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나는 당신의 얼굴을 곧게 마주한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

그것보다는 옆모습이나 뒷모습, 당신의 시선과 손끝이 향하는 곳, 몸이 그리는 움직임을 담는 것이 더 익숙한 건 어쩔 수 없다. 늘 나를 두고 가는 사람이었으니까. 사진이라는 속박을 통해 당신을 가둬둔다 한들 그 눈동자에 내가 비치지 않는다. 그러니 ‘담아내는’ 역할은 늘 나의 몫이었다.

이렇게 보낸 세월이 겹겹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내가 그런 당신을, 당신이 그런 사람이기에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도 해봤어. 이미 알고 있겠지만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가슴에 담아낸 동경과 그리움과 애틋함과 원망과 미안함이라는 감정의 덩어리를 하나하나 떼어내고 싶지 않아 그 거대한 무언가를 사랑이라 묶는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녹아버린 그것은 정말로 하나의 감정이 되어 단단히 굳어버렸다.

가슴께에 얹힌 그것의 무게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 건 결국 수년 만에 재회한 당신의 눈동자에 내가 비치게 되었던 순간이었다.

Feverishness

“…돌아가.”

“너무 매정하네요. 선물도 가져왔는데.”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새어 나오자 윌로우는 신경질적으로 혀를 차며 불청객을 문 앞에 둔 채 몸을 돌렸다. 고작 윤활유를 만드는 과정인 주제에 지나치게 예민하기 그지없지. 불경기에 파산한 가장처럼 달달 떨고 있는 솥을 진정시키고 화로에 불을 끄자 어느새 집 안으로 들어온 캐럴린이 익숙한 듯 티 테이블 위에 작은 종이 상자를 올려두고 있는 것이 보인다. 상자를 감싸고 있는 익숙한 포장지. 조각 치즈 케이크.

“내가 아까 돌아가라고 하지 않았어?”

“급한 불은 끈 거 아니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