

그래도 역시 학보사 활동을 뽑을 수가 있을 것 같아요. 그 와중에 MT들 가잖아요. MT가서 어울렸던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요. 동기들과 동료 선배들과 같이 대천해수욕장을 갔던 것 같은데, 그때 뭘 같이 만들어먹었던 기억.. 행복한 잔상으로 남아있던 건 그 때. 이런 것들이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죠.

사건이라고 한다면.. 사실은 뭔가 사건이 일어나면 정말 큰일났기 때문에 사건이 일어날까봐 조심했던 생각밖에 안나요. 사건이라는 것은 없는 것이 평온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던 시기였죠.

20대로 돌아가 하나만 되돌리고 싶은 게 있다면?

나도 가끔 생각해봅니다. 사람은 다 후회가 있지만 아무리봐도 지금 나는 돌아간다고 치면 똑같이 했을 것 같아요. 돌아갈 수 없는 것도 알지만 돌아가서 고칠 수 없다는 것도 알아요. 그래서 그냥 주어진대로 그걸 지나온 지금이 그냥 안심이에요. 이걸 선택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런 일 부터 시작해서, 이걸 잘 못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마음을 오롯이 내가 껴안고 힘들어 했어요. 그때는 처음 당하기도 하고 많이 힘들었으니까요. 그래서 거쳐온 지금은 다시 가고싶지 않죠.(웃음)

'그 시간 속에 있던 사람들은 여전히 그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20대인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