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더 생각하다가 완전히 부서지기 전에 죽어야지
전두엽의 소모품들이 한계에 다다라있어. 전 영역에 걸쳐 네가 퍼지고 독에 감염이라도 된 듯 입도 벙긋 못해. 산산 조각 난 육체의 살점들이 나뒹굴고 심장이 버석 해져서 부숭 해진 나는 으스러지다가 아무짝에 쓸모없는 폐기물이 되어버리고 만 걸. 증세가 더 악화되기 전에 떠나야지. 살던 고향으로 가야지. 호흡을 잃은 내가 들 숨을 마시려 하면 흘역을 하고 썩은 악취가 나. 가쁜 숨만 뱉다 죽기 직전인데 끝까지 너를 떠올리는 꼴이 우습긴 해. 그래도 어쩌겠니, 죽어가는 나의 마지막 사랑이 너로 멈춘 걸 어쩌겠어. 혹여 나 먼저 죽으면 병실 창가에 절화류 안개꽃 한 송이만 놓아주면 안 될까. 마지막으로 부탁할게. K야,
"우리 다음 생에는 평생 모르고 살자."
안녕.
/편지