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다는 건 명백한 특권이다.

객관적으로 전혀 아름답지 않잖아. 더럽고 추악한 것에 가깝지. 그것으로부터 눈을 돌려 아름다운 것만 추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누군가는 평생 가질 수 없는 특권이었다. 이럴 거라면 차라리 처음부터 그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것을 사랑할 기회와 자격조차 앗아가 주었으면 해. 하지만 비극적이게도 사랑만큼 보편적인 감정은 없어서, 내가 추구하고 가질 수 없는 모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니 나는 나의 것이 아닌 사랑을 말하는 게 무서웠다.

My own

가볍게 맞닿은 입술이 조심스럽게 떨어지자 연인의 허리를 끌어안은 어린 배우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마치 작은 동물이 품에서 떨고 있는 것 같아. 얇고 부드러운, 약하게 힘을 주면 그대로 눌려오는 당신의 피부에 조금이나마 상처를 주게 될까 그녀는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심장은 이미 터질 것처럼 뛰고 있으나 짧은 입맞춤에 그치게 된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키스부터 어려워하면 어쩌자는 거야. 당신은 다정한 사람이라 말을 해주지 않는 거겠지만, 이런 미숙한 일련의 스킨십이 기분 좋을 리 없다. 기껏 당신과 맞닿은 입술인데 입맛이 쓰다. 기성은 자신을 바라봐주는 연인의 시선과 마주할 수 없어 그대로 그녀를 끌어안고 얼굴을 파묻는다. 키 차이 때문에 다소 몸을 구기는 형태가 되었지만 배우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성. 혹시 무리하고 있어? 품 안에서 나긋이 이어지는 목소리가 귓가에 닿자 기성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못한다. 이에 천천히 뻗은 손은 어린 배우의 뒷머리를 쓸어내리고 어깨 위에 가볍게 얹어졌다.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의 표현이었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수없이 많으니 얽매이지 않아도 괜찮아. 누군가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 그리워하는 것, 시선과 언어, 편지에도 우리는 사랑을 담을 수 있다. 당신이 그렇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알고 있지만, 정말 미안하게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가 어려워. 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기성은 자신이 무엇에 불안해하고 있는지 자각하고 있었다. 이 감각을 처음 느껴보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것이 아닌 사랑을 말하는 게 무서웠다. 당신이 결국 나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되는 것이 무서웠다.

“아성.” “….”

마치 작은 동물이 품에서 떨고 있는 것 같아. 각본가는 그러한 생각을 이어가며 미숙하고 어린 연인을 부드럽게 토닥였다. 사랑을 표현하는 데에 두려움을 느낀다면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내가 사랑을 말할게. 네가 나의 것이라고 말할게. 당신이 그것에 익숙해질 때까지. 그 말에 놀란 배우가 드디어 그녀와 눈을 맞춘다. 하일군은 연인의 눈에서 빛을 내는 별들을 사랑했다.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키스, 한 번 더 해도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