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나는 잠시 노르웨이 오슬로에 머물렀다. 그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으며, 언젠가 꼭 다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리고 1년 뒤, 같은 날. 나는 다시 노르웨이 땅에 서 있다.... 이번 여정은 남부에서 중부, 그리고 북부까지, 노르웨이 전역을 아우르며 펼쳐진다. 각기 다른 풍경과 문화를 마주하며, 그 속에서 새로운 질문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노르웨이 남부로 향하며 스스로 품었던 질문은 다음과 같다. 같은 장소에 다시 선다면,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을까? 아니면 너무 익숙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같지 않았다. 공사 중이던 건축물은 완성되어 있었고,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요소들이 눈에 들어왔다. 전에 자전거로 도시를 달리며 원하는 순간에 멈춰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로 아쉬웠던 풍경을 새로운 시각으로 담아냈다. 그리고 저번에는 포기를 했었던 플로팅 사우나에 가서 바다에 뛰어들었다! 작년에 남기고 갔던 아쉬움과 미련은 모두 바다 아래로 가라앉았다.
두 번 같은 장소를 찾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러나 반복 속에서 무엇이 깊어지고 무엇이 희미해졌는지 구분할 수 있었다. 그것이 남부에서의 가장 큰 배움이었다.
남부를 떠나며 우연히 보게된 오페라 하우스의 공식 영상에는, 그다지 좋지 않은 반응의 댓글들이 달려 있었다. 현지인들에게 현대 건축은 낯설고 매력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들이 향유하는 진짜 노르웨이의 건축은 어디에 있을까? 중부의 길 위에서는 예기치 못한 순간들이 이어졌다. 도로를 가로막은 양떼, 깊은 터널 속 교차로와 칼치기를 하는 차량들. 그러나 차를 멈추면 거대한 피오르드 풍경과, 사람들과의 소소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노르웨이의 국립관광도로는 단순한 도로가 아니었다. 곳곳의 아름다운 전망대와 휴게소, 각 지역의 역사를 담은 박물관들은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손길이 닿아 있었다. 길을 따라 이어진 이 건축물들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지역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창이 되었다.... 노르웨이와 유사한 강원도의 높은 산맥과 계곡, 그리고 굽이진 도로 위에서, 그들의 이러한 태도를 적용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떤 건축을 해야할까? 그 답은 북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세상의 끝에 홀로 서 있는 건축물은 나에게 무엇을 말해줄까.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품고 우리의 차는 노르웨이 북극, 종착지 바르되 섬을 향해 조금씩 나아갔다.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바르되에 이르렀을 때, 건축은 아무 말도 건네지 않았다. 불꽃은 조용히 타올랐고, 125m의 복도는 오래된 나무처럼 바람에 흔들릴 뿐이었다.
“건축은 반드시 말을 해야 할까. 아니면 존재만으로도 충분할까. 코끝을 스치는 북극해의 바람 소리만이 들려왔다. 그러나 강렬했던 것은 건축이 아니라, 함께한 경험이었다. 각기 다른 목표와 질문을 안고 세상의 끝에 다다랐을 때, 우리의 감정은 황량한 북극의 끝에서 서로 꽃을 피웠다. 공항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리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춤토르가 저곳에 아무것도 짓지 않았다면, 우리가 바르되까지 찾아올 일이 있었을까?’
어쩌면 건축은 말없이,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그리고 그 차이가, 어쩌면 건축의 힘이 아닐까 생각했다.” 페터 춤토르는 『분위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쩌면 그 건물들 가운데는 25년 뒤 어른이 된 아이들의 기억 속에 하나의 모퉁이로, 광장으로 되살아날 건물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첫사랑, 첫 키스의 장소로 기억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에게는, 건축 책에 남는 것보다 수십 년 뒤에도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
춤토르가 말했듯, 건축은 결국 책에 남는 기록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아남는다. 그 말은 곧, 우리가 한국에서 건축을 고민할 때도 중요한 길잡이가 된다. 처음에는 노르웨이의 건축을 강원도에 직접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 직접 보니 자연환경만 비슷할 뿐 사람들과 문화, 삶의 방식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한민국에서 건축을 배우며 우리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어간다는 일이 쉽지 않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하지만 노르웨이가 그들의 문화를 꽃피웠듯 강원도도 우리만의 자원을 찾아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앞으로 나는 먼저 우리만의 ‘그래야 했기 때문’을 찾아내고, 그것을 어떻게 아름답게 만들지 고민하고자 한다. 어쩌면 그 해답은 건축이 아닐 수도 있다. 아니면 세상의 끝처럼 아무 대답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새로운 끝을 향해 나아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