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아닌 문명사적 전환으로 이해, 생존 위해 모든 관계 재정립 해야“

17세기에 서구에서 겪었던 것을 지금 겪기 시작하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17세기 이전까지 지구상의 서구인들은 모든 문제의 원인내지 작용에 신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다 인간이 의지를 갖고 뭔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시대가 된 거죠. 한 200년 정도 됐고 그런데 지금 산불도 그렇고 바이러스도 그렇고 기후변화도 ’인간이 작용해서 깨워놓은 힘‘이 우리를 완전히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을 모두가 목도하고 있는 시기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그래서 문명사적인 것이고 행성적인 수준에서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과 살아있고 죽어있고, 유기적이고 무기적인 알고 모르는 그 모든 것들과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재정립해야 될 수밖에 없는, 그래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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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사적 전환이란?

지금은 누가 지식인이고 누가 전문가라고 말하기 어려운 약간의 혼돈상태가 펼쳐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간단하게 ’포스트 휴먼, 포스트 소셜, 포스트 내추럴‘ 이 세 가지를 시대를 읽는 키워드로 교차시켜야 하지 않나 그 정도의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몇 백 년을 좌우했던 진보, 발전의 이념을 “파국(catastrophe)”이라는 이념이 대체해가면서 ’파국과 같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죠. 아마 지금 우리가 하는 생각들이 세계를 곧바로 바꾸지 못하겠지만 200년 후에 조금 더 쉽게 세계를 바꿀 수 있는데 씨를 뿌리는 시기가 될 것 같아요. 한 세대엔 절대 안 이루어집니다. 비관적인 것은 아니고요. 시간을 더 훨씬 넓게 봐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문명을 말씀드리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