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의 어느날, 서울 망원동 알맹상점에 오늘의 참가자 4명이 모였어요. 빈 화장품통을 제조사나 용기 소재에 따라 분류하는 작업에 참여하기 위해서요. 어떻게 분류하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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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OP6 제조사별로 기록한다 : 이△스프리, 아모△퍼시픽, LG생활△강, 닥△자르트, AH△, 애경산△

2️⃣ 기타 제조사는 ‘제조판매원’을 확인해 기록한다(판매사를 압박해야 제일 효과적이라고!)

3️⃣ 빈 통마다 소재를 확인한다 : 펌프나 뚜껑 말고, 용기 본체를 기준으로

4️⃣ 소재별로 재활용이 되는지 아닌지 기록한다

고금숙 알맹상점 대표님의 설명은 참 쉬웠지만 에디터의 모자란 기억력이 문제였어요. 사실 3️⃣번까지는 정말 쉬운데 4️⃣번부터는 헷갈리기 시작하거든요. PP·PE 플라스틱 용기와 ‘플라스틱 OTHER’, 색깔별로 운명이 갈리는 유리병, 투명·불투명 페트병의 대향연이었어요. 용사님들 골치 아플까봐 자세한 분리배출 팁은 맨 아래 덧붙일게요.

척추수술 1,700만원이라는데...

척추수술 1,700만원이라는데...

4시간 동안 화장품 통을 들여다보고 박스를 정리하고 포대자루를 날랐어요. 여기에 쌓인 빈 통은 전국 각지의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부쳐온 물건들. 미리 브랜드나 용기 종류별로 나눠서 보내준 분들도 계셨어요. 그 정성이 너무 따뜻💕한데, 정작 재활용 가능한 물건은 정말 적어서 안타까웠어요. 재활용할 수 없는 ‘플라스틱 OTHER’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거든요. 애초에 크기가 작거나 소재 표기 의무에서 비껴나 있는 샘플통도 어마어마하게 많았구요.

열심히 전투를 치르는 와중에 ‘제조판매원:OO후케어즈’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어요. 이런 걸 누가 신경쓰냐고(Who cares?) 비웃는 것 같아서 마음 속으로 전국의 수많은 용사들을 떠올렸어요.

화장품 원료·브랜드 설명은 한가득인데, 용기 소재에 대한 정보는 쏙 빠진 제품도.

화장품 원료·브랜드 설명은 한가득인데, 용기 소재에 대한 정보는 쏙 빠진 제품도.

그나마 다행인 점. 용기가 매우 웅장한데 정작 내용물은 계란 반 알만큼 들어있는 화장품을 예전에는 꽤 봤어요. 그런데 이날 분류 작업에선 손에 꼽을 만큼🖐 드물었어요. 화장품 회사들도 그동안 많이 각성한 것 같아요.

하지만 기업들을 더 독촉해야겠죠? 이날 모니터링 작업의 목적도 바로 그거예요. 화장품 통을 열심히 모으고 나눠서 주요 제조사에 보내고 압박📣하는 것. 녹색연합, 여성환경연대, 알맹상점 등이 뭉쳐서 **‘#화장품 어택’**을 진행 중인 이유예요. 좀더 재활용이 수월한 용기에 화장품을 담아 팔라는 거죠.

화장품 어택은 예전부터 이어졌는데, 올해 특히 불이 붙은 배경에는 ‘재활용 등급 표시’가 있었어요. 올해부턴 재활용이 어려운 각종 포장재에 ‘재활용 어려움’이라고 써붙이게 했는데, 화장품 용기는 환경부가 면제해 줬거든요. 화장품 통 90%가 재활용이 안 되는데도 말예요 ಠ▃ಠ

그래서 화장품 빈 통을 모으고, LG생활건강 본사 앞에 쌓아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시민 서명까지 다양한 활동을 벌였어요. 그러자 환경부는 ‘자체 회수 시스템을 갖춘 업체’에만 재활용 어려움 표기를 면제해주기로 방침을 바꿨구요.

지난 2월 25일 서울 광화문 LG생활건강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 /사진=녹색연합

지난 2월 25일 서울 광화문 LG생활건강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 /사진=녹색연합

화장품 어택 덕분에 지난 3월 25일부턴 재활용이 어려운 화장품 통엔 아래처럼 표시하도록 의무화됐어요. 이게 끝은 아니에요. 근본적으로 화장품 기업들이 재활용되기 쉬운 단일재질 용기를 써야 할 테고, 재활용이 어려운 펌프에선 금속 스프링을 없애야 해요. 애꿎은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들이 책임을 지도록 하자는 거죠. 화장품 기업들이 직접 나서 빈 통을 회수해 재활용하도록, 리필 제품을 늘리도록 압박해야 해요. 아직 용사들이 할 일이 많아요.

새로운 재활용 정보 표시.

새로운 재활용 정보 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