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
(개인전 <LIARS> (2022.10, 유영공간, 서울) 에 수록)
솔직히, 솔직함은 일종의 배반이다. 라고 생각했다. 눈이 부어서 광대가 올라갔다. 설탕으로 가득한 눈두덩이. 나는 조금 자라 너를 만났고 우린 각자의 시간을 서로에게 할애한다. 나는 너와 함께하기 위해 간식을 먹는다. 네가 사다 준 도넛을 먹고 아려오는 위통을 감추기 위해 허리를 펴며 엄지를 치켜든다. 조금 더 많이 먹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보이는 것보다 예뻐보이도록. 그것이 조금 더 맛있었다고 하기 위해. 여전히 위가 저려온다. 바지의 후크가 음식으로 가득 찬 배를 압박한다. 숨을 참고 소화제를 삼킨다. 나는 그럼에도 달콤한 사탕을 떠올린다. 너는 나에게 식탐을 선물했고 나는 그것을 얻은 대신 매번 소화제를 구입한다.
아침에 계란을 먹지 않는다고 그가 나를 크게 혼냈다. 내가 그 때 헛구역질을 한 이유는 출근 직전이었던 그의 셔츠에서 나던 향수 향 때문이었다. 내가 계란을 넣은 샌드위치를 이렇게나 잘 먹는다는 것을 그는 아직도 알지 못할 것이다. 사실 나는 향수를 뿌리는 것도 좋아한다. 그는 내가 매일같이 마스카라를 칠하는 것을 싫어한다. 처지는 속눈썹을 고정시키기 위해 매일 마스카라를 칠하는데 사실 그는 나의 대부분을 알지 못하는 듯 하다.
내가 먼저였던가, 그가 먼저였던가. 전날은 휴무였고. 다시 돌아왔을 땐 후추통 앞에 앉는다. 왼손잡이 요리사와 두피가 일어나는 더위. 나의 시선을 알아챘었을지. 우린 유일하게 혼자였잖아.
그가 주는 선물은 매번 타이밍을 빗겨나간다.
첫 번째. 1시간 이상의 통화와 1시간 이상의 걸음. 밤이었고, 남겨진 땀냄새와 털옷 안에서 젖는 땀. 1시간 이상의 통화. 긴장되는 시간과 장소가 있던가? 음식을 입으로 들이밀면 숨을 참고 입을 닫는다. 54321 고기가 오랫동안 입 안에서 섞이고 침이 고여 물컹해진다. 이내 헛구역질을 하고 그 정도가 하루의 성공을 결정짓는듯 하다.
배부름을 얼마나 참을 수 있는지? 심을 수 없는, 심을 수 없는, 심을 수 없는 종이 같은 것. 집착하고, 집착한다. 먹는 시간, 먹어야 하는 시간, 끔찍하게 집착하는 식사, 그 식사 이후, 다시 집착.
다시 방문한 태국 음식점의 테이블은 가방을 두기엔 너무 좁았고, 내 가방은 한 개 뿐이었지만. 따뜻한 튀김이 올려진 커리를 먹은 뒤 나와 기다리는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7명 남짓이었으며, 나는 곧장 2층으로 올라가 노란 꽃이 피어있는 풍경을 바라보다가, 버스의 속도에 노란 꽃이 노란 막대기처럼 보일 즈음 잠깐 잠에 들었는데, 방송이 나왔고, 그들을 따라서 내리니 다른 정류장에 도착해 있었다. 여전히 공간을 차지하는 한 개의 가방을 받고 나니 3시간 가량이 남아있었고, 그 가방을 다시 맡긴 뒤 주위를 둘러봤을 때 저 끝부터 다른 끝까지 걷는 데에 2분이 채 걸리지 않았으며 그냥 앉아있기로 했다가, 뭔가를 먹고, 돌아다녀보니 재미가 없어,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물론 그 곳은 7명보다 많았지만. 다시 잠에 들기엔 불안해서, 이어폰을 꼽고 유튜브 영상을 보는데, 느린 신호 탓에 흐려진 화면을 끄고 저장된 음악들을 들었다. 7일간 찍은 사진들을 뒤적거리다가 3시간이 지났는데, 다시 방송이 들렸다. 9시반_ 누군가의 교통사고_ 2월_ 장비들과 준비물_ 바지 속 스타킹_ 빵 굽는 냄새. 사라지는 것과 부패되는 것. 사라지기 직전의 것. 썩지 않는 것. 비키니와 청바지. 계곡 아래와 다리 위. 관광객은 용기가 없다.
이틀차. 내가 너희를 싫어한다고 생각했어. 다만 그건 당시에 비뚤어진 내 치아 때문이었을지도. 의사는 왼쪽 어금니가 기울어져있다고 했다.
언니의 자리였다가 언니의 자리가 된 두 언니의 자리. 그녀는 다른 누군가들을 도와주다가 물을 쏟았다. 나는 왜 우리가 다닥다닥 붙어있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