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외곽 중고차 매장. 22인치 휠과 6개로 분리된 NT 도어를 장착한 하이파이 X가 서 있다. 260만 개 마이크로 미러로 구성된 프로그래밍 가능 헤드램프는 도로에 횡단보도를 투사할 수 있다. 2021년 73만 위안(약 1억 4,600만 원)에 출시된 이 차는 지금 18만 위안(약 3,600만 원)에 거래된다. 75% 할인이다. 판매원은 말한다. "회사는 망했지만 차는 멀쩡하다." 구매자는 25세, 심천 IT 기업에서 일한다. "97kWh 배터리, 듀얼 모터 440kW,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 이 가격에 이 사양을 어디서 찾겠어?"
이것이 2024년 이후 중국 전기차 시장의 현실이다. 파산한 자동차 회사의 차량—'파산차(破产车)'—가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들은 이를 "폐허에서 금을 캐는(废土淘金)" 행위라 부른다.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의 분석은 냉혹하다. 중국 내 130여 개 전기차 제조업체 중 지난해 수익을 낸 곳은 BYD, 테슬라 차이나, 리샹, 지리 단 4곳뿐이다. 평균 판매가는 2021년 3만 1천 달러에서 2024년 2만 4천 달러로 추락했다. 완성차 산업 이익률은 2017년 8.0%에서 2024년 4.3%로 반토막 났다.
웨이마(威马), 가오허(高合), 네자(哪吒), 지위에(极越). 한때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며 수십억 위안(약 수천억~조 원대)의 투자를 받던 이들은 2024년 하반기부터 속속 생산을 중단했다. 이미 판매된 차량들은 "전자 고아(电子孤儿)"라는 섬뜩한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폐허에는 반드시 기회가 있다. 중국 Gen-Z는 그 기회를 선택했다.

폐허의 서막은 어쩌면 2020년 등장한 홍광 미니 EV에서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SAIC‑GM‑Wuling이 선보인 이 도심형 전기차는 출고가 2만 8,800~3만 8,800위안으로, ‘딱 5천 달러짜리 전기차’라는 파격적 가격으로 주목받았다. 출시 200일 만에 20만 대를 판매해 소형 EV 붐을 일으켰고, 구매자 16만 5,000명 이상이 차량을 개조하며 ‘튜닝 놀이’ 문화가 자리 잡았다. Wuling은 중국 전역 185개 도시에 215개 체험관을 열고, 사용자들이 모여 차량을 꾸미고 교류하는 오프라인 이벤트를 마련해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마카롱 에디션처럼 파스텔 계열의 컬러를 입힌 모델은 젊은 소비자를 겨냥했다. CEIBS 분석에 따르면 홍광 미니 EV 소유자의 72%가 30세 이하이며, 30%는 20세 미만이고 여성 비중이 70%에 달한다. 회사는 세계적 색채 전문가들과 협업해 레몬 옐로, 아보카도 그린, 백복숭아 핑크 같은 독특한 색상을 도입했고, 아이돌 배우를 모델로 섭외해 Z세대에게 ‘패션 아이템’으로 각인시켰다. 소비자는 5만 위안대 EV를 구매한 뒤 스티커, 래핑 필름, 각종 악세서리로 10만 위안 이상을 추가로 투자하며 자신만의 차를 만든다.
이렇게 홍광 미니 EV는 저가·개성·커스터마이즈라는 공식을 통해 Z세대의 욕구를 증명했다. 이는 여러 스타트업이 유사한 ‘마이크로 EV’를 쏟아내도록 자극했고, 결과적으로 가격 경쟁과 공급 과잉을 촉발했다. 200여 일 만에 20만 대가 팔리던 성공 뒤에는 수많은 유사 모델과 카피캣이 따라붙었고, 그 과정에서 일부 기업은 자본 조달에 실패해 파산했다. 홍광 미니 EV 열풍은 곧 폐허에서 금을 캐는 트렌드의 문화적 전조가 된 셈이다.
장 씨는 네자 차량을 7만 7,700위안(약 1,554만 원)에 구매했다. 원가는 14만 9,900위안(약 2,998만 원). 작년에 시승을 해보고 포기했었다. "브랜드가 불안정해 보였거든요." 하지만 회사가 파산하고 가격이 반토막 나자 생각이 바뀌었다. "어차피 나한텐 브랜드가 중요하지 않아요. 배터리가 멀쩡하고, 모터가 돌아가고, 서스펜션이 버티면 그걸로 충분해요."
이것이 중국 Gen-Z가 정의하는 새로운 자동차 소비의 법칙이다. 브랜드는 죽었다. 사양서만 살아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