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눈을 감으면 이제는 죽음이 선연해. 꽤 오래전의 일인데 너의 얼굴이 여전한 걸 보면 내 모든 시간은 과거에 멈춰버린 거겠지. 과거에서, 선연했던 너로 물들었던 시간 속에서, 나는 속절없이 지내고 있어. 단념한 하루를 잡념에 빠져 어떻게든 흘려보내고 밤이 찾아오면 네가 있던 자리를 윤회하다가 새벽까지 막연히 자라난 너를 허덕이고서야 잠을 청해. 니힐리스트로 변해버린 나는 허무만 남아서 왼쪽에 있는 자리가 매일 아리고 갈피를 잃은 질서 없는 공간에는 판막들이 금방이라도 역류할 듯 나부라져 있어. 여생에 더 이상 아타락시아는 없을 거야. 엉망이 되어 버린 소지에는 받는 사람의 번지조차 없으니까. 쇠잔한 목숨으로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살다가 암흑을 찾겠지. 나의 아타락시아, 사랑했던 사람아. 먼저 간다.
/아타락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