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페이지에서는 RWA 토큰을 담보로 활용할 때 특히 신경써야 하는 디폴트 리스크에 대해서 설명하고,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서 이를 다루고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여기서 설명드릴 내용에 대해서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존 DeFi의 크립토 토큰 담보물에서 발생하던 리스크와 그에 대한 기존 DeFi 프로토콜의 디폴트 리스크 관리 방법에 대해서 이해하셔야 합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배경을 먼저 설명하고, RWA 토큰 담보 대출에서 발생하는 디폴트는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여러 RWA 프로토콜들은 이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기존 DeFi에서의 대출 포지션 디폴트 인식

기존 DeFi 모델에서는 사용자가 프로토콜에 스테이블코인을 예치할 때, 프로토콜이 사용자의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를 잘 지켜줄 수 있는지만 신경쓰면 되었습니다. 이를 달리 말하면 사용자의 스테이블코인을 빌리려고 하는 대출자의 담보 토큰 가격이 떨어질 때 그에 따라 프로토콜이 청산 등의 절차를 잘 수행할 수 있는지만 신경쓰면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서 AAVE에 USDC를 예치하는 예치자는 대출자들이 AAVE에 담보로 예치한 ETH 가격이 떨어질 때, 프로토콜은 그에 따라 대출자들의 포지션을 청산시키고 예치자의 USDC를 지켜줄 수만 있으면 되었습니다. MakerDAO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출로 발행된 DAI 가치보다 MakerDAO가 가진 담보물의 가치가 낮아지기 전에 대출자들의 담보 포지션을 청산시키기만 하면 DAI의 가치를 $1로 유지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치자 관점에서는 프로토콜이 AAVE나 MakerDAO처럼 주요 프로토콜의 메커니즘을 차용하고 있는지 확인하면 되었고, 비슷한 메커니즘을 사용하는 프로토콜에서 메커니즘으로 인해서 디폴트가 발생한 사례가 있는지만 확인하면 되었습니다. 프로토콜 입장에서도 디폴트가 발생했을때 메커니즘 상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그 메커니즘만 적절한 형태로 수정하는 형태로 디폴트에 대처하였습니다.

사례

2020년 3월, 코인 시장이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MakerDAO에서 디폴트가 대규모로 발생했습니다. 이 당시 발생했던 문제는 MakerDAO 청산 메커니즘이 제대로 설계되어있지 않아서 청산자들이 프로토콜이 필요로 하는 청산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MakerDAO는 디폴트 처리 과정에서 자신들의 청산 메커니즘 중 담보물 경매 방식을 대폭적으로 수정하는 형태로 프로토콜을 개선하였습니다.

청산이 일어나는 메커니즘 외에도 기존 DeFi 프로토콜에서는 청산과 관련된 리스크 파라미터들을 통해서 디폴트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했습니다. Gauntlet이라는 토큰 이코노미 모델링 회사를 통해서 MakerDAO, AAVE 등의 디파이 프로토콜들을 청산이 일어나기 위한 담보대출비율 (LTV) 기준을 설정하였고, 시장 하락장이 심해진다고 판단될 때마다 이 파라미터를 조정하여서 청산이 원만하게 일어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시로, 2022년 12월에 AAVE 커뮤니티는 암호화폐 시장의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스테이블코인 대출에 필요한 담보 비율을 높였습니다.

정리

기존 DeFi에서는 프로토콜이 토큰 자산들의 가격을 정확하게 가져오고, 그 가격에 담보물들만 잘 처분하였다면 디폴트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즉, 기존 DeFi 모델에서는 프로토콜에서 디폴트가 발생하는 것을 프로토콜 설계의 문제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디폴트가 발생하는 것은 프로토콜이 제대로 설계되어있지 않거나 프로토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였습니다.

RWA 프로토콜에서의 대출 포지션 디폴트

Borrower 디폴트에 대한 인식

RWA를 취급하는 프로토콜에서는 디폴트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 다소 다르게 생각합니다. 여기서는 각 RWA 토큰 담보물마다 디폴트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프로토콜 차원에서도 인정하고 있으며, 디폴트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프로토콜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기존의 DeFi에서는 담보로 받아둔 토큰들의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졌을때 이를 온체인 위에 형성되어있는 시장에 매도하면 되었습니다. 하지만 RWA 토큰들은 정해진 가격에 바로 매도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RWA의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프로토콜에서 적절히 담보물을 처분해서 프로토콜 자산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힘듭니다. 거기다가 RWA가 아무리 토큰화되었다고 해도 블록체인 위의 토큰 소유권이 실제 RWA에 대한 소유권을 그대로 반영하는지에 대해서 아직까지는 애매한 상황입니다. 이 두 이유에 의해서 RWA 토큰 담보물이 청산되어야 할 때 블록체인 위에서 빠르게 담보물을 처분하고 borrower의 대출 포지션을 상환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Tranche: 디폴트에 대응하는 메커니즘

이러한 이유에서 RWA 프로토콜에서는 디폴트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청산을 통해 프로토콜 디폴트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디폴트가 발생했을때 그 자산 손실을 어떻게 Lender들에게 배분해야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겠습니다. Lender 중에서도 어떤 Lender는 자본 손실이 조금 발생하더라도 높은 이자 수익을 원하고 예치를 할 수도 있고, 어떤 Lender는 수익률이 낮더라도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것을 더 선호할 수 있습니다. RWA 프로토콜은 같은 vault에 대해서도 Lender를 리스크 선호도에 따라 분류하여 예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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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구조를 전통 금융에서는 Tranche라고 하고 있고 웬만한 RWA 프로토콜들은 Tranche 구조를 가져와서 Lender들의 예치를 받고 있습니다. Tranche는 보통 senior tranche와 junior tranche로 나뉘어 집니다. 여기서 senior tranche는 손실에 대해서 어느정도 보호를 받되 수익률은 제한되어 있는 모금 형태를 말하고, junior tranche는 손실에 가장 먼저 노출되는 대신 더 높은 수익률을 받을 수 있는 채권을 의미합니다.

Tranche 구조로 Lender의 예치를 받는 vault들도 전통 금융권에서 사용되던 tranche와 같은 형태로 설계되어있습니다. Borrower가 자신이 빌린 대금과 이자를 상환하면 이 상환액은 우선적으로 junior tranche에 할당되어서 junior tranche에 예치한 Lender들에게 배분됩니다. 남은 금액은 junior tranche로 배분됩니다. Borrower 파산이 발생했을 때에는 미상환금액에 의한 손실은 우선적으로 junior tranche에 적용됩니다. Junior tranche 만으로는 미상환 금액을 모두 회수하지 못하게 될 때부터 senior tranche에도 손실분이 적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