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래 봬도 우리는 꾸준함과 성실함을 이고 사는 멋진 사람들 중 하나다.


Q. 성실함을 통해 생산되는 영감과 음악들
이번 앨범은 2023년도부터 꾸준하게 작업했다. 그동안 좋은 곡들을 쓸 수 있었던 건, 영감을 기다리며 매일 작업실로 출근하는 성실함이었지, 영감 그 자체가 아니었다. 그래서 한 곡을 오래 붙들지 않는 작업 방식을 택하더라도 영감의 그 순간은 온다고 믿었다. 어떤 곡에 어떤 영감을 불어 넣어야 할지.. 그것은 선택할 수 없는 일이니까. 게다가 영감님이 오시는지 가시는지는 그 순간엔 도저히 알아차릴 수 없는 일. 그러기에 이 시절에는 다작이 답이겠거니 했다.

언젠가 블로그에 이번 앨범의 작전명은 ‘번갯불콩대작전’이라 할 수 있겠다고 쓴 적이 있다. 번갯불이 찰나의 번뜩임이라면 콩은 그동안의 시간이 빚어낸 결실들이라고.. 시골 마당 볕에 곡식을 말리듯이 꾸준함의 시간들을 펼쳐 놓고 찰나의 영감을 기다리는 거라고…
도형이와 나의 곡식 창고에는 쌓아 둔 콩알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한다. 성실히 보낸 하루하루들이 눈에 보이는 듯해서 기분이 좋고, 만드는데 부지런했던 만큼 추려서 발표하고 뽐내는 데에도 움츠리지 말고 부지런해져야겠다고 다짐한 나날들이었다.


한때 좋은 멜로디나 연주가 나오지 않아 힘들었던 적이 있다. 수없이 나를 의심하며 헤매다 나의 특별한 것을 찾았다. 성실함이었다. 내 음악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성실하다. 그러니 가끔 선물처럼 주어지는 번뜩이는 것들에 감사하고 또다시 성실함으로 꾸준히 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