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게 된 계기는 어느 기사를 보다가 관심있는 분야의 교수님이 연구자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셨기 때문이었다. 지나가다 슬쩍 본 기사여서 어떤 기사였는지 찾지 못하고 있다..

보통 책을 제대로 읽기 전에 목차를 한번 쓱 보고 읽을지 말지 결정하는데 궁금증을 유발하는 소제목들이 보이기도 했고, 책을 알게 됐을 당시 학부연구생 관련해서 고민하던 중이어서 읽기로 결정했다.

외국도서 번역판이 대부분 그렇지만 술술 읽히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책에 연구자의 길에 대한 조언들이 많이 있어서 이 중 몇 개를 적어보고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째, 믿을 수 없고 어려워 보이는 분석 방법 몇 가지를 골라 끈기 있게 달려들어 그 방법의 권위자가 발표한 결과와 비슷한 결과를 얻을 때까지 되풀이해서 시도해보라. 성공하여 얻은 기쁨, 특히 교수의 지도 없이 성공하여 얻은 기쁨이라면 실험 작업이 적성에 맞다는 분명한 표시이다.

둘째, 어렵고 논쟁 중인 과학 주제를 찾아 자세한 논문보다는 일반적인 참고 문헌을 읽으면서 그 주제를 슬쩍 훑어 보라. 그리고 나서 실험 연구를 두세 달 해 본뒤, 그 주제에 이르렀다면 그리고 뜨겁게 논쟁 중인 쟁점에 대한 자기 생각이 어떤 저명한 권위자들의 해석과 일치한다면, 그리고 어떤 권위자의 오류를 어렵사리 피했다면, 소심함을 버리고 지체없이 연구에 착수하라.

위 두 개의 인용구는 본인이 연구직과 맞는 성향인지 알아보기 위한 두 가지 조건을 말한 것이다. 초반에 학부연구생을 하면서 무엇을 해야할지 감을 못 잡은 나에게(아직도 감을 못 잡았지만..) 어느 정도 길을 알려준 글이 되었다.

즉, 연구를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이용하고 최소한 두세 시간을 연구에 바치고 나서 하루를 마치고 사회 활동으로 인한 지적인 분산과 시간 낭비를 막기 위해 현명하게 담을 쌓으며, 마지막으로 가능한 한 카페와 다른 놀이판에서 심술궂은 잡담을 피하는 데 있다. 그런 잡담은 우리의 신경 에너지를 낭비하고 어린애 같은 자만과 쓸모없는 일로 본업에서 멀어지게 한다.

읽고 좀 뭐랄까, '좋은 연구자가 되려면 이렇게 고지식하게(?) 살아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업에서 벗어난 잡담을 신경 에너지 낭비라고 표현을 한다.

무슨 말을 하려는건지는 이해가 되는데 그냥 읽고 좀 슬펐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과 말을 하는 걸 휴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이 저자처럼 신경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본인 성향에 맞춰 적절한 휴식을 취하되, 결국에는 본업을 잊지 않고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도 이 대목을 쓰고 뭔가 조금 찔렸는지 다음에 이와 같은 말을 했다.

물론 마음을 흩뜨리는 모든 것을 없애라고 권고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연구자는 언제나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의 연상 작용을 촉진해야 한다. 야외 산책, 미술과 사진 작품 감상, 다른 지역의 유적을 비롯한 볼거리 즐기기, 음악에 푹 빠지기,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를 이해해 주면서 심각하고 성찰적인 대화를 피할 수 있는 사람과 사귀는 것 등은 실험실 연구자가 긴장을 푸는 최상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