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1 콩크의 서막✨

Ep.1 만우절 워크샵😜

2018년 4월 1일, “내일 워크샵 가니 편한 옷과 세면도구 챙겨서 출근하세요”라는 세잔의 갑작스러운 문자. 당시 에피와 모네는 세잔이 만우절에 맞춰 거짓말을 한다며 아무것도 챙겨오지 않았다. 덕분에 에피는 다시 집에 갔다 오고, 집이 멀었던 모네는 근처 탑텐에서 편한 티셔츠와 바지, 편의점에서 세면도구를 구입했다. 나타샤만 진짜로 알고 물건을 챙겨온 상황. 시작부터 잊을 수 없는 만우절 워크샵에서 우리는 앞으로 만들고 싶은 서비스의 초안을 작성했다. 먼저, 우리가 그동안 인테리어 일을 하면서 겪었던 디자인의 과정 전체를 작업 의뢰부터 완료 시점까지 80가지가 넘는 단계로 나눠 각 단계를 한 장의 A4에 적었다. 그리고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당장 생각나는 의문점들을 포스트잇에 적어 해당 단계의 A4용지에 붙였다. 말이 80개지 정말 많아서 낮부터 시작해서 꼬박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집중력의 한계를 시험했다. 이 와중에 모네는 ‘으라차차 와이키키’ 봐야 한다 하고, 세잔은 TV 켜면 안된다고 싸우는 바람에 한참의 리모콘 쟁탈전까지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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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가지의 단계 중 피드백이 많이 나온 부분, 개선점이 많은 문제에 각자 스티커를 붙이면서 토론하고 문제들을 좁혀나갔다. 문제들을 좁히고 보니 당시 디자이너, 현장, 클라이언트, 자재상 파트별로 주요 문제들이 나왔다. 이 중 우리가 집중하고 싶었던 부분은 소비자에 있지 않았고, 자재상도 아니고, 그저 디자이너에 있었다. 우리 자신이 디자이너로서 겪었던 어려움, 좀 더 잘 해내고 싶었지만, 환경적으로 어려웠던 부분들에서 자연스럽게 스파크가 튀었다. 현장과 디자인 작업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다 보면, 영혼 없이도 일의 소화가 가능하다. 나도 모르게 크리에이티브는 옅어지고 이제 현장 치는 기계가 다 됐다 싶은 그런 느낌! 이 부분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싶었다.

맘에 드는 레퍼런스는 찾았는데, 실제 유통되는 이 자재를 찾아야 하는 것, 홈쇼핑 카탈로그처럼 A부터 Z까지 정리된 자재는 이상이며 현실은 철저하게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것, 프로젝트마다 배분된 리서치 시간의 절대적인 부족, 회고하고 더 나아지고 싶은데 어물쩍 넘어가게 되는 일상- 이런 고질적인 문제들을 파고들었다. 당시에 의견이 모였던 해결책은 지금의 온라인 콩크와 비슷한 느낌인데, 원하는 자재를 찾아준다는 행위에 포커스가 있었다. 바쁜 디자이너들의 손과 발이 되는 시간 절약자, 리서치 어시스턴트가 당시의 카피였다.

우리는 리서치를 하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면, 줄어든 시간만큼 디자인의 퀄리티가 올라가고, 영혼을 찾은 디자이너들이 기뻐하는 선순환이 나오겠다고 기대했다. 괜찮은 시나리오를 설정한 우리는 유저 기반이 없었기 때문에, 랜딩 페이지를 만들어 이런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이 있는지 테스트해봤다. 200명에 가까운 신청자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먼저 자재 중 타일에 포커스를 맞춘 시험적인 베타를 출시했지만, 예상보다 미지근한 반응이었다. 이런, 더 본질적인 문제가 뭐가 있을까. 곧 피봇팅할 궁리를 했다.

