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학부 때 막연히 ‘나도 언젠가 마음 맞는 사람과 디자인 스튜디오를 하고 싶다’ 생각만 했었는데 이렇게 빨리 시작할 줄은 몰랐다. 어쩌다 보니 같이 일하던 동료들과 함께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그중 한 명과 스튜디오를 운영하게 된 것이다.

스투키 스튜디오의 포트폴리오 사이트

스투키 스튜디오의 포트폴리오 사이트

스튜디오를 공동 운영하는 태경과 나는 데이터 시각화 교육과정에서 같은 조원으로서 만났고, 회사에 같이 들어가서 같이 그만뒀다. 회사를 관두고 난 후 태경과 함께 스튜디오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서 별 망설임이 없었는데, 같이 일하면서 책임감 있는 태도가 굉장히 인상적이기도 했고 디자이너와 개발자 조합이라면 만들지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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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키 스튜디오가 제작에 참여한, 닷페이스의 온라인 퀴어퍼레이드〈우리는 없던 길도 만들지〉

스투키 스튜디오가 제작에 참여한, 닷페이스의 온라인 퀴어퍼레이드〈우리는 없던 길도 만들지〉

우리는 회사에 다니면서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는데, 우리끼리 하는 말로 ‘제작자들만의 파티’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사람들이 쓰지도 않을 것에 예산이 투입되고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채로 콘텐츠가 발행되고, 제작자들끼리 자축한 뒤에 금방 쓰임을 잃고 사라져버리는 것을 말하는 푸념 섞인 은어였다. 회사에서 반복되는 ‘제작자들만의 파티’에 지쳤던 우리는, 우리가 열심히 만든 만큼 세상에서 쓸모가 있는 것들을 만들어내자 다짐하며 스튜디오를 시작하게 되었다.

후루룩 시간이 지나 스튜디오를 운영한 지 벌써 5년이 되었다. 현재 시점에서 그간의 경험, 고민, 느낀 점 등을 나눠보려고 한다.

🤲 소규모 스튜디오를 공동 운영한다는 것

아무래도 가장 좋은 점은 혼자 일할 때보다 덜 외롭다는 점이다. 밥을 함께 먹고 소속감을 느끼고 무례한 클라이언트를 함께 욕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은 작업을 해나가는 데 큰 힘이 된다. 각자 작업을 하더라도 편하게 의견을 물어볼 수 있고. 특히 디자인 시안 최종, 최최종, 최최최종 등을 진행할 때 판단력을 잃은 나 대신 어느 것이 나은지 알려주기도 한다.

따로, 또 같이 작업하기에 수익이 들쭉날쭉한 프리랜서 생활의 단점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둘의 수익 분배율이 5:5이다 보니, 협동조합 같은 느낌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석 달간 자체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서 디자인 외주를 받지 않을 때는 동업자가 돈을 벌어오기로 합의를 보면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동일한 지분을 가진 두 명이서 하는 일이다 보니 다수결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재밌다. 총 인원이 3명만 되어도 2:1이 가능하니 나머지 한 사람의 의견은 무시당할 수 있는데, 우리는 1:1이라 만장일치가 필수다. 서로를 설득하기 위해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여 설득의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의사결정이 빠르진 않지만 설득의 과정에서 생각이 더 진전되기도 하고, 지난한 줄다리기 속에서 결정난 의견은 누구 하나 배제되지 않고 둘다 동의한 것이라는 점이 좋은 부분이다.

👥 좋은 곁을 둘 수 있다는 것

회사를 나와 사업을 한다는 것은 자기 주변에 둘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구성하는 일이다. 회사에 다닐 때는 별 빻은 소리를 다 해대는 사람들을 참아내야 했는데, 지금은 주변 사람들을 나의 의지대로 꾸릴 수 있다는 점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