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는 한끝 차이야, 알고 있어?

너는 나를 떠났고

나는 너를 떠나보냈어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고

나는 너를 사랑했어

너는 날 우선시 하지 않았고

나는 널 우선시 했어

아직 기억하고 있니?

네가 내게 해주었던 그 모든 말들

너는 온전히 너만을 위해 내뱉었겠지만

나는 온전히 너를 위해 내뱉었어

기억은 하고 있니?

내가 너에게 쏟아부었던 그 모든 사랑을

너도 거짓말쟁이고 나도 거짓말쟁이야

넌 날 사랑한다 해놓고 사랑하지 않았고

난 널 사랑하지 않는다 해놓고 사랑하니까

내가 느끼는 심정이 이 시에 잘 녹아들었길 빌기엔 내가 가지고 있는 힘이 너무나도 빈약해 욕심이란 생각이 들었다. 잉크가 번지지 않았으면 해 힘을 주어 조심스럽게, 마치 아이를 다루듯이 써내려갔지만 눈에서 눈물이 하나둘씩 떨어져 결국엔 번져버렸다. 힘을 너무 준 탓에 손은 덜덜 떨렸고 내 육신은 미련에 휩싸여 덜덜 떨렸다. 안대를 낀 쪽이 어째선지 아려왔다.

아무런 일도 없었다. 내가 애써 구해왔던 종이와 만년필을 한구석으로 비좁게 밀어 붙였으니 외눈이 보기에는 평범한 나무 테이블만이 존재했다. 그러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다. 눈에 맺혀있는 물방울은 그저 내게 있는 감정이 불러일으킨 변덕일 뿐이었다. 조용히 의자를 책상 안 쪽으로 더 끌어앉고선 몸을 숙이고 팔을 뻗어 엎드렸다. 차갑지만 금방 미지근해졌다. 아, 참. 조용히 의자를 옮기진 않았던 것 같다. 끽, 끼긱 소리가 정통으로 내 귀를 쑤셨으니 시끄러웠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