Ep.2 타노스의 샘플실🔥

자재 리서치 시간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의견을 모았던 다른 아이디어는 자재를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는 샘플실이었다. 을지로와 학동부근을 가면, 볼 수 있긴 했지만 한번 나가는 시간을 빼는 것은 여전히 어려웠고, 무엇보다 나간다고 모든 것을 찾을 수도 없었다. 한 공간에서 다양한 자재를 보면서 영감을 얻고 무드보드를 만들어 머릿 속 생각을 시각과 촉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 현실을 마음대로 관장할 수 있는 리얼리티 스톤을 가진 타노스가 상상할 법한 공간이었다. 발품파는 시간이 확 줄어드는데, 여름과 겨울의 계절감도 없고, 제품 구매에 대한 눈치도 보지 않고, 무한히 이어지는 영감의 고리에서 디자인에만 집중할 수 있다니!

이 가설을 테스트하려면, 최소 3-40평 정도의 공간이 필요했다. 부동산에서 30평 사무실이라고 해서 방문을 하면, 딱 실평 20평이 나오는 매물이 대부분이었다. 미터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바로 찍어서 실평수를 확인하고 실망하는 반복에 지칠 때쯤, 현재 콩크의 매물을 보게 됐다. 채광과 공간의 기본 스펙, 모양들이 다 마음에 들었지만, 지금 위치의 사무실을 정하는 것은 예상보다 용기가 필요했다. 이 근처는 먹자골목 거리고, 디자이너들이 선호하는 한적함, 세련됨, 있어보임과는 거리가 먼 당시 2층의 스시집이 참 많이 신경쓰였다. 주변의 많은 반대에도 이사를 결심할 수 있었던 것은 서점 ‘땡스북스’의 존재였다. ‘땡북이 있는 곳이니까 이 곳은 문화의 거리다’라는 생각으로 혼잡한 번화가의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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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크 이사 전, 실측 중인 세잔과 에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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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시어지 데스크가 있었던 콩크

처음의 콩크는 자재 라이브러리와 공유 오피스가 함께 있는 서비스였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던 이름 콩크(Conc)는 ‘Concierge’의 앞 4글자를 딴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하겠다고 많은 것을 손아귀에 쥐고 있었다. 자재 라이브러리, 작업공간, 자재상 연결, 디자이너 커뮤니티. 당시 하겠다고 말했던 키워드만 봐도 욕심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 수 있다. 몇 달간의 운영을 통해 얻은 깨달음은 자재 자체에 대한 니즈였다. 일할 수 있는 공간보다 자재 종류가 훨씬 많았으면 하는 기대감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거 다 있어야 사람들이 올거야’라는 생각으로 준비했던 서비스를 하나씩 덜어내고 정비했다.

Ep.3 잭과 콩나무의 씨앗🌱

정비를 마친 콩크는 자재 라이브러리에 집중한 버전으로 리뉴얼되었다. 오후 2시부터 6시, 하루 4시간만 운영하며, 다시 테스트를 시작했지만 한편으로는 유료로 샘플을 본다는 개념을 시장에서 받아들일지 걱정도 되었다. 당시 우리 스스로 마케팅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인스타그램 광고뿐이었는데, 이전에 런칭했던 서비스들과는 반응이 아주 달랐다. 예상했던 건축, 인테리어 업계 뿐 아니라 제품, 패키지, 그래픽 디자이너까지 소재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콩크를 찾았다. 찾는 이유는 각자 달랐지만, 디자이너로서 자재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콩크를 반겨줬다. '디자이너는 자재 덕후일 수 밖에 없다'는 가설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필드에서 입소문을 타고, 그렇게 모으기 힘들던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역대급 상승장을 맞는 주식처럼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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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임을 충분히 검증한 20년 2월부터는 아예 4시간이 아닌 풀타임 운영을 시작했다. 단순히 운영시간만 늘린 것이 아니라, 콩크 오프라인에 있는 자재들을 온라인에서 볼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오픈했다. 콩크에 있는 모든 자재의 동영상을 촬영하고 벤더사 정보와 메모를 각 페이지에 넣었다. 콩크에 와서 QR코드를 스캔하면 따로 저장할 필요 없이 편하게 자재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운영되는 프로페셔널 플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