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붐의 시대가 가고 있다

수십 년간 실리콘밸리의 급격한 성장을 뒷받침했던 인터넷의 순풍이 잦아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파급효과는 테크 산업 전체를 뒤엎을 것입니다.

1990년대 말, 인터넷 사용은 미국 서부 해안가 동네의 괴짜들의 취미였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수준의 생활필수품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인터넷은 소비자들의 시간과 돈을 점점 더 많이 소모했습니다. 스마트폰과 SNS는 필수품이 되었죠.

이런 바람은 기업들에게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기업의 SaaS(Software as a service)는 급증했죠. 클라우드 서비스와 비즈니스 효율화 툴이 엄청나게 많이 등장했고, 신생기업도 전통기업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자본을 조달하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장은 20%가 넘는 CAGR(연평균성장률)을 보였고, 시장의 역학관계가 빠르게 전환되면서 기존의 기업은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이 틈에 스타트업이 치고들어올 수 있었죠. SaaS 매출이 매년 50%씩 성장하자 모두가 새로운 시장기회를 탐냈습니다. 소비자들은 인터넷향 지출과 스마트폰 사용량을 엄청난 속도로 늘리며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라는 시장을 열어젖혔습니다.

많은 인터넷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은 다음 12개월간 수익을 수 배로 불릴 수 있다고 가정하곤 하죠. 이건 다시금 시장이 지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을 가정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자면, 이제는 지수적인 성장이 아니라 로그함수 형태의 성장이 우리가 인터넷 업계에서 마주할 미래입니다. 다소 우울한 그림이죠.

테크 카테고리별 연도별 성장률

테크 카테고리별 연도별 성장률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람들은 하루에 6시간 이상을 온라인에서 보내며, 소셜미디어에 가입했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온라인으로 쇼핑을 합니다. 이 사용량은 당연히 계속 증가할 겁니다. 이커머스는 계속 소매시장을 먹어치울 것이며, SaaS가 수작업을 대체할 것은 뻔한 이야기죠.

그렇지만 사람들은 시간과 돈을 100% 이상 인터넷에 쓸 수 없습니다. 인터넷 보급률이 거의 끝에 다다르면서 신생 회사는 기존 사업자들의 매출과 유저를 뺏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죠.

다른 많은 성숙한 산업군처럼 실리콘밸리도 그들의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싸워야 합니다. 인터넷 역사상 처음으로 스타트업의 성장은 시장의 요구가 아니라 회사의 밀어주기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닷컴시대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의해 열렸다면, 이제 인터넷 스타트업들은 영업, 마케팅, 운영을 통해 그들의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순풍이 잦다든다는 것은 점진적으로 소비가 둔화됨을 의미합니다. 인터넷 사업자들은 기존의 제품과 조직을 통해 나머지 성장을 취할 수 있지만, 인터넷 스타트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인터넷 관련 소비 증가와 그 기여율

인터넷 관련 소비 증가와 그 기여율

인터넷 시장이 성숙함에 따라 일어날 결과가 중요하겠죠. 아마 재무적, 문화적 해석을 통해 이 의미를 알아챌 수 있을겁니다. 인터넷 스타트업과 기존 기업의 제로섬 게임이 가속될 겁니다. R&D가 아니라 판관비가 실리콘밸리를 움직일 것이며, 새로운 금융 인프라가 갖춰질 여지가 생길 겁니다. VC들은 숫자가 아니라 비전에 기반해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내일의 창업자와 운영자는 지난 20년과는 분명이 다른 모습이 될 것입니다.

제로섬게임 가속으로 업체간의 경쟁은 더없이 치열할 것입니다.

점점 더 줄어가는 기회 속에서 엄청나게 많은 수의 인터넷 회사들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미래는 자명하죠. 보잉과 같은 상업용 비행기 회사가 사업을 성장시키는 방법이 뭘까요? 항공기 수요는 명목상으로는 증가한다지만, 결국 제로섬 시장입니다. 에어버스로부터 시장점유율을 훔쳐오거나, 소규모 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그 방법이죠. 그리고 이것이 인터넷 회사들에게 일어날 미래입니다. 무엇보다 기존기업과 그 경쟁 스타트업의 출현 기간이 점점 더 짧아지고 있습니다. 대체재로써의 가치를 오래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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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네트와크나 마켓플레이스 같은 곳에서 규모의 경제가 작용한다면 급진적인 성장(blitzscaling) 전략은 제대로 작동합니다. 빠르게 임계점에 도달하는 회사가 이기는 것이죠. 과연 이 전략이 지금도 통할까요?

규모에서 오는 이점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축적된 브랜드 가치, 공급업체 구매력, 그리고 자본을 더 싸게 조달할 수 있다는 점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진정한 의미에서 네트워크 효과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은 찾기 힘듭니다. 동시에, 테크 업계에는 규모의 비경제가 작용합니다. 더 치열한 인재 경쟁과, 부동산 가격의 상승, 그리고 고객 확보 비용의 증가라는 요인들이죠. 급진적인 성장 전략은 앞으로에 적합한 전략이라기보다는 지난 이십년에 적합한 방식입니다. 생태계에서 비경제가 작용하면, "최초로 스케일링에 성공함"은 곧 "최초로 실패한"이 될 수 있습니다. 단위경제가 더욱 중요해지며, 신중하게 측정된 성장만이 승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