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문장에는 상정하는 독자가 있다. 거꾸로 말해, 제대로 독자를 상정하지 않은 문장으로는 커뮤니케이션이 성립하지 않는다고도 말할 수 있다.

독자를 상정하는 작업은 독자가 누구인가를 분석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자가 누구인가?"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은 작은 질문들로 나뉠 수 있다.

  1. 독자는 무엇을 알고 싶어하는가?
  2. 독자에게 알리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3. 독자는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고 있는가?

불행히도 이 질문 리스트는 난잡하다. 왜냐면 위 질문들이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질문은 바로 독자에게 전달할 내용이 무엇이냐 하는 질문이다. 그런데 저 세 질문을 따로 해야 할 이유가 있한다. 바로 작성자와 저자의 목표와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목표: 동상이몽에 주의할 것

어떠한 문장이 있을 때 독자는 그 문장을 읽음으로써 무언가를 이루려고 한다. 동시에, 문장을 쓴 사람 또한 그 문장을 씀으로써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다. 이 둘은 앞에서 쓴 1과 2에 각각 해당하는데, 이 둘이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 일치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예외가 있을 수 있다면 업무상 커뮤니케이션이다. 이상적인 조직에서 구성원들의 목표가 정렬되어 있다면 비교적 현실적인 수준에서,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둘이 일치할 수 있다. 독자는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내용을 필요로 할 것이고 작성자 또한 그 내용을 전달하려 할 것이니 말이다.

인게임 문장을 쓸 때에도 비슷한 말을 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하길 원하고, 인게임 문장은 그것을 도와야 한다. 그것을 어떻게 잘 하느냐와는 별개로 최소한 플레이어와 개발자의 목표는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우에 독자와 작성자의 목표가 일치한다고 할 수는 없다. 설득하기 위한 문장은 애초에 독자에게 목표를 갖게 하기 위한 문장이다. 물건을 팔기 위한 문장은 그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제안서도 마찬가지이다.

배경: 어떤 사람도 동일한 사전정보를 지니지 않는다

설령 문장을 쓰는 사람과 문장을 읽는 사람의 목표가 일치한다는 이상론적인 전제를 받아들이더라도 피할 수 없는 것은 정보의 차이로 인한 불일치이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정보의 차이를 없애기 위해서 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이기는 하지만, 모든 정보의 차이를 없앨 수는 없다. 앞에서 쓴 3번 질문에 대한 답 자체도 근본적으로 완전할 수는 없다.

업무상 생기는 의견의 불일치 중 목표에 대한 불일치를 제외하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배경에 의한 불일치이다. 여기서 배경이란 어떤 의견을 뒷받침하는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크게는 근거와 의도가 있다. 근거에는 근거가 되는 자료가 제일 바람직하게 여겨지지만, 기억(경험)과 직관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기획 문서는 비동기적 의사소통이기 때문에 내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이 문서를 작성하는 것인지를 포함시켜야 상대가 그에 맞는 대응을 할 수 있다. 상대방도 나와 동등한 전문성을 지닌 구성원이며, 의도가 공유되면 내가 제시한 방법보다 더 좋은 방법을 제안해줄 수도 있다. 의욕이 있는 상대로부터 "이 일을 왜 하려는/해야 하는 거에요?"라는 질문이 나올 일이 없어야 한다.

인게임 문장에 있어서는, 플레이어는 게임 내 문장을 쓰는 사람보다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태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실제 사용 테스트는 그런 경우를 많이 잡아주지만, 그 전부터 플레이어를 고려하여 문장을 쓰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